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좀 그만 골아!"…가족 잠 깨우는 코골이, 심장도 위험하다? [김효경의 데일리 헬스]
입력 2026.11.03 04:00
수정 2026.11.03 04:00
심한 코골이·수면 중 호흡 정지, 수면무호흡증 의심 신호
중증 환자, 심혈관질환 사망률 약 5배 높다는 보고도
나진오 교수 “심한 코골이·주간 졸림 지속되면 진료 받아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당신 코골이 때문에 한숨도 못 잤어.”
밤마다 심한 코골이로 가족들의 잠을 설치게 한다면, 정작 건강을 걱정해야 할 사람은 코를 고는 본인일 수 있다. 단순한 잠버릇으로 여겼던 코골이가 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숙면을 방해할 뿐 아니라 고혈압과 부정맥,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 코골이인 줄 알았는데…심장까지 위협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상기도가 반복적으로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호흡량이 감소하는 질환이다. 흔히 단순 코골이와 혼동하기 쉽지만, 일반적인 코골이는 좁아진 기도로 공기가 지나가면서 주변 조직이 떨려 소리가 나는 현상인 반면, 수면무호흡증은 실제 호흡이 멈추거나 호흡량이 줄어든다는 차이가 있다.
일반 인구의 약 20%에서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대사증후군 환자에서는 그 비율이 50% 이상으로 높아지며, 세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해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83%에서 수면무호흡증이 확인됐다는 보고도 있다.
문제는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다. 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면 저산소혈증과 교감신경 활성화, 혈압 상승 등이 지속되면서 고혈압과 동맥경화, 부정맥 등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협심증과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중증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경우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은 약 4배,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약 5배 높게 보고된 바 있다.
나진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반복적인 호흡 정지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지고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압 상승과 염증 반응, 혈관 기능 변화 등을 일으켜 심혈관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특히 고혈압이나 심부전, 부정맥 환자는 수면무호흡증 동반 여부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다가 숨이 ‘뚝’…수면무호흡증 치료·예방법은?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수면무호흡증은 크게 폐쇄성과 중추성으로 나뉜다.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폐쇄성은 수면 중 기도 근육이 이완돼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발생하며, 중추성은 호흡을 조절하는 신경계 신호에 문제가 생기는 형태다.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코골이와 수면 중 호흡 정지, 숨을 헐떡이며 잠에서 깨는 현상이다. 충분히 자도 피로가 풀리지 않거나 낮 동안 졸음이 지속되고, 아침 두통과 집중력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나 교수는 “코골이를 한다고 모두 수면무호흡증인 것은 아니지만, 심한 코골이와 함께 호흡이 멈추거나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며 “본인이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이나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이러한 증상을 발견했다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비만이나 목 주변의 지방 축적, 편도 및 혀 등의 해부학적 구조, 상기도의 크기와 형태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취침 전 음주와 흡연, 수면제·진정제 사용도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알코올은 기도 근육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코골이를 악화시키고 수면 중 호흡 정지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면 한국형 주간 졸림 척도(KESS)로 자가 점검할 수 있다. 일상에서 졸음이 오는 정도를 0~3점으로 평가해 총점이 8점 이상이거나 졸림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진료를 고려해야 한다. 점수가 낮더라도 심한 코골이나 호흡 정지가 반복된다면 검사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에는 수면 중 호흡과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수면다원검사’가 활용된다. 치료에는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공기를 공급하는 양압기가 주로 사용되며, 환자 상태에 따라 구강 내 장치나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서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취침 전 음주와 흡연, 수면제·진정제 사용을 피하고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등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똑바로 눕기보다 옆으로 누워 자거나 머리를 약간 높이는 자세도 기도 폐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발생해 스스로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심한 코골이와 함께 낮 동안 졸림이나 피로가 지속되거나 가족이 수면 중 호흡이 멈추는 모습을 발견했다면 단순한 코골이로 넘기지 말고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