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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바이오, '돈맥경화' 뚫으려면 '투자 회수' 방안부터 제시해야

한보라 기자 (simplyh@dailian.co.kr)
입력 2026.10.29 19:26
수정 2026.10.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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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VC는 빅파마 M&A로 투자 회수 원해

후보물질 떼어낸 '해외 뉴코'도 새로운 해법

ⓒ데일리안 한보라 기자

국내 바이오텍들이 민간 투자를 유치하려면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다양한 자금 회수 방안을 제시하는 적극성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이 국내 바이오텍에 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는 기업 공개(IPO) 외에는 마땅히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찬우 KB인베스트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BIX) 2026' 패널 토론에서 “글로벌 빅파마들이 좋은 기술을 가진 약 1조4000억~2조9000억원(10억~20억 달러) 규모의 국내 바이오텍을 살펴 보면서도, 인수를 주저하는 건 문화와 언어 측면에서 인수 후 통합(PMI)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바이오텍은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등 초기 연구개발(R&D) 단계에서 주로 정부 연구 과제에 손을 벌린다. 이후 확보한 파이프라인의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동물 대상 전임상 실험 단계에 필요한 자금은 민간 투자자를 통해 조달한다. 문제는 VC 등 민간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국내 자본 시장에서는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소규모 바이오텍 입장에서 IPO의 관문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을 심사할 때 기술수출(L/O) 실적을 사실상 핵심 잣대로 활용한다. 상장 이후에도 매출 요건 등 상장 유지 조건을 맞추느라 기술수출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전임상 실험이나 임상 1상 같은 초기 단계에서 파이프라인 권리를 넘길 수밖에 없다.


국 CIO는 “미국에서 바이오텍이 IPO하는 목적은 M&A를 더 쉽게 하기 위해서”라며 “반면 한국 시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IPO에서 엑시트(투자 회수)를 하길 원한다. 바이오텍을 인수할 자본을 가진 제약사 등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글로벌 빅파마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안 중 하나로는 '뉴코(NewCo)' 모델이 꼽혔다. 뉴코는 신약 후보물질의 지적재산권(IP)을 넘겨받아 외부 투자자 자금으로 개발에 집중하는 독립 법인이다.


뉴코를 해외 법인으로 두면 현지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조달하기 유리하다. 글로벌 빅파마도 문화나 언어 부담 없이 법인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 실제로 아이엠바이오로직스의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은 2024년 미국 뉴코 내비게이터로 넘어갔다. 내비게이터는 출범 직후 현지 투자자들로부터 약 1400억원(1억 달러)를 유치했다.


국 CIO는 “한국에는 좋은 초기 자산(파이프라인)이 많고, 그 회사를 미국으로 플립하려고 한다”며 “플립한 뒤 미국의 VC인 플레이그라운드 같은 곳이 나서 더 큰 자금을 조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리즈 A로 약 2000억원(1억5000만 달러) 정도를 끌어온 뒤 임상계획 승인신청(IND) 준비가 된 파이프라인의 개발을 시작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후기 임상 역량도 과제로 꼽힌다. 국내에는 개발된 신약 자체가 적은 만큼 후기 임상을 진행해 본 최고의학책임자(CMO)도 드물다. 관심이 있는 적응증(치료 범위)에 대해 이미 신약 개발을 마쳐본 해외 전문가를 외부 자문으로 영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수익성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 상용화되면 얼마를 벌어들일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겨냥하는 적응증의 환자 수와 비슷한 파이프라인의 기술수출이나 M&A 금액이 대표적인 근거다. 시장성만 확인되면 글로벌 빅파마는 파이프라인 가치의 최소 두 배를 치르고 회사를 사들인다는 설명이다.


벤자민 김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 파트너는 "기술을 넘어 시장을 이해해야 한다"며 "공개 시장에서 어떤 딜이 있었고 기업들이 어떤 가치에 거래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은 초기 단계의 차별성에 값을 치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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