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1년, 규제의 역설③] 연장하자니 거래절벽, 풀자니 불안…정부의 ‘딜레마’
입력 2026.10.31 07:00
수정 2026.10.31 07:00
서울 토허 신청 4월보다 58.7% 감소…집값 상승세는 지속
강남3구 하락에도 비강남·경기 일부 오름세…규제 해제 부담
군포·수원 등 인근 지역도 상승…지정 기준 명확화 목소리
ⓒ뉴시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해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해제보다 연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토허구역을 묶어도 서울·경기 아파트값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규제를 풀기에는 더 어려운 역설에 놓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정 효력이 끝나면 억눌렸던 갭투자 수요가 유입돼 집값을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연말까지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수도권 토허구역 지정 연장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올해 말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의 지정 기간이 만료될 예정이어서 해제와 연장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실거주 의무 등으로 인해 주택 거래 위축도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시가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토허 신청 건수는 3678건으로, 올해 신청이 가장 많았던 4월의 8896건과 비교해 58.7% 줄었다.
다만 집값 흐름을 고려할 때 토허구역 유지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울과 경기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10월 넷째 주 기준 90주 연속 상승하며 최장 상승 기록을 매주 경신 중이며, 올해 누적 상승률은 8.73%에 이른다. 경기 아파트값도 올해 들어 6.23% 올랐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세가 둔화되고는 있지만, 토허구역 지정 효력이 중단되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수요가 유입돼 시장 흐름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규제로 억눌렀던 수요가 한꺼번에 풀릴 경우 집값을 자극할 수 있어 규제 해제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는 점도 해제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과거 규제지역 해제는 집값 하락이 뚜렷한 지방과 수도권 외곽부터 이뤄졌다. 반면 최근에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비강남권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지역별로 엇갈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강남3구의 집값 하락을 고려해 규제 완화를 검토할 수 있지만, 해제 이후 외지인 투자 등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규제 형평성을 고려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도 줄어드는 강남권 해제를 고민해봐야하지만 갭투자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2021~2022년 규제지역을 풀 때도 지방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현재 수도권에선 외곽 지역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규제를 풀자는 논의를 하기엔 시점이 이르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난해 2월 서울시의 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허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단초로 지목해 온 점도 연장 가능성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지난 7월 추가 지정된 경기 화성 동탄구와 용인 기흥구, 구리시의 토허구역 지정 기간은 내년까지다. 이들 지역의 지정 기간과 관련해 해제·연장 여부가 함께 검토될 수도 있다.
토허구역 인근 지역의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규제 확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토허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은 군포시는 올해 아파트값이 10.48% 상승했고, 수원 권선구는 11.12%, 화성 병점구는 8.89%, 부천 원미구는 7.64%, 남양주는 6.72% 올랐다.
한편 업계에서는 토허구역 지정이 시장 상황에 따라 반복되는 만큼 구체적인 지정 요건과 확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토허구역은 개발 사업이나 토지 이용 계획 변경뿐 아니라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며 “투기 우려라는 기준이 애매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명확하게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