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경계에서 벅찬 포옹으로…리센느, 함께 도착한 꿈의 무대 [MV 리플레이 (56)]
입력 2026.11.06 08:34
수정 2026.11.06 08:35
몸싸움에서 손잡기·포옹으로…경계가 신뢰로 바뀌는 과정
이주헌 대표 떠올린 팬들…팀의 결성과 성장에 대입한 캐릭터
잠든 제나와 쏟아지는 컨페티, 꿈과 응원으로 확장되는 이야기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리센느(RESCENE)가 지난 3일 네 번째 미니앨범 ‘펄스’(PULSE)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위드’의 뮤직비디오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따라 달려가 오랫동안 꿈꾼 상대와 마주하는 순간을 노래하는 만큼, 멤버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당황하지만 이내 익숙해지는 모습을 담았다.
ⓒ리센느 ‘위드’ 뮤직비디오
줄거리
영상은 커다란 털복숭이 캐릭터에게 제나가 안겨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이 존재가 누구인지, 제나와 어떤 관계인지는 설명되지 않는다.
볼링장과 철길 등 여러 공간에서 멤버들은 그와 마주한다. 첫 장면처럼 다정한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로를 경계하고 몸싸움을 벌이며, 리브가 유리를 깨뜨리는 장면도 등장한다.
그러나 멤버의 손을 잡아 이끄는 모습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진다. 멤버들은 그와 함께 달리고, 서로를 끌어안는다. 처음에는 맞서 싸우던 이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후반부에는 어두운 무대 위로 컨페티가 쏟아진다. 조명을 받은 다섯 멤버는 춤을 추며 그 순간을 즐긴다. 마지막에는 흩날리는 컨페티 속에서 제나가 다시 털복숭이 캐릭터에게 안겨 있다.
해석
팬들이 제시한 구체적인 해석 중 하나는 털복숭이 캐릭터가 ‘꾸대표’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꾸대표는 리센느 소속사 더뮤즈엔터테인먼트의 이주헌 대표를 부르는 별명이다. 보컬 그룹 하이브로우 출신인 그는 리센느의 음악 작업에도 참여하는 프로듀서다. 이번 타이틀곡 ‘위드’의 작사·작곡·편곡에도 이름을 올렸다.
팬들이 이 대표를 떠올리는 데에는 팀과 함께해온 과정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지난 7월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김혜수 이사는 이 대표가 직접 차량을 운전하며 일정을 소화하고, 리센느의 프로필을 돌리고 손편지를 전하며 홍보에 나섰던 일을 설명한 바 있다. 팬들에게 그는 무대 밖에서 멤버들과 함께 움직여온 인물이다.
이 해석에서 주목할 부분은 멤버들이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멤버들은 털복숭이 캐릭터에게 기대면서도 서로를 이끌며 춤을 추기도 한다. 멤버와 회사가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그리며 ‘위드’라는 제목에 힘을 보탠다.
가사와 함께 보면 ‘위드’의 의미는 팬에게도 확장된다. ‘나를 부를 때’라는 표현은 곧 ‘우릴 부를 때’로 넓어지고, 목소리는 함성으로 커진다. 화자는 상대의 부름을 듣고 다시 심장이 뛴다고 노래한다. 무대에서 노래를 건네는 가수가 오히려 객석을 보고 힘을 얻는 관계다. 털복숭이 캐릭터 역시 이름이 정해진 한 인물만이 아니라, 멤버들이 계속 노래할 수 있도록 곁을 지켜준 존재로 읽을 수 있다.
ⓒ리센느 ‘위드’ 뮤직비디오
총평
‘위드’는 한 캐릭터를 대하는 멤버들의 태도를 바꾸면서 감정을 전달한다. 몸싸움을 벌일 때는 무섭고 성가시던 존재가 손을 잡을 때는 동료로, 포옹할 때는 위로를 나누는 상대로 보인다.
서정적인 도입부에서 힘차게 터지는 후렴으로 이어지는 음악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달리는 모습에 맞춰 고조되는 음악은 후반부 무대에서 벅찬 감정을 더한다. 컨페티가 쏟아지는 동안 멤버들은 함께 춤을 추며 기쁨을 나눈다. 꿈을 이루기까지의 고생을 길게 설명하는 대신, 함께 도착한 순간의 감정을 크게 펼쳐 보인다.
이 가운데 가사와 영상이 공통으로 보여주는 것은 서로의 존재 때문에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변화다. 앞에서는 다투던 손으로 뒤에서는 상대를 붙잡고, 혼자 듣던 목소리는 여럿의 함성으로 커진다. 리센느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기쁨에는 무대에 섰다는 성취와 그곳에 함께 도착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한줄평
리센느와 ‘함께’ 달려온 사람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