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금융권 AI 해킹…"방어는 정치적 문제"
입력 2026.10.29 07:08
수정 2026.10.29 07:08
은행 해킹 이후 대응 강화 주문에도
금융권 해킹 피해 꾸준히 발생
'규제 강화'로 귀결될 우려
거버넌스 문제로 접근해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금융권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해킹 및 사이버 보안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5대 은행은 물론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 제2금융권 등 업권 전반에서 해킹 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 대응 방안이 규제 강화로 귀결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외부 해킹 여파로 총 3만8490명의 개인 신용정보가 유출된 것을 최근 확인했다.
유출 정보는 고객명, 이메일, 주소, 통신ID, 은행명, 입출금 계좌번호(암호화), 대신증권 종합계좌번호(암호화), 휴대전화번호(암호화) 등 총 8개 항목으로 파악됐다.
대신증권은 지난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증권계좌개설 연계 서버에 대한 비정상적 접근 징후를 포착했고, 인터넷주소(IP) 차단 등의 긴급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열흘에 걸쳐 금융보안원과 함께 정상서비스로 가장한 6만여 건의 신호를 전수조사해 정보 유출 규모 및 내용을 확인했다.
그간 피해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던 자산운용·가상자산·보험업계에서도 해킹에 따른 정보 유출이 발생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선 외부 IP의 비정상적 접근으로 일부 업무용 시스템 관련 정보가 유출됐다. 개인 신용정보 및 민감정보 유출은 없었지만 외부 공격이 확인된 셈이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시스템을 겨냥한 비정상적 외부 접근 영향으로 임직원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지난 27일 확인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생명에선 지난 25일 고객 청약시스템과 홈페이지 일부에서 침해가 발생해 고객 개인정보가 새어 나갔다.
이달 초 은행을 중심으로 대규모 해킹 피해가 발생한 이후, 금융당국이 관련 IP주소를 전파하며 전 금융권의 대응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해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 개인정보가 유출된 신한·KB국민·하나은행의 현금 자동 입출금기(ATM) 코너가 보이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대형사고, 복잡한 해킹 공격 아닌
운영 실수로 발생…거버넌스 중요"
금융당국은 물론 청와대까지 대응 회의를 개최하고 나섰지만, 향후 정책 방향성이 규제 강화로 흘러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AI는 해킹 공격용으로도 방어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만큼, AI를 다루는 '인간의 영역'을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고학수 서울대 교수는 '2026 주요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모든 사이버 공격 관련 문제는 기술적 문제이고, 모든 사이버 방어 관련 문제는 정치적 문제'라는 보안 전문가 할바 플레이크(Halvar Flake)의 통찰에 주목했다.
기술적 한계보다도 사람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구조적 여건이 해킹 피해를 키우는 핵심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고 교수는 "대형사고들은 해커들의 복잡한 공격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운영 실수로 인해 발생했다"며 "거버넌스 메커니즘을 두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달 초 확인된 은행 해킹 피해는 업무 편의를 위해 구축한 직원 전용 채널 등이 결정적 취약점으로 작용했다. 빗썸 역시 임직원 업무 지원 시스템이 해커 먹잇감이 됐다.
'핵심 채널'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련 거버넌스 구축에 소홀했던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빗썸 등은 피해를 입었지만, 우리은행·농협은행은 관련 체계가 작동한 덕에 한숨을 돌렸다.
지난 16일 서울에서 개최된 반도체 전시회 내 SK하이닉스 부스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이미지가 화면에 나타나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상대적으로 보안 취약한
중소기업 겨냥 해킹 증가
소수 AI 인프라 사업자 대한
과도한 의존도 주의해야
금융권 리스크 전이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개별 기업 수준을 넘어선 업권 및 국가 수준의 거버넌스 구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파토스 코크(Fatos Koc)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금융시장과장은 "G20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SME)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며 "관련 기업들은 글로벌 밸류체인에 깊게 개입돼 있고 금융 기관들과도 연계성을 갖는다"고 짚었다.
AI를 활용한 해킹 공격이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크 과장은 금융권이 소수의 사업자에게 AI 관련 인프라를 과도하게 의존해선 안 된다는 견해도 밝혔다.
금융권이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 등과 연계해 AI 활용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집중된 익스포저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코크 과장은 "AI와 금융 그리고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 그리고 개념적인 변화가 '회복력'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기술 발전 자체가 국경을 초월해서 발생하고 있다. 국제 협력과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