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 사상 ‘최초’ 기록 쏟아졌다…무슬림 상원의원·흑인 여성 주지사 탄생
입력 2026.11.04 21:07
수정 2026.11.04 21:08
엘사예드, 미시간주서 승리…미 역사상 첫 무슬림 상원의원
보텀스, 조지아 첫 흑인여성 주지사…민주당 28년 만에 탈환
원주민 여성 주지사·상원 첫 진출…흑인 주지사 4명 동시 재임
동성애자 남성 첫 상원 입성…흑인 여성 상원의원도 3명으로
버락 오바마(오른쪽) 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집회에서 압둘 엘사예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의 손을 들어올리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사상 첫 무슬림 연방 상원의원과 흑인 여성 주지사가 탄생하고 원주민 여성들도 처음으로 주지사와 연방 상원에 진출하는 등 사상 최초 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인종과 종교, 성별, 성적 지향의 장벽을 뛰어넘은 후보들이 대거 승리하면서 미 정치권의 다양성이 한층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압둘 엘사예드(42) 후보가 미시간주 연방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 마이크 로저스 전 하원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미국 250년 역사상 무슬림이 연방 상원에 입성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집트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엘사예드 당선인은 공중보건 전문가로 전국민 건강보험 도입과 억만장자 증세 등을 내세운 진보 성향 정치인이다.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중단을 주장하며 민주당 내부에서도 논란을 불렀다.
민주당 경선에서 맞붙었던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로저스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엘사예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종교를 문제 삼은 공화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지만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의 당선은 민주당 진보 진영의 영향력 확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조지아주에서는 민주당 케이샤 랜스 보텀스(56) 전 애틀랜타 시장이 공화당의 억만장자 기업가 릭 잭슨을 제치고 미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로 선출됐다. 민주당이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이다.
보텀스 당선인은 애틀랜타 시장과 조 바이든 행정부의 백악관 대민협력 책임자를 지냈다. 그는 당선 후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모든 주민을 위한 주지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노예제와 인종차별, 흑인 민권운동의 역사가 깊게 남아 있는 미 남부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바이런 도널즈(48) 후보가 플로리다주에서 민주당 데이비드 졸리 후보를 누르고 이 지역 최초의 흑인 주지사가 됐다. 위스콘신주에서도 민주당 데이비드 크롤리(40)가 첫 흑인 주지사에 당선됐다. 재선에 성공한 메릴랜드주 웨스 무어 주지사까지 포함하면 내년 1월 흑인 주지사 4명이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재임하게 된다.
원주민 여성 정치인들도 미 정치사의 새 장을 열었다. 뉴멕시코주에서는 민주당 뎁 할랜드(65) 전 내무장관이 공화당 그레그 헐 후보를 꺾고 미국 최초의 원주민 여성 주지사로 당선됐다. 라구나푸에블로 부족 출신인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 최초의 원주민 출신 연방 각료를 지냈다.
할랜드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은 해에 최초의 원주민 여성 주지사로 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미네소타주에서도 오지브웨족 출신인 민주당 페기 플래너건 부지사가 공화당 미셸 타포야 후보를 물리치고 최초의 원주민 여성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일리노이주에서는 흑인 여성인 민주당 줄리아나 스트래턴(61) 부지사가 공화당 돈 트레이시 후보를 꺾고 상원에 입성했다. 이에 따라 메릴랜드주의 앤절라 올스브룩스, 델라웨어주의 리사 블런트 로체스터 의원과 함께 흑인 여성 상원의원 3명이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활동하게 됐다. 일리노이주는 태국계인 태미 더크워스 의원까지 유색인종 여성 2명이 상원 의석을 모두 차지하는 첫 번째 주가 됐다.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로 선출된 케이샤 랜스 보텀스 조지아주 주지사 당선인이 3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선거 당일 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민주당 크리스 패퍼스(46) 하원의원이 뉴햄프셔주에서 공화당 존 수누누 전 상원의원을 누르고 자신의 동성애자 정체성을 공개한 최초의 남성 연방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여성으로는 태미 볼드윈 위스콘신주 상원의원이 앞서 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AP통신은 이번 선거가 소수인종과 여성, 성소수자 등 그동안 미 정치의 중심에서 소외됐던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시민참여 단체 스테이트보이시스의 알렉시스 앤더슨리드 대표는 이번 승리들이 미국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