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멜라니아가 휴전 이끌었다"는 백악관에 반박
입력 2026.10.28 07:29
수정 2026.10.28 13:59
백악관 "멜라니아가 단독 중재" 강조
교황청 "교황이 푸틴·젤렌스키 설득"
휴전 성사 공로 놓고 美·교황청 신경전
레오 14세 교황이 21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례 일반 알현에 도착해 신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지 휴전을 둘러싸고 미국 백악관과 교황청이 중재 공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백악관이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영부인의 외교적 성과를 강조하자 교황청은 레오 14세 교황의 중재 활동을 부각하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백악관과 교황청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올레슈키에서 성사된 국지 휴전의 중재 과정을 서로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23일 멜라니아 여사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직접 접촉해 휴전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당시 백악관은 멜라니아 여사를 '독점 중재자'로 지칭하며 협상 조건과 절차, 일정 등을 조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황청은 다른 설명을 내놨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24일 1면 기사를 통해 레오 14세 교황이 양국 정상과 직접 통화하며 휴전을 촉구한 사실을 부각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올레슈키의 심각한 인도주의적 상황에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19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해 민간인 구호를 위한 휴전 필요성을 논의했다. 앞서 마테오 주피 추기경도 지난달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당국과 현지 상황을 협의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는 백악관이 휴전 발표 과정에서 교황의 역할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교황청이 백악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공식 항의한 것은 아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이날 올레슈키 일대에서 국지 휴전에 돌입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이 지역에는 약 1700~2000명의 주민이 남아 있으며 식량과 의약품 부족으로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 휴전은 구호물자 전달과 민간인 대피를 위한 한시적 조치로 우크라이나 전역의 전투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