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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인수제안 '읽씹' 금지…베어허그, 일본 사례서 참고할 점은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6.10.30 06:53
수정 2026.10.30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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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세미나

日, 연성 규범인 '지침' 도입해

인수합병 활성화 이끌었지만

재해석으로 구속력에 한계

김정남 전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아시아·태평양 선진시장팀 대표가 29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베어허그의 조건'을 주제로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진행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제58차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강현태 기자

'코리아 프리미엄'을 목표로 금융당국이 인수합병 활성화 차원에서 '한국형 베어허그' 도입을 예고한 가운데 앞서 관련 정책을 추진한 일본 사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특정 기업(이사회)이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진지한 인수제안'을 접수한 경우, 관련 내용·검토 계획·논의 경과·최종 판단 및 사유를 주요사항보고서로 공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우리보다 앞서 증시 체질 개선을 모색한 일본이 지난 2023년 '바람직한 인수에 대한 지침(이하 지침)'을 도입했던 만큼, 장단점을 파악해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남 전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아시아·태평양 선진시장팀 대표는 29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베어허그의 조건'을 주제로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진행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제58차 세미나에서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2023년 8월 발표한 지침에 이사회의 4단계 행동, 진지한 제안의 3가지 요건이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증시 체질 개선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거버넌스 개혁에 나섰고, 관련 맥락에서 베어허그 관련 접근법을 내포한 지침을 도입했다.


베어허그란 법적 절차가 아닌 협상 방식으로, 인수 희망자가 주가가 저평가된 대상회사에 시가보다 프리미엄을 붙인 인수제안을 공개 제출해, 이사회 및 지배주주가 쉽게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뜻한다.


METI 지침에 담긴 이사회의 4단계 행동은 ▲제안 수령 즉시 이사회에 보고하고 ▲구체성·정당성·실현가능성을 검토해 진지한 제안인지 판단한 뒤 ▲독자 경영안과 데이터 비교를 통한 진지한 검토를 거쳐 ▲가격·조건 개선 등 협상을 진행한다로 요약된다.


진지한 제안과 관련해선 ▲가격·조건·일정 등 '구체성' ▲경영전략·가격상승용 제안 여부 등 '목적의 정당성' ▲자금 증빙 부재·지배주주 매각의사 없음 등 '실현가능성' 등 3가지 판단 요건이 제시됐다.


김 전 대표는 "일본은 모범답안을 주고 기업 스스로 채점하는 식"이라며 "일본의 변화를 참고하되 장기적으로 이를 넘어선 선진시장 제도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시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무엇을 검토하고 공개할지, 위반 시 책임이 무엇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日 지침 올해 '재해석'돼
"이사회 재량 확대됐지만
검증 방법은 확보되지 않아"


다만 연성 규범 형태의 접근법은 한계점으로 꼽혔다.


지침 도입 이후 일본 인수합병 시장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봤음에도 정권 성향에 따라 지침이 '재해석'된 흐름이 한국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례로 최초 지침은 경영진 및 이사회의 정성적 가치를 활용한 보신을 금지했다. 명확한 정량화 노력을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올해 재해석된 지침은 종업원, 거래처 기여는 물론 경제안보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부여했다.


김 전 대표는 "재해석된 지침 관련 우려를 한문장으로 요약하면 '이사회 재량은 확대됐지만 검증 방법은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맥락에서 한국형 베어허그의 법제화 수준도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거버넌스포럼 감사인 심혜섭 변호사는 "(일본 지침과 같은) 연성 규범은 그냥 바꿀 수 있다"며 "연성 규범은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이 없고, 통제할 수 있는 장치도 없어 사법적 심사를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입법 절차를 밟아 경성 규범화해야 한다는 뜻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국회 보좌관으로 근무했던 권태준 트러스톤자산운용 수탁자책임실장은 "입법 사이드에서 일해본 경험상 진지한 제안 관련 구분법을 법률, 시행령, 고시 등 경성 규범으로는 마련하지 못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권 실장은 "'진지한 인수제안이 있으면 이사회가 의견 표명을 해야 한다'고만 해두고, 진지한 인수제안인지 아닌지는 (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에 기초해 이사회가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봤다"고 말했다.


진지한 인수제안 여부를 둘러싼 쟁점이 발생하면, 법원 판단을 받는 쪽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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