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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꼬리표 붙었다…낙인 효과에 ‘밸류업 압박’ 통할까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6.11.04 07:07
수정 2026.11.0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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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명단 공개한 거래소…자본시장 체질 개선 일환

시장 압박 속 자발적 참여 유도…주주환원 확대 기대

일각선 성장 동력 약화 우려…공시·이행 여부가 관건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장기간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들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었다.


정부와 당국이 공개적인 압박에 나선 가운데 ‘낙인 효과’가 기업들의 체질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저PBR 기업 명단이 공개됐다. 장기간 저평가 상태에 놓인 기업들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정부가 추진해 온 자본시장 체질 개선 일환이다.


PBR은 현재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수치로, 1배 미만이면 자산 대비 시장 평가가 과도하게 낮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예를 들어 PBR이 0.25배라면 기업의 시가총액이 장부상 순자산의 25% 수준에 형성돼 있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6개 반기 연속 또는 7개 반기 중 6개 반기 동안 PBR이 업종별로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한 기업을 저PBR 대상으로 선정했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 96개사와 코스닥 55개사, 총 151개사가 저PBR 종목으로 공표됐다.


이들 기업의 평균 PBR은 약 0.25배로, 국내 상장사들의 평균 PBR(약 1.8배)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명단에는 현대제철·한화생명·롯데쇼핑·롯데케미칼·이마트 등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상장사들도 포함됐다.


저PBR 명단에 오른 기업은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 ‘밸류업 페이지’에 내년 5월 4일까지 공표되며, 증권사 모바일·홈트레이딩시스템(MTS·HTS)에서 ‘저PBR’ 태그가 붙게 된다.


시장의 관심과 압박을 통해 기업 스스로 가치를 끌어올리게 유도하는 이른바 ‘네이밍 앤드 셰이밍(Naming&Shaming)’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앞서 2024년 5월부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공시 제도가 시행됐으나, 자율 참여 기반이라 기업들의 참여도가 저조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저PBR 문제를 반복적으로 지적했지만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단순히 주주환원 확대를 권고하는 것을 넘어, 저평가된 기업의 이름을 공개해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저PBR 기업 리스트가 반기마다 갱신되는 만큼, 기업들의 대응이 나타날 수 있다.


공표 기업은 명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공표 기업은 신규 편입을 피하기 위해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도 이번 저PBR 명단 공표가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확대 등과 같은 실질적인 주주환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저평가 기업이라는 부정적 평판에 노출되는 동시에 기관 투자자와 소액주주 연대 등의 주주환원 확대, 자본효율 및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기적인 명단 공표를 통해 기업들에게 저평가 해소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환기하는 장치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표가 거래대금이 큰 대형주와 저PBR 업종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와 주주환원을 앞당기는 신호가 될 경우, 같은 업종의 다른 저PBR 종목으로 기대가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하지만 우려 시선도 존재한다.


저PBR 명단 공개가 기업들의 주주환원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일률적인 주주환원 확대가 오히려 기업의 중장기 성장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소각 또는 배당에 자금을 우선 배분할 경우, 연구개발·설비투자 등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업가치 제고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부정적인 낙인을 찍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저PBR 기업으로 선정됐다는 사실만으로 기업가치가 개선되는 것은 아닌 만큼, 명단에 오른 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는지 중요하다는 진단이다.


이상준 연구원은 “모든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안정적인 이익 창출 능력과 실질적인 주주환원 여력을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박세연 연구원은 “저PBR 종목의 주가 차별화는 공표 여부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와 이행에서 나타날 것”이라며 “실제 주주환원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행을 점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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