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예산'으로 강성 물 빼는 장동혁…'보수 통합' 과제엔 거리두기
입력 2026.11.04 06:00
수정 2026.11.04 06:00
張, 올공 내려놓고 '민생 예산' 드라이브
중도층 지지율 위기에 '민생'에 무게
보수 통합론엔 "당원 뜻 물어야"
'오동석 연대' 부상에 복당론 경계한 듯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 삶 해결 예산' 국민 보고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820조 9000억원 규모의 정부 내년도 예산안을 대폭 삭감해 사립대 반값 등록금과 청년 월세 지원 확대 등 민생 예산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중도층 민심을 잡기 위해 '민생'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지만, 강성 이미지를 벗을 수 있는 '보수 통합'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장 대표는 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의 삶 해결 예산' 관련 주제로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기댄 장밋빛 성적표를 들고 흔들며 821조원짜리 초팽창 예산안을 내놨다"며 "162조원에 달하는 미래대응기금까지 만들었는데, 1000조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돈은 모두 국민 혈세다. 국민과 기업이 피땀 흘려 채운 대한민국 금고를 이 대통령이 마음대로 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 사업 중 100대 문제점을 찾아냈고, 총 27조원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삭감된 예산 중 11조 5924억원을 '청년·안전·생업·일자리·생활' 분야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민생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분야별로는 △청년의 삶 3조 4287억원 △국민 안전 2조 9100억원 △국민 생업 2조 8306억원 △국민 일자리 1조 2250억원 △생활 불안 1조 1981억원 등 사업에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구상이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의 주요 지지층으로 부상하는 청년과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논란을 겨냥한 소방관 처우 개선에 예산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청년 분야 핵심은 '사립대 반값 등록금'으로서 2조 7337억원을 투입해 전국 사립대와 사립 전문대 등록금을 국공립대 평균인 400만원대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청년의 주거·지역 정착 지원에도 6950억원을 투입해 무주택 청년과 신혼 가구의 월세 지원을 월 최대 50만원으로 늘리고, 실직·임금 체불 청년에게는 최장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을 긴급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는 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예산 정국'에 돌입한 상황이다. 오는 4∼5일 종합정책질의, 9∼12일 부처별 심사에 이어 16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심사가 이뤄진다. 국민의힘은 국가채무 증가와 현금성 지출 확대를 문제 삼으며 대규모 삭감을 예고한 만큼, 제1야당 당대표인 장 대표가 전면에 나서 당의 예산안 심사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이례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장 대표는 최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을 수사하는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 특검'의 송파 지역 투표지 공개 검증 과정에서 부정선거 증거가 발견됐다며 '부정선거론'을 다시 꺼내 들은 바 있다. 장 대표의 핵심 지지 기반인 이른바 '올공'(올림픽공원) 세력이 흩어지지 못하게 규합하려는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당내 일부에선 23대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월 2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선관위 특검 현장 검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선관위 특검은 이날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보관 중인 송파구 투표지 약 247만 장과 현장 CCTV를 포함한 물품에 대하여 임의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뉴시스
실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정부·여당의 여러 실책에 상승 추세지만, 중도층 민심에선 더불어민주당에 뒤처진 상태다. 한국갤럽이 지난 27~29일 무선 100% 전화면접을 통해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민주당 35%, 국민의힘은 30%로 나타났다. 이어 조국혁신당(3%), 개혁신당(2%), 진보당(1%) 순이다.
직전 조사와 비교하면 민주당은 2%p 하락, 국민의힘은 2%p 상승했지만, 중도층 민심에선 평가가 엇갈렸다. 중도층에서는 민주당 34%, 국민의힘 24%로 집계됐다. 정당 지지율에선 국민의힘이 따라잡고 있지만, 아직 중도층 민심에선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장 대표는 '중도 확장'의 열쇠로 민생 정책을 꼽고 있다. 돌연 민생 정책에 무게를 싣는 이유는 예산 정국에서 당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편, 정부·여당의 잇따른 실책 속에서도 당이 중도층 민심과 멀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으로 장 대표의 올공 행보로 중도층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며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지난 1일 MBN 방송에 출연해 "잘못하고 있는 정책들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생활 밀착형 정책이 곧 중도 확장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여당이 공수 취소 특검법을 강행하거나 사법부를 흔들고 있는데,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로선 민생을 챙겨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라면서 "여당의 이런 모습은 대다수 국민에게 전혀 공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장 대표도 여당 행태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계속 지적하고 있다. 지지율과 상관없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노력할 뿐이지 다른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중도층 확장의 열쇠로 '민생 정책'을 꼽고 있지만, 중도 외연 확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수 인사와의 통합 문제에 대해선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으며 사실상 사법리스크를 털어내자, 보수 진영에선 '통합론'이 부상하고 있다. 특히 '오동석'(오세훈·한동훈·이준석) 연대를 통한 보수 빅텐트 구축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장 대표도 오 시장과의 보수 연대에 대해선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보수 통합'에 대해선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당대표 연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무소속 한동훈 의원을 두고 당내에서 '보수 통합론'을 계기로 복당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 방향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보수 통합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는데, 결국 당원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 "여러 논란이 있겠지만 그런 통합과 연대의 문제는 당 지도부에서 당원들의 뜻을 물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다만 당권파 측은 한 의원을 의식해 '보수 통합론'에 장 대표가 거리를 두고 있다는 해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 장 대표는 당내 갈등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해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 통합'을 통해 대여 투쟁과 나아가 총선 승리에 초석을 둬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한 당권파 관계자는 "당이 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장 대표가 기존부터 주장하던 아젠다"라면서 "그동안 내부 갈등 때문에 당 지지율이 오르지 못해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승세인 당 지지율을 방어하고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우리가 뭉치는 것은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성 이미지라는 오해가 있지만, 민생 예산과 보수 통합에 무게를 두는 것은 개인적으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