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김열홍 "대통령이 공언한 블록버스터 신약 3종 중 2종, 유한양행이 합니다"
입력 2026.11.04 16:46
수정 2026.11.04 16:48
상업화 비결은 기술수출 이후에도 지킨 개발 주도권
2031년까지 신약 개발 비용 자체 충당하는 것 목표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 사장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 사장이 2030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2종을 시장에 내놓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앞서 기술수출(L/O)을 통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를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 성공적으로 출시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김 사장은 4일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윌로우하우스에서 열린 ‘K-바이오 인사이트 포럼 2026’에서 “전 세계 50위권 제약사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블록버스터 신약 2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정부에서 2030년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3개 국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에서 2개를 유한양행에서 담당을 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 주재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2030년까지 국산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반도체의 3배 규모로 커진 만큼 바이오를 반도체 같은 국가 주력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취지다.
가장 유력한 국산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후보가 렉라자다. 국내 바이오텍 오스코텍이 처음 발굴한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의 원인이 되는 변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억제하는 3세대 표적항암제다. 특히 타그리소 등 기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의 내성을 불러 일으키는 변이 EGFR 계열 ‘T790M’까지 저해할 수 있어 생존율이 훨씬 높다.
김 사장은 렉라자의 연구개발(R&D)이 중단되거나 기술 반환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 파이프라인 주도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J&J는 자체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병용 투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렉라자를 인수했다.
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유한양행은 렉라자 단독 투여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별도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다. 렉라자의 연구자 주도 임상만 봐도 유한양행은 총 2732명을 대상으로 25건을 진행했다. 연구자 주도 임상은 의료 현장에서 병용 요법 등을 위해 의료진 등이 직접 진행하는 학술적 임상이다. J&J의 연구자 주도 임상은 856명을 대상으로 한 7건에 그쳤다.
김 사장은 “렉라자를 기술수출한 이후에 J&J에 모두 맡기지 않고 깊숙하게 관여해서 함께 개발했다”며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것이 정말 시장의 약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많은 파이프라인이 기술수출 됐지만, 아직까지 시판돼서 매출이 나오고 있는 약은 렉라자가 유일하다”고 덧붙였다.
제약사에게 블록버스터 신약이 중요한 건 신약 개발 비용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 바이오 업계는 블록버스터 신약의 기준으로 연매출 약 1조3000억원(10억 달러)으로 본다. 이마저도 신약 개발 과정에서 투입된 투자금(원가)를 회수하기엔 역부족이다. 의약품이 규제 기관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이후 의료 현장에 정착할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단일 제품으로 연매출이 약 3조4000억원(26억 달러)는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모든 결정권을 기술수출 상대 회사에 맡겨 놓으면 그들의 파이프라인 우선순위나 최고경영자(CEO) 교체에 따라 개발 진척도가 좌우된다”며 “포스트 렉라자는 이런 것들을 교훈 삼아서 우리가 결정권을 가지고 올 수 있고 우리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정말 시장의 약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은 계속 ‘항암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미충족 수요를 타깃한 항암제는 임상 2상 결과만 있어도 규제 기관으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아 상용화하는 게 가능하다. 의료 현장에서 쌓은 치료 근거를 가지고 글로벌 빅파마와 동등한 위치에서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유한양행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개 이상의 항암제를 국내에 출시한다는 목표다.
상용화된 의약품이 벌어들이는 돈으로 신약 개발 비용을 자체 조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유한양행이 렉라자로 벌어들인 돈은 R&D 비용의 40%에 불과했다. 항암제를 중심으로 꾸준히 신약 후보물질들을 상용화해 2031년에는 번 돈으로 R&D 비용을 모두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전 세계에서 손 꼽히는 제약사가 되려면 매출은 한 5조원, R&D 투자는 1조2000억원 정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글로벌 50위 제약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저희들은 글로벌 블록버스터 2개, 그리고 저희 R&D 자금의 독립적인 창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