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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달러 쏟아져 환율 연저점…추가 절상 여력 열리나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10.26 16:59
수정 2026.10.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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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호황에 2년 만에 최고치

역대급 경상흑자가 환율 끌어내려

증시 이탈 덮은 막대한 달러 공급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글로벌 달러 강세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 대외 악재 속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1320원대 초반까지 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수출 급증과 사상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외환시장에 막대한 달러를 공급하면서 통상적인 시장 공식이 깨졌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5원 내린 1323.1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세에 발맞춰 글로벌 주요 통화 대비 원화의 실질적 몸값을 나타내는 지표도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원화의 명목실효환율은 94.83(2020년=100)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 10월 9일(94.91)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명목실효환율은 자국 통화와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 가치를 교역량에 따라 가중 평균해 산출한 지표다.


이 수치가 상승했다는 것은 주요 교역국 통화 대비 원화의 명목 가치가 그만큼 커졌음을 뜻한다.


하반기 들어 원·달러 환율은 수출기업들의 달러 매도 증가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월평균 환율은 지난 6월 1527.3원에서 9월 1359.0원으로 11.0% 급락했고, 최근에는 1320원선 초반까지 내려왔다.


통상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과 달러화 강세는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대표적 요인이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코스피에서 21조4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출 호조로 유입된 막대한 달러 공급이 이러한 자본 유출 압력을 압도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유례없는 경상수지 흑자가 자리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수록된 국제통화기금(IMF) 주요국 경상수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분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166억3010만 달러에 달한다.


1년 전과 비교해 310% 급증한 수치로, 주요 36개국 중 중국(1937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맞물리며 2분기 수출은 1년 전 대비 57% 증가했다.


특히 전체 수출 내 반도체 비중은 올해 초 31.2%에서 지난달 49.9%까지 수직 상승하며 수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원화가치 급락으로 흑자가 급증했던 1998년 외환위기 당시 10%대 최고 기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수출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대규모 달러화를 원화로 바꾸는 수요가 원화 가치를 강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10월 중 달러 인덱스가 연고점을 경신했고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도 다시 확대됐으나 오히려 원·달러 환율은 연저점을 경신했다"며 "무역흑자 규모가 너무 거대해 자본 유출 압력을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무역흑자 규모가 오히려 예상보다 더 커지고 있어 내년까지는 수급의 힘이 상당할 전망"이라며 "내년에도 원화 강세 흐름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화 당국 역시 원화 가치가 앞으로 더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실효환율 기준으로는 환율이 예년에 비해 여전히 높은 게 사실"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하겠지만, 환율은 여전히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외 변수와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변동성 요인으로 남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 기조와 중동 리스크에 따른 국제 유가 불안 등은 원화 가치 상승을 제약할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금리 동결이 예상되는 10월 FOMC 회의 결과와 미국의 이란 재공격 리스크 부각에 따른 유가 불안 등의 재료에 따라 등락을 보일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숨 고르기 국면이 예상되지만 대외 불확실성 변수 및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규모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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