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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응기금의 위헌성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1.06 07:01
수정 2026.11.0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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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국무총리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7년도 예산안 관련 질의를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민주 혁명의 발단, ‘자의적 세금’


자유민주주의는 엄격한 ‘조세 법률주의’의 바탕 위에 서 있다. 지난 1776년 미국 독립전쟁이 세금 때문에 시작됐다. 영국 정부는 식민지 미국에 인지세, 타운센드관세, 차세 등 갖가지 세금을 만들어 걷기 시작했다. 식민지 지주들이 1773년 12월 차 상자를 보스턴 바다에 던져버리고 봉기했다. 당시 구호는 '대표 없이 과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였다.


프랑스 대혁명도 세금이 발단이었다. 프랑스 왕가는 태양왕 루이 14세 이래 영토 확장과 사치, 방종까지 대제국 신성로마제국의 합스부르크 황실과 경쟁하느라 국력을 낭비했다. 게다가 떠오르는 강대국 영국을 견제하느라 7년간의 미국 독립전쟁을 지원하면서 국고가 텅 비었다. 세금을 더 걷기 위해 1789년 5월 종교지도자, 귀족, 시민계급의 3부 회의를 소집했는데 실제 세금을 부담해야 할 시민계급이 발언권을 요구하면서 대혁명이 시작됐다.


두 사건보다 거의 500년 전인 1215년 6월 15일 영국의 존 왕은 마그나카르타(Magna Carta), 대헌장에 서명한다. 국왕은 의회의 동의 없이 새로운 세금을 걷을 수 없다! 의회가 ‘조세 법률주의’를 요구한 진짜 이유는 “국왕이 거둔 세금을 자기 마음대로 전쟁이나 사치에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걷는 권한을 통제한다는 것은, 곧 그 세금을 어디에 쓸지 승인하고 감시하고 통제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국가의 조세법률주의는 처음부터, 걷은 세금을 어디에 어떤 절차로 쓸 것인가에도 적용된다. 정부는 무슨 목적으로 어디에 어떤 식으로 얼마나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즉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 승인 받아야 한다. 재정민주주의(Fiscal Democracy)다.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우리 헌법은 59조에 조세법률주의를 명문화하고 58조에서는 "국채를 모집하거나 예산외에 국가의 부담이 될 계약을 체결하려 할 때에는 정부는 미리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하여 조세법률주의를 회피하려는 시도들도 미리 봉쇄하고 있다. 먼저 부담금에 대해서는 '부담금관리 기본법'에서 “부담금의 부과 주체, 과세 요건, 부과 요율 등은 반드시 명문의 법률에 직접 규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해 엄격한 법률주의를 채택했다.


국채는 당장은 세금이 아니지만, 결국 미래에 국민이 낸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미뤄진 세금(Deferred Taxes)'이다. 따라서 헌법은 국채 발행을 국가의 자의에 맡기지 않고 국회의 사전 의결을 필수 요건으로 정했다. '국가재정법' 제 19조 및 제 92조 등에 따라 정부는 국채를 발행함에 있어 발행 목적, 발행 규모와 방식, 시기, 그리고 상환 계획과 재원 조달 방안 등 구체적 청사진을 국회에 보고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국채의 성격상 제때 바로 갚지 않으면 국채 발행에 동의하지 않은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남을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대규모 시위는 과거 세대가 당겨쓴 복지혜택의 재정 적자와 국채를 청년 세대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헌법적 쟁점, 미래대응기금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지난 2일 국회 시정 연설을 통해 올해에 비해 12.8%나 급증한 820조 예산안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했다.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에 대해서도 특별히 시간을 할애하며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급증한 예산도 논란거리지만 미래대응기금이 더 심각한 이슈다. 정부는 미래 성장동력과 인재 양성에 45조원을 집행하고 104조원은 여유 재원으로 적립해 두겠다고 한다.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 모습. ⓒ뉴시스

정부가 제출한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기금의 주요 항목별 지출액을 국회 의결 없이 행정부가 최대 30% 범위 내에서 자체 변경할 수 있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지역 경기 부양’, ‘중장년 재취업/전직 지원’, ‘장년층 복지 인프라’ 등에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야당은 “국회의 사전 동의 없는 자의적 재정 집행”이라며 재정의회주의 무력화라고 강력히 반발한다. 그러면서 "전액 국채를 갚는 데 써서 국가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비판한다. 미래대응기금은 단순히 돈을 많이 쓰느냐 적게 쓰느냐의 정치적 싸움이 아니다. 행정부의 재량권과 국회의 통제권의 경계선을 묻는 헌법적 쟁점이다.


1933년 독일 ‘수권법’


1933년 3월 24일, 독일 바이바르 공화국 의회는 수권법(Ermächtunggesetz)을 통과시켰다. 이 법의 제 1조는 “독일의 법률은 헌법에서 규정되고 있는 절차 이외에 독일 행정부에 의해서도 제정될 수 있다. 이 조는 국가헌법 제85조 제2항 및 제87조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도 적용된다.”고 규정했다. 언급된 바이마르헌법 제85조 2항과 제87조는 다음과 같다.


제85조 2항 예산은 회계연도의 개시 전에 법률로써 정한다. 제87조 국채는 긴급한 수요가 있는 경우에 한하고 또한 가급적 생산사업의 경비에 충당하기 위하여 발행할 수 있다. 국채를 수집하거나 국가의 부담이 될 담보를 인수하는 것은 국가법률에 의하여서만 할 수 있다.


수권법은 나치당 대표 겸 당시 총리인 히틀러에게 국회를 거치지 않고 법률을 제정할 권한과 예산·재정권을 넘겨주고 결과적으로 나치 독재를 가능케 한 20세기 최악의 법이다. 이 법의 원래 명칭은 ‘민족과 국가의 위난을 제거하기 위한 법률’이다.


외양이 합법이라고 합헌은 아니다!


1970년대 유신헌법은 긴급조치를 명문화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본적 절차와 가치를 훼손했다. 1980년 5공 출범 직전, 국가보위입법회의도 합법을 가장한 불법이었다. 어떤 법률행위든, 형식적 적법성과 실체적 적법성을 모두 갖춰야 합법적이다. 국가가 세금을 걷고 기금을 만들 때 "법률의 근거(조세법률주의)를 갖추었다"고 해서 그 세금이나 기금이 합헌은 아니다.


21세기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 정부는 162조의 어마어마한 돈을 법률로 정하지도 않고 국회의 통제도 받지 않고 쓰겠단다. 게다가 그 돈의 30% 즉 49조는 행정부 편의적으로 쓰겠단다. 나치 독일의 수권법과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이런 초법적, 전근대적 발상에 박수 치는 자들은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알고나 있는 것인가? 미래대응기금을 백지화하라.



ⓒ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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