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한 사람의 풍요로운 생활”…출판사 닢이 포착하는 일상 [출판사 인사이드㊽]
입력 2026.11.03 05:30
수정 2026.11.03 05:30
매주 한 편씩 연재된 성실한 생활의 기록 ‘오늘의 기본’ 시리즈
“기분 좋은 생활을 향한 마음과 태도,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일상 속 풍경들 보여주고파”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기본’ 시리즈ⓒ출판사 닢
◆ “기분 좋은 생활을 향한 태도”…소원 작가가 조명하는 ‘생활’
출판사 닢은 소원 작가가 쓴 글을 직접 디자인해 출판하는 1인 출판사다. 브런치에서 매주 연재하던 소원 작가는 1년간 쌓인 글을 보며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여정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소원 작가는 “1년이 지나고 보니 책 한 권을 낼 수 있을 법한 분량이 모였더라. 또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해 자연스럽게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다. 책을 출판, 유통하려면 ISBN이 필요했고, ISBN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출판사 등록이 필요했기에 자연스럽게 1인 출판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 출판사와 협업해 책을 출간했던 경험 역시 출판사 설립에 도움이 됐다. “학창 시절 타 출판사와 계약하여 책을 출간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말한 소원 작가는 “출판사의 기획에 따라 쓴 원고였던 데다가, 디자인이나 마케팅 등의 영역에서 내 의견을 좀처럼 반영할 수 없었기에, 오히려 갈증이 생겼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하고 기획하여 온전히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올랐다”고 말했다.
이에 닢에서는 소원 작가가 원하는 주제를 마음껏 펼쳐내고 있다. 물건을 고르는 방법부터 단순한 식탁의 풍경까지. 매주 한 편씩 연재된 성실한 생활의 기록을 엮은 ‘오늘의 기본’이 대표적이다. 1권의 인기에 힘입어 3권의 시리즈로 출간이 됐다.
소원 작가는 ‘오늘의 기본’에 대해 “‘생활’이라는 화두를 수면 위로 던져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기분 좋은 생활을 향한 마음과 태도,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일상 속 풍경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오늘의 기본’처럼 ‘생활’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일상’을 파고드는 중이다. 소원 작가는 “나의 생활관에 깊이 영향을 준 것 중의 하나는 일본의 ‘쿠라시’(暮らし) 계의 책이나 콘텐츠들이다. 한마디로 ‘생활, 살아가는 것’에 관한 이야기”라며 “일본의 서점에 가면 ‘쿠라시’라는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 ‘생활’을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생활이란 곧 생계와 더 가까운 개념이다. 서점에서도 실용/요리/취미 정도의 코너만 있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윤택하고 풍요로운 생활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하는 문화는 부족하다. 저는 그 사이에서 ‘생활’에 관한 책을 지속적으로 펴내며, 주목받지 못했던 영역을 하나의 장르를 개척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이렇듯 느리지만, 꾸준한 호흡으로 원하는 주제를 펼쳐나가고 싶다. 소원 작가는 “한 권 한 권에 들어가는 비용과 회수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긴 호흡이 필요하다. 또 혼자서 하기 때문에 일정 이상으로 속도를 낼 수 없기도 하다. 인원, 자본이 있다면 더욱 빠른 속도로 규모 있게 세계관을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1인 출판사의 한계를 짚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렇지 못하기에, 한 권 한 권에 충분한 속도와 마음을 쏟으며 갈 수 있다는 것이 1인 출판의 매력이라고도 생각하고 있다. 그 속도를 지켜나가고 싶다”는 소신을 덧붙였다.
그만큼 독자들에게도 여운 남는 책이 되길 바랐다. 그는 닢의 책에 대해 “늘 ‘침대 맡에 두고 싶은 책’이라고 말하곤 한다. 늘 곁에 지니고 다니는 수첩처럼, 내 방 한에 자리한 책장에 꽂힌 책처럼, 나의 반경 가까이에 놓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편안하고 든든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생활의 궤도를 무심코 벗어날 때마다 가볍게 꺼내 읽고, 자신이 지향하는 기분 좋은 생활의 0점을 다시 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판사 닢
독자들과 긴밀하고, 친근하게 소통하며 바람을 이뤄나가고 있다. 소원 작가는 1인 출판사의 또 다른 장점으로 “북페어를 나갈 때도 제가 직접 응대하고 부스를 지키기 때문에, 독자분들의 사랑과 응원, 피드백을 고스란히 몸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책을 구매해 주신 독자분, 몇 번씩 찾아와 준 독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한 분 한 분 기억하고 있다는 소원 작가는 “내가 쏟은 노력에 대한 피드백이 오롯이 전달된다는 점이 기쁘고 소중하다”고 말했다.
닢만의 공간을 열어 독자들과 더 가깝게 만날 계획이다. 조만간 작업실을 마련할 예정이라는 소원 작가는 “책은 늘 물성상 조금은 일방적이며, 비동시적인 소통을 하게 된다는 아쉬움이 항상 있다. 같은 자리에 마주 앉아서 동시에 소통하는 구조는 아니지 않나”라고 이 같은 시도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독자들은 저자인 제 이야기는 들을 수 있지만, 저는 독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고 말한 소원 작가는 닢의 주제에 공감하는 독자들과 깊이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분 좋은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모임을 열어보고자 하는 마음이 오랫동안 있었다. ‘생활’은 나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독서에서 더 나아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을 꾸려보고 싶고, 꼭 닢에서 출간한 책이 아니더라도 지향하는 주제와 세계관에 맞는 다양한 책과 함께할 수 있는 모임을 기획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