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4번째 미루는 가상자산 과세, ‘눈치 보기’냐 ‘준비 부족’이냐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10.26 15:32
수정 2026.10.26 15:33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2020년 도입 결정 후 시행 거듭된 연기

이번에도 ‘CARF’ 등 이유로 유예 검토

세수 추계·과세 기반 시설 준비 논란에

2028년 총선 의식한 정치적 결단 비판도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그림은 자체 AI로 제작. ⓒ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조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2020년 이후 이번까지 4차례나 제도를 미루게 된다는 점에서 정책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6일 정치권과 정부 부처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와 여당은 내년으로 예정한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소득에서 기본소득(250만원)을 뺀 금액에 기타 소득세·지방소득세를 합산한 22%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걷는 내용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암호화자산 보고체계(CARF)’ 시행이 2029년에야 이뤄진다는 점을 유예 배경으로 들고 있다. CARF는 각국 과세당국이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자동으로 주고받아 해외 거래를 통한 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기준이다. 참고로 한국을 비롯한 46개 국가가 내년부터 CARF 제도를 시행한다.


다만 캐나다와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 등 29개국은 2028년부터 참여한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가 가장 많은 미국은 2029년에야 해당 제도를 도입한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 거의 절반이 미국이다. 미국이 우리에게 과세 정보를 안 주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예정대로 과세를 시행하면 과세당국이 미국 거래소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다 추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이유를 근거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일부에서도 제도 시행을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국회에는 관련 법안도 제출된 상태다.


문제는 미국의 2029년 CARF 참여가 최근 결정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또 CARF 시행 시점과 국내 과세 시점이 꼭 일치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과세정보 자동 교환이 아니더라도 미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받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무엇보다 2020년 제도 도입 결정 이후 정부는 다양한 이유로 여러 차례 일정과 제도를 손봐왔다. 그럼에도 제도를 다시 미룬다면 그동안 정부가 과세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CARF 문제가 아닌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제도를 미루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오는 2028년 총선 때문이다. 내년부터 제도를 시행하면 사실상 실제 과세는 2028년에 이뤄진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세금이 늘어나면 정부와 여당에 유리할 리 만무하다.


청와대에서 ‘청년’을 의식한 것만 미뤄봐도 이런 정치적 이유에 무게가 더 실린다. 금융당국 조사 결과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 가운데 2~30대 비율이 절반 가까이 달한다. 2030세대에서의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청년층이 주축인 가상자산에 세금까지 부과하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과세 유예 검토 소식에 참여연대는 25일 성명서를 통해 “가상자산 투자로 얻은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어째서 청년의 자산형성을 가로막는다는 것인가”라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마저 거듭 유예한다면 자산소득 과세의 원칙과 조세정책의 신뢰는 더욱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출신 한 세무법인 대표 역시 “벌써 수년 전부터 준비해 왔는데, 지금 준비가 부족해서 미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준비가 부족해도 문제고, 정치적인 판단으로 미뤘다면 그것도 참 비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이면 2028년, 2029년이 된들 시행할 수 있겠나”라며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거라면 계속 시장에 혼동을 줄 게 아니라 과감하게 나서는 게 옳은 것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