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자니 구멍, 미루자니 네 번째…코인 과세 딜레마
입력 2026.10.30 15:17
수정 2026.10.30 15:28
해외 거래·신종 거래 과세 공백 여전
시행하자니 형평성, 미루자니 정책 신뢰 부담
유예 땐 보완 과제·이행 일정 제시가 관건
민주당, 11월 말 결론 내릴 것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재경위원 가상자산사업자 간담회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데일리안 김민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가상자산 과세 시행 여부를 11월 말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해외 거래 파악과 신종 거래의 과세 기준 등 제도의 빈틈을 보완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반복 유예에 따른 정책 신뢰 훼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여야에서는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해 업계와 청년층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와 토론회가 잇따라 열렸다.
내년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 과세 준비 상황과 추가 유예 필요성을 점검하는 자리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이날 당 정책위원회·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5대 거래소 간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1월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의원은 “과세를 유예하려면 11월 말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만큼 그 전에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예로 가닥을 잡았느냐는 질문에는 업계의 의견을 듣고 유예가 적절한지 판단하는 과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가상자산 업계는 간담회에서 과세 유예를 요구하며 산업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국내 시장의 개인투자자 중심 구조와 법인·외국인 참여 제한 등 해외 시장과 다른 특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결론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정책위의장은 “과세 불확실성이 시장과 투자자에게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당의 입장을 조속히 정하겠다”고 밝혔다.
조승래 재경위원장도 “신속한 판단과 함께 시장 육성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결론 시한을 제시했지만 시행과 유예 어느 쪽도 부담이 적지 않다.
예정대로 시행하면 국내외 거래 간 과세 형평성과 납세자의 신고 부담이 문제가 되고, 다시 미루면 그동안 제도를 얼마나 보완했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30일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2027 가상자산 과세 유예, 시행시기는?’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데일리안 김민희 기자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7 가상자산 과세 유예, 시행시기는?’ 토론회에서도 과세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는 요구와 반복 유예에 대한 우려가 함께 나왔다.
최희경 법무법인 태평양 금융그룹 전문위원은 해외 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DEX), 개인지갑, 장외거래 등을 포괄하는 추적 인프라의 한계를 짚었다.
국내 거래소 밖으로 옮겨진 자산의 매매와 손익을 파악하기 어려워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 자동교환 체계(CARF)도 즉각적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등은 2027년 첫 정보교환에 나서지만 국가별 참여 시점에는 차이가 있다. 개인 간 직접거래와 완전히 탈중앙화된 거래까지 모두 파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과세 대상과 시점의 불명확성도 남아 있다.
스테이킹·렌딩·에어드롭·하드포크 등 다양한 거래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어떻게 분류하고 언제 과세할지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경하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가상자산이 거래소와 개인지갑 등을 거치는 동안 취득가액 정보가 단절될 수 있다”며 “정보이전 체계와 입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업자의 자료 제공 의무뿐 아니라 오류 정정 절차와 납세자의 거래내역 열람권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 역시 “자산의 권리와 사업자의 자료 제공 책임, 납세자의 원가·손실 입증 방법부터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규율 공백에 따른 계산과 집행 오류를 납세자가 개별적으로 해결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과세를 계속 미루는 데 대한 경계도 나왔다.
김 교수는 “시행 시기 조정이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더라도 반복 유예의 정당성이 무제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없으면 법적 안정성과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같은 논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과세 전에 반드시 해결할 법적 요건과 시행 이후 단계적으로 보완할 행정·기술적 과제를 구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자체를 필수 선결조건으로 삼기보다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과 소득 분류를 얼마나 명확히 정비해야 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유예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날짜만 바꾸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강 교수는 “시행 일정을 조정한다면 담당 기관과 완료 과제, 검증 일정, 국회 보고를 함께 정하고 미이행 사유를 공개적으로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의견을 토대로 11월 말까지 판단을 내릴 계획이다.
유예 여부와 함께 남은 과제의 보완 범위와 이행 일정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할지가 이번 결정의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