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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오르고, 평균가 내리고…뮤지컬 22만원 시대의 역설 [박정선의 컬처리셋]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11.04 08:08
수정 2026.11.04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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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밀턴’ VIP석 22만원…처음 무너진 ‘20만원 저항선’

1~9월 뮤지컬 판매액 9.1%↓, 평균 티켓가 5.2%↓

‘컬처’(Culture)와 ‘리셋’(Reset)을 합친 [컬처리셋]은 문화계의 익숙한 장면을 원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칼럼입니다. 무대 위의 화려한 성과와 차트 위의 숫자, 연일 이어지는 화제와 논란 뒤에는 늘 그것을 만들어낸 구조와 사람이 있습니다. 대중문화계의 이슈를 단편적인 사건으로 소비하기보다, 그 배경과 맥락을 읽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업계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관행에 질문을 던지고 새롭게 떠오르는 흐름의 의미를 짚으며, 익숙함을 한 번 ‘리셋’할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브로드웨이 뮤지컬 ‘해밀턴’ 내한공연의 VIP석 가격이 22만원으로 책정됐다. 대극장 뮤지컬에서 최고가 좌석이 20만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작사들은 그동안 원가 부담 속에서도 흥행을 의식해 최고가를 19만원 선에서 묶어 왔는데, 업계가 관객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 온 그 선을 ‘해밀턴’이 처음 넘어섰다.


가격이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대극장 VIP석은 한동안 14만~15만원에 머물렀으나, 2022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16만원을 매기면서 움직이기 시작했고 ‘물랑루즈!’가 18만원, 2023년 ‘오페라의 유령’이 19만원으로 상단을 끌어올렸다. 불과 4년 사이에 7만~8만원이 오른 셈이다.


뮤지컬 '해밀턴' 호주 공연 ⓒDaniel Boud

‘해밀턴’ 쪽에도 사정은 있다. 해외 배우와 스태프의 체류비, 대규모 무대 장비 운송비가 더해지는 내한공연은 라이선스 공연보다 원가 구조가 무겁고, 최근 항공·운송료와 환율이 함께 오르면서 그 부담은 더 커졌다. 10년 가까이 국내에 소개돼야 할 작품으로 꼽혀 온 데다 부산 4주, 서울 8주의 한정 공연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22만원이라는 숫자에는 작품의 희소성과 비용 구조가 함께 반영돼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다만 눈여겨볼 것은 최고가 한 칸보다 가격표 전체가 이동했다는 점이다. ‘해밀턴’의 R석 18만원은 몇 년 전 ‘물랑루즈!’의 VIP석 가격과 같다. 지난해 ‘위키드’ 내한공연과 비교하면 R석과 A석은 2만원, S석은 1만원씩 올랐다. 같은 돈을 내는 관객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한 단계씩 뒤로 밀려난 것이어서, 관객이 체감하는 인상 폭은 최고가 차이인 3만원보다 클 수밖에 없다.


관객이 실제로 느끼는 가격은 정가표보다 좌석 등급 배치에서 결정된다. 1000석 이상 대극장에서 VIP석 비중은 과거 20% 안팎이었지만 최근에는 40% 안팎인 경우가 많다. 1층 뒷줄을 넘어 2층 앞좌석까지 VIP석으로 묶어 전체 좌석의 60% 이상을 최고가로 판 공연도 있었다. 이 같은 VIP석 확대는 아이러니하게도 20만원이라는 저항선이 만들어 낸 측면이 있다. 최고가를 올리기 어려운 제작사들은 VIP석의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매출을 맞췄다. 그 결과 무대 바로 앞과 1층 끝줄, 2층 앞줄이 같은 값에 팔리면서 가격과 관람 조건의 연결이 느슨해졌다. 가격 상한은 지켜졌지만, 그동안 관객이 같은 돈으로 얻는 관람 조건은 오히려 나빠져 온 셈이다.


이렇게 보면 저항선이 무너진 지금은 부담이 커지는 시점이면서, 동시에 가격 구조를 다시 짤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최고가를 올리는 대신 VIP석의 범위를 좁히고 시야와 거리에 따라 등급을 촘촘하게 나눈다면, 가격 인상은 좋은 자리에 그만큼 높은 값을 매기는 일로 관객에게 설명될 수 있다. 반대로 최고가가 오르는데 VIP석 비중까지 그대로 유지되거나 늘어난다면, 관객은 단가 인상과 등급 확대의 부담을 한꺼번에 떠안게 된다. ‘해밀턴’ 22만원의 의미는 가격표보다 좌석 배치도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2025~2026년 상반기 뮤지컬 월별 공연 시장 현황 ⓒKOPIS

시장 상황은 이 문제를 더 무겁게 만든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올해 1~9월 뮤지컬 티켓판매액은 34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 줄었고, 관객은 608만여명으로 4.1% 감소했다. 분기별 감소율도 1분기 5.7%, 2분기 6.7%, 3분기 14.1%로 갈수록 커졌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상반기 보고서에서 그 원인으로 관람료 인상에 대한 관객의 저항감과 대형 히트 신작의 부재를 함께 꼽았다. 같은 기간 평균 티켓가는 5만 6239원으로 5.2% 낮아졌다. 대극장 공연 비중이 달라진 영향도 있겠지만, 최고가가 오르는 사이 관객이 실제로 지불한 평균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은 관객이 고가석을 피해 낮은 등급이나 할인 티켓,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연으로 옮겨 가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제작사가 매기는 가격과 관객이 실제로 내는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이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이 엇갈림이 길어질수록 시장은 소수의 고정 관객에게 더 기대게 된다. KOPIS 분석에서 뮤지컬 관객의 77.1%는 다른 장르를 함께 보지 않는 단일 장르 관객으로 나타났다.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관객층이 두꺼운 시장에서 고가 정책은 단기 매출을 지켜 주지만, 처음 뮤지컬을 보려는 관객에게는 진입 문턱을 높인다. 관객 수가 줄어드는 국면에서 객단가를 올려 매출을 방어하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의 저변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해밀턴’은 22만원에도 표가 팔릴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고, 그 가격을 뒷받침할 근거도 갖고 있다. 따져 봐야 할 것은 ‘해밀턴’이 22만원을 받을 만한 작품인지가 아니라, 업계가 이 공연의 흥행을 어떻게 읽느냐다. 대체하기 어려운 작품 하나가 거둔 성과가 ‘20만원도 통한다’는 일반 기준으로 굳어진다면, 원가 구조도 작품의 위상도 다른 공연들까지 그 선을 따라 올라설 명분을 얻게 된다. 22만원이라는 숫자가 가격 구조를 다시 짜는 출발점이 될지, 관객과의 거리를 더 벌리는 계기가 될지는 그 논의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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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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