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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甲’ 애플, 낸드플래시 메모리 업체들에 ‘역공’ 당했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10.29 20:06
수정 2026.10.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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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열풍에 낸드플래시 가격 1년 새 5배 폭등

애플, 납품업체 장부까지 감사하며 가격 인하 압박

빅테크 4사 구매 애플 2배…칩 업체 협상력 역전

애플, 구매비 60억→250억弗…아이폰 수익 비상


팀 쿡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월8일 당시 은퇴를 앞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본사 애플파크에서 개최한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기조 발표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두 손을 모아 감사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급업체를 쥐락펴락하던 미국 애플이 인공지능(AI) 열풍에 된서리를 맞았다. 미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바람에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등하자, 반도체 업체들이 애플에 되레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은 낸드플래시 시장의 주도권을 애플에서 반도체 공급업체들로 옮겨놓았다며 이를 칩 공급업체들의 ‘복수’(revenge)라고 규정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데이터센터의 저장장치에 쓰인다.


애플은 한때 세계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20% 이상을 사들이는 막강한 ‘바잉파워’(구매력)을 무기로 납품업체들에 가격을 후려쳤다. 다른 고객에게 더 싸게 팔지 못하도록 하는 ‘최혜 대우 고객’ 조항을 계약에 넣고 회계장부까지 감사했다. 미 마이크론이 다른 업체에 더 낮은 가격으로 납품한 사실을 적발해 중재 절차를 거쳐 수천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당시 애플 구매 책임자 토니 블레빈스의 협상 방식은 악명이 높았다. 경쟁업체 영업팀들이 서로 마주치도록 회의일정을 잡아 가격 경쟁을 부추겼고, 협상을 자정 넘게 이어가면서도 저녁식사 시간도 주지 않았다. 일본 키옥시아의 영업담당 임원 스콧 넬슨은 애플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해 캘리포니아 사막에서 자신의 아이팟을 소총으로 쏴 부쉈을 정도다.


애플은 이 같은 ‘야비한’ 구매 전략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저장용량 추가 판매에서 평균 80% 이상의 매출총이익(매출에서 원가를 뺀 이익)률을 기록했다. 2023년 낸드플래시 업계가 190억 달러(약 25조 4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동안 애플은 저장용량 추가 판매로 140억 달러의 매출총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2년 전만 해도 애플의 낸드플래시 구매량은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메타·구글 4개사를 합친 것의 2배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이들 4개사의 구매량이 애플의 2배에 달한다. 메타와 MS·아마존은 키옥시아와 높은 가격을 보장하는 장기 공급계약까지 맺었다.


이에 따라 애플의 낸드플래시 구매비용은 지난해 60억 달러에서 올해 250억 달러로 폭증할 전망이다. 아이폰 저장 용량을 256기가바이트(GB) 늘리는 데 드는 비용도 15달러에서 66달러로 뛰었다. 월트 쿤 테크인사이츠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오랫동안 메모리 업체들을 가혹하게 압박했다”며 “협상력의 균형이 바뀐 데 대해 업계가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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