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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 분리 한 달…영장 불청구에 막힌 경찰 수사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11.04 17:16
수정 2026.11.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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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청 출범 후 구속영장 불청구율 36.2%…1~9월 평균보다 14%p↑

10억원대 범죄 피의자 5명 영장도 불청구…경찰 "수사 의욕 꺾여"

영장 재신청 과정서 신병 확보·수사 차질 우려…기관 간 판단 기준 차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공소청 전경. ⓒ데일리안 DB

공소청 출범 이후 경찰이 신청한 체포·구속영장의 불청구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영장을 신청해도 공소청이 법원에 청구하지 않는 사례가 늘면서 수사 차질과 사건 처리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 형사사법체계에서 영장 청구를 둘러싼 양 기관의 판단 차이가 수사 현장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4일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최근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소청 출범일인 지난달 2일부터 24일까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 1936건 가운데 701건(36.2%)이 불청구됐다. 올해 1~9월 평균 불청구율 22.2%보다 14%포인트 높고, 지난해 연간 불청구율 17.9%의 두 배를 웃돈다. 같은 기간 체포영장 불청구율도 21%로 지난해 7.4%보다 크게 상승했다.


영장 불청구가 늘면서 일선 경찰에서는 피의자 신병 확보와 후속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변호사 자격이 있는 한 경정급 경찰관은 피해 금액이 10억원을 넘는 범죄와 관련해 피의자 5명을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공소청이 '단일 범행'이라는 이유로 불청구한 사례를 전했다. 확인된 범행을 토대로 먼저 신병을 확보한 뒤 여죄를 수사하는 것이 일반적인 수사 방식인데 영장이 불청구되면 추가 범행을 확인하는 데도 차질이 생긴다는 취지다.


영장이 불청구되면 경찰은 해당 사유를 검토하고 추가 수사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 보강수사 후 영장을 다시 신청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피의자 신병 확보가 늦어지고 사건 처리 기간도 길어질 수 있다.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고 공소청이 불청구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수사가 진척되지 못한 채 양 기관 사이에서 사건이 오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일선 경찰관은 영장 불청구로 수사 의욕이 꺾이고 사건 처리도 지연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영장 청구를 둘러싼 양 기관의 판단 차이는 수사·기소 분리 이후 달라진 형사사법 구조와 맞물려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공소청은 경찰이 확보한 증거와 수사 결과를 토대로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공소청 검사들은 영장 청구 단계에서도 향후 공판에서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 만큼 혐의와 증거가 확보됐는지를 따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영장이 발부돼 피의자가 구속되면 구속기간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찰 로고. ⓒ연합뉴스

반면 경찰은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신병을 확보해야 추가 범행과 여죄를 확인하고 증거를 보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양 기관의 판단 기준이 다르면 경찰은 불청구 사유를 해소하기 위한 추가 수사에 나서야 하고 이후 재신청 과정에서도 시간이 소요된다. 영장 불청구가 반복될 경우 피의자 신병 확보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수사 자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영장 불청구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과 공소청 사이의 이견을 조정할 절차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경찰이 수사 필요성을 들어 영장을 신청하더라도 공소청이 기소 가능성을 기준으로 청구를 거부하면 양 기관의 판단 차이를 좁히기 쉽지 않다. 영장 불청구 사유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경찰이 이를 보완해 재신청하더라도 같은 판단이 반복된다면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영장 불청구 증가가 수사·기소 분리 이후 검찰의 제한된 권한과도 관련이 있다"며 "검찰이 경찰 수사기록만으로 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해야 하고, 누락된 부분을 직접 확인하기도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수사가 지연되고 피해자 보호에도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증거인멸이나 피해자 보복 우려가 있는 사건까지 영장 청구가 어려워진다면 피해는 결국 국민과 피해자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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