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내러티브에 떨떠름한 숫자…증시 횡보 연말까지?
입력 2026.11.04 07:01
수정 2026.11.04 07:01
증권가, 삼전·닉스 실적 발표
이후 지수 반등 예측 빗나가
美빅테크, AI 수익성 우려 키워
"연말까지 수급 개선 어려워"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210.29포인트(3.59%) 내린 5648.79로 장을 마감한 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국내외 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 우울한 내러티브와 악화되는 현금흐름의 '상승 작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3분기 실적시즌을 통해 주요 기업들이 우울한 내러티브를 잠재울 것으로 기대됐지만, 숫자로 드러난 결과는 정반대였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초 대비 17.39% 하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발표를 계기로 지수 반등 및 외국인 수급 개선이 일어날 거라던 증권가 전망이 어긋난 모양새다.
미국증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경기 방어주가 두루 포진된 다우지수는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35% 주저앉았다.
AI 수익성을 증명해 줄 것으로 기대됐던 빅테크들이 설비투자 의지를 재확인하긴 했지만, 악화된 현금흐름이 우울한 내러티브에 확성기를 달아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플랫폼·오라클 등 5개사가 올해 1~9월 창출한 현금흐름은 5429억 달러(약 729조원)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 불어난 사상 최고치다.
하지만 급등한 자본지출(Capex·설비투자) 탓에 합산 잉여현금흐름(FCF)은 140억 달러(약 19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1435억 달러(약 193조원) 흑자였던 것과는 차이가 크다.
올해 상반기 시장은 급격한 설비투자 증가세에 힘입어 AI 인프라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보였다.
대규모 설비투자 필수품인 반도체 업종이 주목받은 덕에 코스피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축포를 터뜨리던 시장은 하반기 들어 대규모 설비투자로 인한 FCF 악화에 주목했다.
적자로 돌아선 FCF는 차입금을 동원한 대규모 설비투자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AI 인프라가 규모의 경제를 발휘하기 전 빚을 갚지 못한 기업 파산이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였다.
관련 우려에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수급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내증시에선 지난달 이후 외국인이 21조원이 넘는 매도세를 보인 가운데 개인은 4748억원, 연기금은 1102억원을 매수하는 데 그쳤다.
뉴욕 증권 거래소에서 한 딜러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미국증시 역시 개인 투자자가 수급 총대를 메긴 어려운 상황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몇 년간 주식 비중을 많이 늘려 온 개인은 상반기 중 옵션 등을 통해 투기적 매수세를 소진한 데다 현금흐름도 좋지 않다"며 "개미들이 주식을 다시 사려면 레버리지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 여건도 녹록지 않다.
김 연구원은 "기관 투자자는 채권의 상대적 부진이 장기간 누적된 탓에 주식 매도 및 채권 매수 리밸런싱을 반복하고 있다"며 "기관이 주식을 사려면 주가가 빠지거나, 채권 강세가 부각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증시 상승) 추세가 다시 생성되려면 레버리지 포지션이 복귀해야 하지만, 별다른 트리거가 없다면 연말까진 이들의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결국 4분기 실적시즌이 AI 수익성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느냐가 국내외 증시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증권가는 일단 AI 수익성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강재구 하나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AI 투자금 회수는 시장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며 "견조한 수요가 클라우드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을 뒷받침하면 기존 데이터센터의 투자비 회수기간도 단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10월 말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 3사 실적 발표에서 클라우드 매출 성장력은 여전히 강한 AI 수요를 가리켰다"며 "강력한 이익창출력은 설비투자(Capex)에 대한 우려를 상쇄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