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손끝과 입, 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가 [송서율의 관심종목]
입력 2026.10.26 09:06
수정 2026.10.26 09:19
소통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말의 무게
지지층과의 '손끝 소통'이 초래한 국정의 고립
스스로 만든 소통의 늪에서 벗어나야 할 때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면 의문이 풀려야 하고, 국민과 자주 소통하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정반대의 생각이 든다. 대통령의 말이 늘어날수록 논란이 커지고, 소통을 강조할수록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듯하다. 대통령은 연일 국민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의 주장에서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것은 아닌가.
최근에는 국정 현안을 AI인 '제미나이'에 물어본 내용을 공개해 논란을 빚었다. AI를 참고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고 싶지 않다. 다만, 대통령의 판단을 둘러싼 여러 우려에 답하면서 AI의 답변을 내세우는 것이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대통령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AI의 답변이 아니라, 제기된 우려를 충분히 검토했는지에 대한 설명일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SNS 소통 행보를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는 이 대통령이 SNS를 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동의하는지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8%가 대통령이 SNS를 통한 직접 소통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밤낮없이 이어지는 대통령의 잦은 SNS 활동에 여권에서도 잠을 좀 주무셨으면 좋겠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SNS를 자신의 '목숨줄'이자 '숨구멍'이라고 표현하면서 활동을 더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인 이재명이 성장해 온 과정에서 SNS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대통령으로까지 키워준 방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그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올랐다면, 당연히 말의 무게와 소통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대통령의 SNS에는 수많은 반응이 달린다. 그중에는 응원도 있지만, 불만과 비판도 있다.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일 것이다. 지지자의 호응을 국민 전체의 평가로 받아들이고, 불편한 지적에는 거친 표현들을 사용해 반박부터 한다면 어떨까. SNS는 보고 싶은 현실만 반복해서 확인하며 결국 대통령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공간이 되어버릴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대통령의 직접 소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대통령 언어를 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를 단순히 점잖게 말하라는 주문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대통령의 말은 개인의 발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의 입장으로 해석되고, 공직사회가 움직이는 기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말은 즉흥이 아닌, 철학과 원칙이 필요하다. 또한, 지지자에게 통쾌한 표현일수록 다른 국민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의 말이 앞설수록 다른 의견이 대통령에게 전달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는 국무회의 생중계에도 적용된다. 회의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어느 정도 충족시킬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질책하고 장관이 당황하거나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반복된다면 어떨까. 지지층에게는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으로 비쳐 효능감을 줄지 몰라도, 각 부처 장관들은 대통령의 판단과 다른 현장의 사정이나 의견을 말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통령이 모든 현안에 직접 답해야 할 이유는 없다. 때로는 설명을 듣고, 각 부처의 판단을 기다리며,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런데 자신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은 무조건 다 옳다'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누가 다른 의견을 내고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에는 헤쳐 나가야 할 국정 과제가 켜켜이 쌓여있다. 잦은 SNS로 논란을 낳기보다 해결에 몰두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말이다. 치열하게 논의하고 고민할 시간도 부족하다. 부디 스스로 고립되는 길로 계속 걸어 들어가지 말고, 눈을 뜨고 귀를 열어야 한다. 대통령이 스스로 고립될수록 고달파지는 것은 결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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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