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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 든 형사부터 밥상지기까지…추모 다큐로 본 최불암의 67년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10.31 14:01
수정 2026.10.3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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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파하, 최불암입니다'·KBS '따뜻한 어른, 최불암' 특집 편성

배역 뒤 사람 최불암의 뿌리와 태도 비춰

배우 최불암이 29일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난 이튿날 밤, 지상파에서는 그의 삶을 돌아보는 추모 다큐멘터리 두 편이 잇따라 방송됐다. MBC는 지난 5월 방송한 ‘파하, 최불암입니다’ 1부를 다시 내보냈고, KBS1은 ‘한국인의 밥상’ 팀이 만든 ‘따뜻한 어른, 최불암 당신이 길이었습니다’를 방송했다. 두 다큐가 비춘 것은 ‘국민 아버지’라는 이름 이전에 그가 어디서 왔고 무엇을 보며 살았는가였다.


그 뿌리는 명동이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그는 어머니 이명숙 여사가 운영하던 명동 대폿집 ‘은성’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문화예술인들이 모이던 그 집을 두고 “제게는 커다란 스승”이었다고 회고했다. 가난한 시인들이 김치 하나로 행복해하던 모습을 지켜봤고,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시인 변영로에게 축하의 막걸리 한 잔을 받았다는 일화도 전했다.


'따뜻한 어른, 최불암' 방송 ⓒKBS1

이후 그는 명동 국립극장 단역 아르바이트로 무대에 섰다가 이듬해 국립극단 단원이 됐고, 연극에 머물던 그가 TV 출연을 결심한 것은 당시 신예 배우였던 지금의 아내 김민자에게 반하면서였다. 평생 화려한 성공보다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았던 그의 태도에는 이 시절의 기억이 자리하고 있었다.


배우로서 그는 일찍부터 나이 든 얼굴을 맡았다. 31세에 50대 형사 박 반장을 연기했고, 동료들이 청춘스타로 활동하는 사이 노역 전문 배우로 자리를 잡아 ‘전원일기’로 ‘국민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박 반장이 권총과 수갑 대신 흰 손수건을 쓰는 설정은 범인을 정신으로 다스려야 국민이 공감한다는 어머니의 조언에서 나왔다고, 그는 미공개 인터뷰에서 밝혔다. 고향을 떠나 생계를 꾸리던 사람들 사이에 범죄가 늘던 1970년대에, 처벌하는 형사보다 사람을 이해하는 형사를 그리려 했다는 것이다. 박근형, 백일섭, 고두심, 채시라 등은 그의 연기와 인간적인 면모를 회고했고, 정경호는 그를 “현장에 사는 배우 같았다”고 표현했다.


사람을 향한 이 시선은 2년 전 ‘한국인의 밥상’ 촬영길에서도 그대로였다. 2024년 4월 아내가 사준 새 양복을 입고 나온 그는 새 옷을 입고 나오고 싶었다며 웃었다. 새벽 6시 반 꽉 막힌 도로를 보면서는 이미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을 이야기했고, 대한민국 전부가 매일 그 시간 도로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며 각자 목적지를 찾아가는 모습을 예술의 한 장면이라고 했다. 밥상에 대해서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밥상 사이에서 신구의 조화를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어머니들의 솜씨가 자식에게 이어지는 손맛을 이야기하다 자신이 건강하게 지낸 것도 어머니 김치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파하, 최불암입니다' 방송 ⓒMBC

그에게 ‘한국인의 밥상’은 음식 프로그램 이상이었다. 2024년 1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임기순 PD는 고인이 밥상에 담긴 한국인의 문화와 뿌리를 지키는 일을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길로 여겼다고 전했다. 70세에 프로그램을 시작해 14년 동안 매주 전국을 다니면서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고 했다. 다큐가 담은 촬영길의 하루는 그 14년 가운데 건강하게 현장을 다닌 거의 마지막 시기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 뒤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프로그램에서 물러났다.


그는 투병 중이던 2025년 MBC 제작진에 직접 전화해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제작을 준비하며 시청자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면서 “그게 광대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5월 방송 때는 재활에 전념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하차할 때도 제작진이 준비하려던 특집을 사양했는데, 헤어질 때는 눈인사가 더 애틋하고 오래 남는다는 이유였다고 임 PD는 전했다. 생전 사양했던 특집이 1년 반 만에 추모 방송이 되어 시청자를 찾은 것이다.


두 다큐의 2부는 11월 1일 이어진다. MBC는 오전 9시 30분, KBS는 오후 8시 10분에 방송하며, KBS 2부는 14년간 전국 밥상을 찾아간 발자취와 해외 동포를 만난 여정을 ‘한국인의 밥상’ 후임 진행자 최수종의 내레이션으로 돌아본다. 발인은 2일이며, 서울 여의도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열린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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