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허제 1년, 규제의 역설②] 갭투자 막았더니 전세도 줄어…실수요자까지 묶었다
입력 2026.10.30 07:00
수정 2026.11.02 01:19
갭투자 비중 37.9%→6.1%…전세 매물 14% 감소
신규 전세계약 31.6%↓…중저가 거래는 반토막
내년 갱신요구권 만료 본격화…전세시장 불안 우려
서울 잠수교에서 바라본 반포 아파트 모습. ⓒ뉴시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지 1년이 지나면서 갭투자 억제 효과와 전세시장 위축 우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갭투자는 줄었지만 전세 매물과 신규계약도 감소해 임차인의 주거 선택지가 좁아졌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갭투자 거래 비중은 지난해 10월 37.9%에서 올해 8월 6.1%로 31.8%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10월 15일 2만4369건에서 올해 10월 16일 2만952건으로 약 14%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0·15 대책 이후 약 1년간 9.79% 상승했다. 대책 직전 1년간 상승률(2.41%)의 약 4.1배에 달한다. 갭투자 억제 효과와 별개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은 커진 셈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은 3만608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2781건) 대비 31.6% 감소했다.
갱신계약은 4만2748건에서 3만9405건으로 7.8% 줄었다. 계약 유형이 확인된 거래 중 갱신계약 비중은 44.7%에서 52.2%로 높아졌다. 신규계약이 급감하면서 전체 계약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계약 감소 원인 중 하나로는 지난해 10·15 대책으로 확대된 토허제의 2년 실거주 의무가 꼽힌다. 임대주택을 매수한 사람이 직접 입주하면 해당 주택이 전세시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을 일정 요건을 갖춘 무주택자가 매입할 경우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도록 했다.
지난달에는 신청 기한을 2027년 말까지 연장하고 기존 임대차 잔여기간에 더해 갱신계약 1회(최대 2년)도 인정하는 등 범위를 확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정부 대책에도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9월 유예 신청은 198건으로 전체 토허 신청(3678건)의 5.4%다. 6~9월 누적 신청도 812건으로 전체 신청(1만6536건)의 4.9%에 불과했다.
시장 불안 속 청년과 신혼부부 등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계층이 선택할 수 있는 중저가 전세 거래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올해 1~8월 전용 60㎡ 이상 85㎡ 미만 서울 아파트의 보증금 5억원 이하 신규 전세계약은 3554건으로 전년 동기(7298건)보다 51.3%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내년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임차인들의 계약 만료가 전세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 갱신계약은 6만4327건으로 전년(4만6111건)보다 39.5% 늘었다. 갱신요구권 사용 계약은 1만5871건에서 3만6101건으로 127.5% 급증했다. 통상 2년인 계약기간을 고려하면 상당수가 내년 만료될 전망이다.
갱신요구권을 소진한 임차인은 계약 만료 이후 높아진 시세에 맞춰 보증금을 올려주거나 다른 주택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전세 매물 감소와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 축소, 정비사업 이주 수요가 겹치면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주요 아파트 전세보증금 중윗값 변화. 자료=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그래픽=AI 활용 제작
이미 서울 주요 아파트 전세보증금도 지난해보다 급등한 상황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 노원구 월계동 미성아파트 전용 50.14㎡ 전세보증금 중윗값은 지난해 1억8950만원에서 올해 3억원으로 올랐다.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용 79.24㎡는 3억975만원에서 4억5500만원, 강서구 가양동 한강타운 전용 84.99㎡는 4억3000만원에서 6억원으로 상승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전문위원은 “내년에는 입주물량이 더 줄어들고 실거주를 요구하는 정부 규제도 계속 남아 있을 것”이라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까지 겹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인해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있고, 주택임대사업자들도 등록임대 종료에 따라 매물을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며 “전월세 매물 자체가 줄어드는 형국이라 전월세 가격은 계속 우상향 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토허제 1년, 규제의 역설③] 연장하자니 거래절벽, 풀자니 불안…정부의 ‘딜레마’>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