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이노 참여 3조원대 베트남 LNG 사업…현지 정부와 협력 틀 조율
입력 2026.11.04 14:47
수정 2026.11.04 16:18
응에안성, 사업계약 목표 네 차례 제시…SK "별도 계약 불필요"
협력규정 아직 문구 조율 중…PPA 본협상 진행 예정
FS 승인 목표 내년 1월로…2030년 가동 계획 유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과 추형욱 당시 SK이노베이션 대표(왼쪽 두 번째)가 지난 2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더아시아그룹(TAG) 주최 행사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오른쪽 네 번째) 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TAG 링크드인
SK이노베이션이 참여한 3조원대 베트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을 둘러싸고 현지 지방정부와 SK이노베이션이 사업계약의 필요성에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응에안성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사업계약 체결을 추진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별도의 '협력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사업권을 확보해 별도 계약이 필요하지 않으며 사업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4일 베트남 응에안성 정부 발표와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응에안성은 지난달 9일 풍타인빈 부위원장 주재로 뀐랍 LNG 발전사업의 법적 쟁점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성 재무국·법무국·산업통상국 관계자와 사업 합작법인인 뀐랍LNG전력 경영진이 참석했다.
뀐랍 사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들여온 베트남 에너지·산업 클러스터(SEIC) 구상과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하노이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에게 LNG 발전과 첨단산업을 연계하는 구상을 제안했다. 같은 해 8월과 올해 2월에도 럼 서기장을 만났으며 3월 하노이 경제인 행사에서도 회동했다.
사업 규모는 약 23억 달러(약 3조3000억원)다. 베트남 응에안성에 1500메가와트(MW)급 LNG 발전소와 저장시설·전용항만을 건설한다.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 계열사 PV파워(51%)와 SK이노베이션(34%), 현지 기업 NASU(15%)가 합작법인에 참여한다.
응에안성은 지난 2월 사업 투자방침을 승인했고 5월에는 기반시설 착공식이 열렸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6월 30일 주주 간 계약과 투자예산 한도 증액을 승인했다. 9월 14일에는 합작법인이 설립됐다.
현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사업계약 체결 목표는 네 차례 제시됐다. 성 재무국은 당초 3월 12일까지 계약을 맺을 계획이었다. 응에안성은 6월 22일 공문을 통해 6월 중 계약 체결을 요구하면서 투자자 측 귀책사유로 사업이 지연되면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후 8월 중 계약 체결을 주문했고 9월에는 목표를 9월 30일로 제시했다. 그러나 10월 회의 당시까지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지 정부 자료에서 쟁점으로 거론된 것은 행정절차 지연에 따른 책임 문제였다. 성 재무국은 베트남 중앙부처와 베트남전력공사(EVN) 등의 행정절차가 늦어질 경우 정부에 추가 책임과 법적 위험을 지울 수 있는 조항이 투자자 측 계약안에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은 다르다. 회사는 이미 사업권을 확보한 만큼 응에안성 정부와 별도 사업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응에안성 정부와 인허가 지연이나 책임 문제가 불거진 적도 없다고 밝혔다.
베트남 응에안성 뀐랍 LNG 발전사업 조감도. ⓒSK이노베이션
응에안성 재무국은 기존 사업계약 대신 지방정부와 합작법인이 협력규정을 체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책임 조항을 둘러싼 논의가 길어지면 사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무국은 사업계약은 필요한 경우에만 맺으면 된다는 베트남 정령 제274호를 근거로 들었다.
산업통상국 등은 협력규정 방식에 동의하면서도 투자자 의무와 주요 일정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법무국은 구체적인 법적 근거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풍 부위원장은 양측의 권리·의무와 사업 일정을 명확히 담아 10월 30일 이전 협력규정 체결을 추진하도록 지시했다.
협력규정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현재 양측이 문구를 조율하고 있다. 협력규정은 지방정부의 사업 지원과 상호 협력을 위한 약속으로, 양해각서(MOU)보다 한 단계 나아간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계약 방식에 따른 초기 자금 부담도 검토됐다. 성 재무국에 따르면 기존 사업계약 방식에서는 계약보증과 부지보상 선지급 등에 약 8980억 동(약 468억원)이 필요하다. 협력규정 방식에서는 보증 관련 금액이 약 3030억 동(약 158억원)으로 줄어든다. 부지보상 선지급액이 이를 웃돌아 별도 보증금 예치나 은행 보증이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게 현지 당국의 설명이다.
현지 정부가 제시한 사업 일정도 일부 조정됐다. 9월 말 제시된 타당성조사(FS) 승인 목표는 10월 31일이었지만 10월 회의에서 내년 1월 15일로 변경됐다. FS 보고서와 환경영향평가서는 이달 중순 1차 심사에 제출할 계획이다.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 선정은 내년 3월, 발전소 본공사 착수는 4월로 잡혔다. 지난 5월 착공식은 기반시설 공사에 관한 행사였다.
상업운전 목표는 2030년 12월로 유지됐다. 베트남은 2031년 1월 1일 이전 발전을 개시하고 준공검수 승인 등 요건을 충족한 수입 LNG 발전소에 장기 최소 계약물량 제도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존 규정은 다년 평균 발전량의 최소 65%를 최대 10년간 계약물량으로 정하도록 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올해 이를 75%·최대 15년으로 확대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뀐랍의 가동 목표는 제도 적용 시한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있다.
전력구매계약(PPA) 본협상은 진행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상세 설계와 인허가 등 협상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는 마무리 단계로, 관련 절차가 끝나면 본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응우옌칵턴 응에안성 당서기는 지난달 방한해 추형욱 당시 SK이노베이션 대표를 만나 PPA 관련 걸림돌 해소를 요청했다. 양측은 LNG 발전과 데이터센터·인공지능(AI) 산업을 연계하는 SEIC 구상도 논의했다.
추 사장은 지난달 30일 SK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신설된 동남아 총괄에 선임됐다. SK이노베이션은 협력규정 논의와 별개로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2030년 12월 상업운전 목표에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