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엔 두려움, 지금은 감사"…아내 신장 이식받은 60대의 사연
입력 2026.10.30 15:54
수정 2026.10.30 15:55
아들 대신 신장 기증 나선 아내…혈액형 부적합 이식 성공
투석 치료받던 60대 남편, 수술 1년 만에 일상 복귀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에 감사 전해…신장 기능도 호전
신장이식 환자 강세동 씨와 강 씨의 주치의인 윤혜은 신장내과 교수(왼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아내에게 신장(콩팥)을 기증받아 새 삶을 얻은 60대 남성이 이식 수술 1주년을 맞아 가족과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혈액형이 다른 아내의 신장을 이식받은 그는 건강을 회복해 현재는 현업에 복귀하는 등 일상을 되찾았다.
30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강세동 씨(63)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크레아티닌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이후 원인 불명의 급성 신부전 진단을 받고 2025년 3월부터 신장투석을 시작했다.
평소 건강하게 지내던 강 씨가 갑작스럽게 투석 치료를 받게 되자 해외에서 근무하던 아들은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겠다며 귀국했다. 아내가 걱정할 것을 염려해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이식 전 검사까지 받았지만, 뒤늦게 이를 알게 된 강 씨의 아내가 자신이 신장을 기증하겠다며 아들을 만류했다.
결국 아내가 기증자로 나섰고, 강 씨는 혈액형이 다른 아내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은 혈액형이 일치하는 경우보다 까다롭지만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가족들의 보살핌 속에 건강을 회복한 강 씨는 현재 현업에 복귀해 일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강 씨에게 아내는 젊은 시절부터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에 진학한 그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당시 은행에 근무하던 아내는 수업을 마친 강 씨에게 저녁 식사를 사주곤 했고, 대학 마지막 학기에는 학비까지 보태며 힘이 돼줬다.
강세동 환자와 신장을 내어준 아내의 결혼 30주년 기념사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그렇게 오랜 세월 곁을 지켜온 아내가 이번에는 자신의 신장을 내어준 것이다.
강 씨는 “동갑내기 아내는 젊은 시절부터 제게 아낌없이 베풀어줬는데, 이제는 자신의 신장까지 나눠줬다”며 “평생 갚아도 모자랄 정도로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전 오늘은 두려운 마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갔지만, 1년이 지난 오늘은 감사한 마음으로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며 곁에서 힘이 돼준 가족과 지인, 수술과 치료에 힘쓴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지난 20일 외래 진료에서 강 씨의 주치의인 윤혜은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수술 후 신장 기능 수치가 모두 호전돼 복용하던 약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아들과 아내가 서로 기증하겠다고 나설 만큼 든든한 가족의 사랑과 지지가 환자의 빠른 회복에도 큰 힘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순철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혈관이식외과 교수)은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이 도입되면서 과거에는 적합한 공여자를 찾지 못해 이식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환자들도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장기이식이 유일한 치료 선택지인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성모병원은 1969년 3월 명동성모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신장이식에 성공한 이후 고난도 이식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해 왔다. 2009년 5월에는 혈액형 부적합 신장이식에 처음 성공했으며, 올해 2월 누적 500례를 달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