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위험 신호에도 강행?"…끝나지 않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책임론
입력 2026.10.29 07:02
수정 2026.10.29 07:02
금감원 발주 보고서 투기 위험 경고
개미 손실 6조원…늦은 보호책 도마 위
'해외 자산운용산업 성공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는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해당 상품의 높은 투기적 위험성과, 기존 분산투자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위험성을 경고받고도 상품 도입을 추진하면서 책임론이 이어지고 있다.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도입을 재검토하거나 투자자 보호 대책을 보완할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일 레버리지 상품 도입에 앞서 관련 위험성을 경고한 연구용역 보고서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사실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해외 자산운용산업의 성공사례를 분석하고 국내 시장에 적용할 시사점을 찾기 위해 자본시장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해당 연구는 같은 해 12월 종료됐다.
약 150쪽 분량의 '해외 자산운용산업 성공사례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는 단일 레버리지의 투기적 위험성과 국내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해당 상품의 높은 투기적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으며, 기존 분산투자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관련 규제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국내 도입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도 제시됐다.
이처럼 위험성을 경고한 보고서가 사전에 제출됐지만, 정작 금융감독원장은 보고서 전체를 확인하지 않아 논란이 불거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해당 보고서를 읽었느냐는 질문에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후 추가 질의가 이어지자 "150쪽 분량의 원본 전체를 보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주요 내용이 담긴 7쪽 분량은 읽었다"고 답변을 정정했다.
단일 레버리지 도입 논의는 연구용역이 종료된 후인 올해 초 본격화됐다.
해당 상품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특정 종목의 하루 주가 등락률을 두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주가가 오르면 일반 주식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로 하락하면 손실도 두배로 커질 수 있다.
정부는 해외로 빠져나가는 투자 수요를 국내로 유도하고 투자자의 상품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도입을 추진했다.
이후 관련 제도 정비를 거쳐 지난 5월 27일 국내 증시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상장됐다.
하지만 출시 이후 각종 부작용이 드러났다.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금융감독원 제출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부터 8월 14일까지 주요 증권사 10곳에서 집계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 개인투자자 손실은 총 6조3130억원에 달했다.
이 중 매매로 확정된 손실은 2조3242억원, 보유 상품의 평가손실은 3조9888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의 투자자 보호 장치가 실효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당국은 지난 7월 기본예탁금 기준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이를 두고 상품 출시 이전부터 위험성을 검토할 기회가 있었던 만큼 보호 장치를 처음부터 강하게 적용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관련 투자자 손실 부작용이 드러난 가운데, 금융당국이 상품 도입에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뉴시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에 대해 후회의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은 당시 "어떻게든 그때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고, 후회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을 직접 운용하는 자산운용업계에서도 투자 자제를 권고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난 7월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결론은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에는 투자하지 말라"며 투자 위험성을 경고했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도 지난 27일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단일 레버리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레버리지를 좋아했다면 홍콩과 뉴욕에서도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며 "한국 고객들이 들어가 손해를 볼까 봐서"라고 말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도입 과정과 투자자 보호 부실을 둘러싸고 금융당국에 질타가 쏟아졌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 레버리지 졸속 심사 의혹을 제기했다.
일반 상장지수펀드(ETF)의 평균 상장 소요 기간이 62일인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29일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9일 국감에서 "금융위에서 정책적으로 발표한 상장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도 논란을 키웠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18일 기자회견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 과정에 대해 "세부적인 절차 내용은 제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전 위험성 경고에도 도입을 강행하고 뒤늦게 보호책을 강화한 금융당국이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품 도입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투자자 보호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당국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며 "사전에 제기된 위험성을 얼마나 검토하고 실제 정책에 반영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