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발언 보도에 "가짜뉴스" 직접 반박한 李…부동산 '메시지 관리' 왜
입력 2026.11.04 20:00
수정 2026.11.04 20:00
"'폭락 중'과 같은 말일 수 없어"
국무회의선 "일부 자료로 한쪽 몰아가"
정비사업 현장 찾아 "속도 빨리 내야"
박상병 "같은 말도 달리 받아들여질 수 있어"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공공재개발 사업장에서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과 현장시찰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집값 발언을 다룬 언론 보도에 '가짜뉴스'라며 직접 반박에 나섰다. 부동산 시장에서 대통령 발언이 어떻게 전달되느냐가 곧 시장 심리로 이어지는 만큼, 메시지가 왜곡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이 개별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는 방식이 오히려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4일 X(옛 트위터)에 "'집값 폭락 중' 대통령 발언, 강남만 맞았다는 것은 가짜뉴스"라고 적었다. 그는 "서울의 집값을 말하며 '주요 지역의 실제 거래가격도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한 말과 '폭락 중'이 같은 말일 수 없고, 같은 뜻이라 해도 큰따옴표를 치며 직접 인용으로 표시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강남만 맞았다'는 건 다른 지역에 대한 언급은 틀렸다는 건데 나는 서울의 주요 지역 즉 강남 서초 송파만 말했음이 분명하다"며 "'서울 전체 집값이 폭락 중'이라고 한 적이 없으니 강남만 맞았다는 것도 가짜뉴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문제 삼은 기사는 이후 '"집값 떨어졌다"는 대통령 말, 사실일까'로 제목이 바뀌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 공공재개발 현장을 찾아 공급 메시지에도 힘을 실었다. 그는 정비사업 현장간담회에서 "2022년부터 주택 인허가 수가 급감하는 바람에 공급 절벽이 생겨나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도 수도권의 주택 가격 안정은 다른 어떤 정책 과제보다 중요한 핵심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재정비 사업에 대해서는 "10년은 기본이고 20년, 심지어 30년씩 걸리기도 하는데, 속도는 좀 빨리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민간 주도 정비사업에는 날을 세웠다. 이 대통령은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을 둘러싼 부패가 사실 만연하다. 이게 평생 직업인 사람들도 있더라"고 했다. 또 "이 복잡하고 거대한 사업을 비전문가 주민들 스스로에게 맡겨놓는 게 저는 보니까 참 원시적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발언에서 "서울 지역의 지금 아파트 매물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지 않느냐"며 "주요 지역들의 실제 거래 가격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것도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는데, 물론 아닌 지역도 또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 가격 상승을 해야 이익을 보는 쪽이 그 자료 중의 일부만 가지고 뭐라고 그럴까, 한쪽 방향으로 이렇게 몰아가는 측면들이 보인다"며 "이 정확한 데이터들을 우리 국민들께서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게 잘 알려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같은 날 X에서는 "집값이 크게 하락할 경우 공적임대주택 용도로 정부가 대량매입하는 것을 포함해 대비책은 이미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에서 '공포매수' 압박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거래량과 매물 추이, 실거래가, 담보대출 연체율 등을 꼭 살펴보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공공재개발 사업장에서 현장시찰을 하며 브리핑을 듣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이 보도 하나에 즉각 반응한 배경으로 부동산 시장의 '심리'를 꼽는다. 대통령 발언이 '폭락'으로 과장되면 불필요한 시장 불안을 부를 수 있고, 반대로 '강남만 맞았다'는 식으로 전달되면 하락 신호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정부가 공을 들여온 집값 안정 메시지가 흔들린다는 점에서 직접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언론 비판이 언론 자유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께서 가끔 언론 문제에 의견을 밝히는 것은 언론의 자유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라기보다, 언론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 기본적인 저널리즘 원칙을 돌아보면서 기사를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원론적 문제의식에서 이따금 지적하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언론을 거치지 않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도 넓어진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이 출연하는 유튜브 프로그램 '대통령의 Y'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트위터인 X를 통한 소통에 더해서 유튜브 Y로 국민과 더욱 다양하고 깊이 소통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며 "대통령의 생각과 국정 운영에 대한 이유를 충분하게 설명하려는 취지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방송은 5일 밤 9시 공개되며, 대통령의 소통 철학과 함께 대통령 소통 방식을 둘러싼 언론의 문제 제기에 대한 답변도 담길 예정이다.
다만 실제 시장 흐름과는 온도 차가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값은 90주 연속 상승했고, 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22개 자치구는 모두 올랐다. 대통령이 짚은 하락 흐름이 일부 지역에 국한된 만큼, 메시지가 서울 전체로 읽히지 않도록 처음부터 더 정밀하게 전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대응 방식에 대해 정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은 개를 봤다고 해도 다른 사람은 돼지를 볼 수도, 토끼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말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