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국민 저항' 외쳤지만…'조희대 국조' 앞에 선 국민의힘 '딜레마'
입력 2026.10.29 06:30
수정 2026.10.29 09:43
민주당, 내달 5일 국조 요구서 보고 예고
국민의힘, 조사 참여해 원내 대응도 '무게'
장외투쟁 필요성에도 예산국회 부담 '변수'
결국 시기·방식 관건…"출구전략 생각해야"
10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에 피켓을 부착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면서 국민의힘의 대응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범국민적 저항'을 예고했지만, 거대여당의 의석 우위 속에서 국정조사를 저지할 현실적인 수단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국정조사에 참여해 원내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장외투쟁의 시기와 방식, 예산국회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다음 달 5일 국회 본회의에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요구서를 보고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와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 의혹 등을 국정조사 추진 사유로 제시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강행하더라도 조사 과정에 참여해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정조사 요구서가 본회의에 보고되면 별도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기존 법제사법위원회에 조사를 맡기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한 국민의힘 원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위가 구성되면 들어가서 싸워야 한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의 출석 여부와 무관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별도 특위가 구성될지, 법사위에서 국정조사를 진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민주당이 의석 우위를 확보하고 있어 국민의힘이 조사 범위와 증인 채택 등을 둘러싼 주도권을 쥐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국정조사 추진 자체를 막을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정조사 실시 요구서는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닌 만큼 국민의힘이 본회의 절차를 지연시키기도 어렵다.
원외투쟁 역시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장외집회 등 대응 계획에 대해 "아직 이야기 나온 것이 없다"며 "서명운동의 경우 국정조사 단계에서는 할 수 없고, 탄핵 단계에 가서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0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2026년도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을 사법부를 겨냥한 정치적 압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휴대전화 교체 내역을 조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것은 일종의 스토킹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이 진행하겠다는 국정조사는 한 사람에 대한 집요하고 악독한 폭력"이라며 "국민의힘은 이 야만적인 폭력에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조 대법원장 탄핵에 반대하는 응답이 찬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6~27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반대는 50.3%, 찬성은 32.0%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무선전화 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내에서는 원내 대응의 한계를 인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조사가 별도 특위가 아닌 법사위에서 진행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기존 법사위의 여야 대립이 국정조사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결국 법사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 싶다"며 "민주당이 다수당임을 앞세울 게 뻔한데 현실적으로 열심히 싸우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정말로 탄핵 과정까지 가게 된다면 실제로 장외집회도 가능하다"면서도 "그전 과정까지는 우리 입장에서도 말로 명분을 쌓아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외투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실행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외투쟁이 본격화할 경우 예산국회 일정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시작 시점뿐 아니라 출구전략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장외투쟁 계획에 대해 "정리된 것은 없다"면서도 "많은 의원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부분인데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어느 시기에 어떤 방식으로 장외로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외투쟁을 시작하게 되면 예산국회 등이 다 빨려 들어갈 것"이라며 "출구를 어떻게든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 겨울이 오면 매주 장외로 나가는 데에도 제약이 있는 만큼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