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두 발 대신 바퀴 택한 휴머노이드…로보월드서 드러난 '실용화 경쟁'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11.04 18:20
수정 2026.11.04 18:2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레인보우로보틱스, 산업용 양팔로봇 내년 중반 양산 목표…LG·현대차도 이동형 플랫폼 확대

17개국 402개사 참가…화려한 보행 기술 넘어 제조·물류 현장 투입 경쟁

로보티즈의 ai 사피엔스 로봇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고 있다. ⓒ임채현 기자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대신 바퀴로 이동하며 양팔로 물건을 집고 옮긴다. 고정된 자리에서 반복 작업만 수행하던 로봇은 생산라인을 오가며 여러 작업을 처리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 경쟁이 보행 능력을 넘어 실제 산업현장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로 옮겨가면서다.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막한 '2026 로보월드'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졌다.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한국AI·로봇산업협회 등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는 17개국 402개사가 참가해 1198개 부스를 마련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오는 7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올해 전시회의 핵심은 피지컬 인공지능(AI)과 제조 인공지능 전환(AX)이다.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로봇부터 공작기계와 결합한 자동화 시스템까지 다양한 기술이 공개됐다. 휴머노이드의 보행 능력만큼이나 실제 공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작업 능력이 주요 경쟁 요소로 떠올랐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산업용 이동형 양팔로봇 'RB-Y2'.ⓒ임채현 기자

삼성전자가 최대주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산업용 이동형 양팔로봇 'RB-Y2'를 선보였다. 사람처럼 두 팔을 사용하지만 하체는 다리 대신 바퀴가 달린 자율이동로봇(AMR) 형태다. 공장이나 물류센터 안을 이동하면서 물건을 집고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지난 4월 처음 공개된 RB-Y2는 현재 양산을 위한 설계 개선과 안전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개발용으로 공급된 전작 'RB-Y1'과 달리 실제 제조·물류현장 투입을 목표로 하는 제품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산업용 이동형 양팔로봇 'RB-Y1'. 연구개발용으로 약 200대 가까이 판매된 제품.ⓒ임채현 기자

레인보우로보틱스 관계자는 이날 현장에서 "내년 초까지 현장검증(POC)에 투입할 물량은 이미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며 "현장에 적용해 테스트하고 내부적으로도 검증을 진행하면 내년 여름쯤에는 안전인증을 받은 모델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생산 물량은 고객사 실증에 우선 투입될 예정이다. 실제 작업환경에서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한 뒤 내년 중반께 본격적인 양산·판매 단계로 넘어간다는 계획이다.


산업용 로봇에서 바퀴형 구조가 주목받는 이유는 실용성 때문이다. 바닥이 평탄한 제조공장이나 물류센터에서는 두 다리로 균형을 잡으며 걷는 것보다 바퀴로 이동하는 편이 안정성과 이동 효율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여기에 로봇팔을 결합하면 이동과 작업을 하나의 장비로 수행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공업박람회(CIIF)를 다녀온 한 로봇업체 관계자는 현지 전시에서 이족보행보다 바퀴형 이동 플랫폼에 로봇팔을 결합한 형태가 두드러졌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산업에서는 두 발로 걷는 게 아직까지는 너무 이르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기존 협동로봇만으로는 이동이 불편하고 모바일 로봇만으로는 작업이 안 된다. 결국 두 기술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산업용 로봇의 한계를 보완하는 접근이다. 협동로봇은 물체를 정교하게 다룰 수 있지만 작업 공간이 고정돼 있고, 자율이동로봇은 물건을 운반할 수 있어도 직접 조립하거나 가공하는 작업에는 한계가 있다. 두 기술을 결합한 이동형 양팔로봇은 공장 내부를 이동하면서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허정우 레인보우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임채현 기자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여기에 AI 기반 작업지능을 접목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허정우 레인보우로보틱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국제로봇비즈니스 컨퍼런스에서 협동로봇과 AMR의 개발 경험을 소개하며 실제 제조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안전성과 정밀도,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업계는 로봇에 AI를 탑재하는 것만으로는 현장 투입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작업자의 지시를 이해하고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은 물론, 정해진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여러 작업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를 위해 AI 모델을 로봇에 적용하고 제어할 수 있는 미들웨어 개발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퀴형 로봇의 실용성을 강조하는 것은 레인보우로보틱스만이 아니다. LG전자가 공개한 홈로봇 'LG 클로이드' 역시 상체에는 양팔과 손을 갖췄지만 하체는 바퀴로 움직인다. LG전자는 클로이드를 가사노동을 돕는 로봇으로 개발하면서 제조현장에서도 관련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전시에서 이동형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ED)'를 활용한 다양한 응용 기술을 공개했다. 가온로보틱스는 모베드에 배송과 순찰, 분리수거용 모듈을 결합한 로봇을 선보였고, 위고로보틱스는 모베드 위에 양팔 로봇을 얹어 이동하면서 물체를 집고 조작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이동 플랫폼과 작업 장치를 결합해 용도에 맞는 로봇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산업용 휴머노이드와 기술적 방향이 맞닿아 있다.


그렇다고 이족보행 로봇 개발이 위축된 것은 아니다. 계단이나 장애물이 많고 바퀴가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두 발로 걷는 기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로보티즈는 휴머노이드 'AI 사피엔스'를 통해 보행과 동작 제어 기술을 선보였다. 에이로봇 역시 휴머노이드 '앨리스5'가 트레드밀 위를 걷는 모습을 시연하며 보행 안정성을 강조했다. 로브로스는 휴머노이드 '이그리스-C'를 통해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물체를 조작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이그리스-C는 반도체 클린룸과 자동차 제조공장 등에서 현장 실증이 추진되고 있다.


특정 산업에 맞춰 움직임 자체를 달리한 로봇도 등장했다. 디든로보틱스의 사족보행로봇 '디든 스파이더'는 자석이 부착된 발을 이용해 선박 블록의 수직 벽면을 이동할 수 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선박 내부와 높은 곳에서 용접이나 점검 작업을 수행하도록 개발된 제품이다. 평탄한 공장에서는 바퀴형이, 장애물이 많은 작업장이나 특수환경에서는 이족·사족보행형이 각각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휴머노이드와 별개로 당장 제조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자동화 기술도 대거 소개됐다.


2026 로보월드 전시장에 위치한 브릴스 부스.ⓒ임채현 기자

공작기계 전문기업 DN솔루션즈는 5축 머시닝센터와 협동로봇을 결합한 자동화 시스템을 선보였다. 로봇이 공작기계에 가공할 소재를 넣고 완성품을 꺼내는 '머신텐딩' 방식으로, 작업자의 반복 업무를 줄이고 설비 가동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브릴스는 검사·이송·가공 등 공정별 요구에 맞춰 로봇을 구성할 수 있는 모듈형 자동화 솔루션을, 삼현은 고하중 AI 자율주행 로봇 'BOLDUM'을 공개했다. 범용 휴머노이드가 다양한 작업을 처리하도록 개발하는 것과 달리 특정 공정을 중심으로 자동화 수준을 높이는 접근이다.


로봇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 시장에서도 경쟁이 이어졌다.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는 정밀감속기와 액추에이터 등을, 알에스오토메이션은 서보 드라이브와 모션 컨트롤러 등을 선보였다.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구동부와 정밀 제어기술은 산업현장 적용을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완성형 로봇 제조사 역시 주요 부품의 자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모터와 인코더, 브레이크, 제어기 등을 자체 개발해 왔으며 감속기 개발도 진행 중이다. 부품을 직접 설계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로봇의 성능을 개선하고 원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실제 양산과 보급은 여전히 초기 단계다. 전시장에서 특정 동작을 구현하는 것과 공장에서 하루 수백·수천 번 같은 작업을 안정적으로 반복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안전인증과 유지보수는 물론, 사람이나 기존 자동화 장비를 대체할 만한 경제성까지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초기 시장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로봇 구매에 나선다. 산업부는 이번 전시회에 22개사가 참여하는 'K-로봇 공공프리마켓'을 마련해 공공부문에 활용할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 로봇, 돌봄 로봇 등을 선보였다. 정부는 2027년부터 공공부문에 AI 로봇 약 1700대를 우선 보급하고,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총 2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이민우 산업부 산업성장실장은 개막식에서 로봇산업이 '제2의 반도체 산업'이 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로봇 기술의 국방 분야 도입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