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릴리·SK바이오팜도 손 내민 中 AI 신약 개발 기업이 밝힌 성공 비결
입력 2026.10.30 15:07
수정 2026.10.30 15:08
12년 동안 발굴 신약 '13개' 임상 승인 받아
릴리·SK바이오팜과 '조 단위' 계약 체결해
쥐에 왕 인실리코 메디슨 글로벌 사업개발 총괄(왼쪽에서 두번째)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패널 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빅파마 일라이릴리와 국내 SK바이오팜 등을 고객사로 둔 중국의 AI 신약 개발 서비스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이 자사 신약 개발용 AI 서비스가 보유한 강점을 공개했다. 자체 AI로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 13건의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아낸 인실리코 메디슨은 "신약 개발용 AI 서비스의 실력은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을 몇 번이나 임상 시험 단계까지 올려보낼 수 있는지로 판가름 난다"고 강조했다.
쥐에 왕 인실리코 메디슨 글로벌 사업개발 총괄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6(BIX 2026)’ 패널 토론에서 “운이 좋으면 한 번은 성공할 수 있고 두 번도 성공할 수 있다”며 “30번 넘게 반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우리에게 꽤 쉬운 질문”이라고 말했다.
신약 개발은 통상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품목허가까지 도달하는 비율은 7.9%에 그친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AI를 적용하려고 애쓰는 이유다. 현재 AI 서비스는 주로 신약 후보물질 설계부터 동물 대상 전임상 실험 이전 단계까지 쓰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만 통상 3~4년이 걸린다.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할 수 있다면 이득인 셈이다.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더 많은 파이프라인을 검증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인실리코 메디슨의 성과는 독보적이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지금까지 자체 AI로 발굴한 화합물 31개를 전임상 후보물질로 선정했다. 여기서 13개 파이프라인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등에서 IND 승인을 받았다. 임상 1상에 진입한 신약 후보물질도 8건에 달한다.
신약 개발의 첫 단추는 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찾아 어떻게 무력화할지 설계하는 과정이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의약품의 표적을 찾는 '판다오믹스'와 찾아낸 표적에 맞춰 의약품을 설계하는 '케미스트리42'를 모두 갖추고 있다. 여기에 범용 AI를 신약 개발용으로 다시 가르치는 훈련 프로그램 ‘MMAI 짐'을 더해 AI의 약물 특성 예측 성능을 최대 10배 넘게 끌어올렸다.
왕 총괄은 "판다오믹스는 신약 후보물질의 표적과 경로, 적응증(치료 범위)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도록 도와준다"며 "과거에는 연구개발(R&D)팀이 타당성을 분석하는 일에 최소 2주가 걸렸지만, 이제는 10분 안에 보고서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케미스트리42로 표적에 맞는 저분자나 고분자를 생성하고 최적화해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발굴한 파이프라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특발성 폐섬유증(IPF) 신약 후보물질 '렌토서팁'이다. 렌토서팁은 지난 7월 중국에서 임상 3상에 진입했다. 신약 후보물질 설계부터 전임상 단계까지 모두 AI 서비스로 확보한 파이프라인이 임상 3상에 돌입하는 사례로는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왕 총괄은 “렌토서팁 프로그램을 시작한 2019년에는 해당 표적과 특발성 폐섬유증을 연결한 논문도 없었고 임상시험은 말할 것도 없었다”며 “AI 모델 없이는 수많은 표적 후보 가운데 해당 표적을 찾아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과는 실제 계약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상위 20대 제약사 가운데 14곳이 인실리코 메디슨의 AI 플랫폼 '파마.AI'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형태로 쓰고 있다. 인실리코 메디슨의 대표적인 고객사가 일라이릴리다. 일라이릴리는 2023년부터 인실리코 메디슨과 협업해 왔다. 국내에서는 지난 6월 SK바이오팜이 최대 25억7000만 달러 규모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왕 총괄은 “상위 20대 다국적 제약사 가운데 14곳이 현재 저희 고객사”라며 “파트너가 관심 있는 표적을 알려주면 저희가 프로그램을 맡아 전임상 후보물질 선정 단계까지 진행한 뒤 파트너에게 넘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껏 파트너사에게 기술수출(L/O)한 7개 파이프라인 모두가 임상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인실리코 메디슨은 앞으로 넘어야 할 관문으로 '품목허가'를 꼽았다. 지금까지 인실리코 메디슨의 수익 대부분은 글로벌 빅파마 등 제약사와 계약하며 받은 계약금에서 나왔다. 직접 발굴한 파이프라인을 의료 현장에 팔 수 있어야 AI 서비스의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왕 총괄은 "인실리코 메디슨에는 분명히 변곡점이 올 것"이라며 “AI 신약개발 기업으로서 짧은 기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 좋은 검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첫 번째 프로그램이 결국 허가를 받는다면 큰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