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7억 반환' 위기에 놓인 국민의힘…당혹감 속 李 재판 재개 '맞불'
입력 2026.11.04 19:00
수정 2026.11.04 19:00
'397억원' 반환, 대법 판단만 남았다
지도부 "아쉬운 판결…바로잡힐 것"
당사 매각 가능성엔 "선택지에 없다"
"李 재판도 동일하게"…사법부 압박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민의힘 중앙당사 전경 ⓒ뉴시스
제20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것으로 기대하던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형이 확정되면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 비용 397억원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2-1부(고법판사 백승엽·황승태·김영현)는 4일 윤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검)이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건진법사 진성배씨를 만난 적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에 대해 허위사실공표(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이후, 1심에 이어 2심도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미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나선 만큼 '윤석열' 개인의 판결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당이 내놓은 대선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가 될 가능성에 놓였다는 점이다. 정치적 타격은 물론, 대선 당시 보전받은 선거 비용 397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선의 경우 당선무효형이 확정될 경우 후보자 개인이 아니라 추천 정당이 반환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법원에서도 2심과 같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될 경우다. 통상적으로 선관위는 법원의 판결문을 수령한 이후 대상자에게 두 차례에 걸쳐 반환을 요구하며, 선관위는 판결문을 받은 후 1차로 공문을 통해 30일 이내 보전 비용을 반환할 것을 명령한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의 재정 상태상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매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윤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을 당시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항소·상고심에서 판결이 바뀔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지만, 2심에서도 유죄 판단이 유지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당 핵심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아직 항소심이기 때문에 대법에서 바로잡히기를 기대할 뿐이지만, 많이 아쉬운 판결인 것 같다"고 밝혔다. 당사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그렇다고 당사를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으며, 당 입장에선 당사 매각은 선택지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내 일부에선 대법원에서도 2심 판단이 유지된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기 어렵고, 397억원 반환도 방법을 찾으면 해결될 문제라는 것이다. 즉, 제1야당이 선거 비용 문제로 존립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 전 대통령 이슈가 다시 떠오른다고 하는데, 국민 입장에선 윤 전 대통령 이야기가 식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며 당과도 이미 멀어지지 않았나"면서 "사실상 특검이 정치적 기소를 한 것인데, 대법원에서 잘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거 비용 문제도 방법을 찾으면 어떻게든 찾을 수 있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재판이 방송되고 있다. 법원은 1심과 같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뉴시스
당은 오히려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고리로 맞불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5월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2심에 돌려보냈다. 이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재판이 중지됐지만, 재개될 경우 민주당은 선거 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대법원 판단을 받아야 하는 윤 전 대통령 재판보다, 이미 유죄 취지 파기환송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더욱 위중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당이 이 대통령 재판을 재개해야 한다며 펼친 공세는 이번 윤 전 대통령 항소심을 계기로 강화되는 분위기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부분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까지 있었다"며 "민주당은 지금까지 사과한 적이 있느냐"고 압박했다.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판결의 옳고 그름을 떠나, 어떠한 판결이 정당성을 가지려면 그 잣대는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 대통령은 사실상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덕분에 민주당은 재판 중단을 핑계로 434억원을 반납하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 선거법 위반에 대한 조속한 판결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지도부는 특검의 정치화와 사법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부각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당은 윤석열 정권의 조작 수사·기소 의혹을 규명하는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을 5일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위한 발판이라고 보는 만큼, 진상규명에 활용돼야 하는 특검이 정치적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받아야 하지만, 이 대통령 사건은 공소 취소가 이뤄지면 무마되기 때문에 '불공정' 문제에 대한 민심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 선거법 위반 재판은 특검의 기소로 이뤄졌고, 현재 여당은 공소취소 특검법도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며 "원래 특검은 야당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인데, 여당이 칼을 휘두르는 것은 사실상 공안 정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분명 향후 사법부에 의해 된통 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