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팔지 않아도 되는 금융, 자동차 담보대출에 중금리의 문을 열자
입력 2026.11.04 07:07
수정 2026.11.04 07:07
신용대출에 갇힌 중금리 인정 범위, 자동차 담보대출로 확대해야
보유 차량의 담보가치를 금리 절감과 생계 기반 유지로 연결해야
소비자 보호 전제로 조건부 인정하고 실질적 부담 완화로 성과 평가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포용금융은 돈을 더 많이 빌려주는 정책이 아니다. 기존 금융의 문턱에서 밀려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자신의 생활과 소득 기반을 지키도록 돕는 일이다.
신용만으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는 차주에게 보유자산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해당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
중금리대출의 대상은 넓히겠다면서, 같은 정책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상품을 담보대출이라는 이유로 제외한다면 제도의 형식이 정책의 취지를 가로막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4월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을 통해 사잇돌대출의 공급 채널 확대와 민간 중금리대출의 금리요건 개편, 규제 인센티브 확대를 제시했다.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한다는 방향은 옳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려면 금융회사가 위험을 낮추면서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경로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가격 기준만 낮추고 심사와 상품 설계의 선택지는 그대로 두면 공급 확대와 금리 인하가 충돌할 수 있다.
현행 민간 중금리대출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게 업권별 금리상한 이내로 공급하는 ‘비보증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인정된다.
여기서 보증과 담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보증기관의 보증이 없다는 것과 차주가 보유자산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자동차 담보대출의 중금리대출로의 인정 문제는 ‘비보증부’ 여부만이 아니라 인정 범위를 신용대출 중심으로 한정한 데서 풀어야 한다.
담보가 있다는 이유가 소비자에게 유리한 대출을 정책적으로 배제할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다.
자동차 담보대출은 새 차를 구입하는 할부금융이 아니라, 이미 보유한 차량을 계속 이용하면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배송업자나 자영업자에게 자동차가 소득을 만들어내는 수단이라면, 급전 때문에 차를 처분하는 선택은 당장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대신 미래의 소득을 잃게 할 수 있다.
이때 차량을 유지하는 금융은 생활자금 지원과 생업 기반 보전을 연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자동차 담보대출의 중금리적 성격은 단순히 금리가 중간 수준이라는 데 있지 않다.
신용정보만으로 평가할 때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보유자산의 가치를 더해, 금융회사의 예상 손실을 낮출 여지가 있다는 점에 있다.
차량의 처분 가능 가치가 확인된다면 해당 위험 감소분을 금리와 수수료 인하로 차주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중금리대출 정책은 담보를 잡았다는 사실보다는 담보 덕분에 실제로 더 나은 대출 조건을 얻었는지를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미국의 신용협동조합인 Curis Financial Credit Union은 보유 차량의 순자산가치를 활용해 생활비나 채무통합 등에 사용할 자금을 빌리는 ‘Auto Equity Loan’을 제공한다.
해당 대출은 차량을 계속 운행하면서 고정금리와 정해진 월 상환액으로 갚고,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조기 상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우선 민간 중금리대출의 인정 범위에 ‘적격 자동차 담보대출’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신용평점과 금리요건을 충족하면서 차량 가치 평가, 상환능력 심사, 분할 상환과 소비자 보호 기준을 갖춘 상품부터 포함하는 방식이다.
기존 자동차 담보대출을 이름만 바꿔 모두 중금리대출실적으로 잡는 것이 아니라, 정책 목적에 맞는 공급분을 구분해 인정해야 한다.
기존 중금리 신용대출과도 실적을 나누어 공시해야 신규 공급 효과와 단순한 분류 변경을 구별할 수 있다.
금리상한 충족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담보권 설정·해지 비용과 중도상환수수료 등 차주가 부담하는 총비용을 함께 비교하고, 담보 제공에 따른 이익이 실제 가격에 반영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고금리 신용대출을 대환하는 경우에는 기존 채무를 직접 상환하고 추가 차입을 억제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월 상환액이 줄었다고 해도 만기만 길어져 총이자가 늘 수 있으므로, 금리·월 부담·전체 상환 비용을 안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포용금융의 성과는 공급액이나 중금리대출이라는 명칭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더 낮은 비용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이동 수단과 생계 기반을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상환했는지가 중요하다.
담보가 있다는 이유로 배제하지 말고, 담보의 이익을 차주에게 돌려주는 상품을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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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