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전과자, 택배 운전 못 한다…헌재 "공공 안전·신뢰 우선"
입력 2026.10.25 14:14
수정 2026.10.25 14:18
마약 범죄로 실형 선고받으면 최대 20년간 택배 운전 제한
헌재 "중독성·의존성 강하고 수령인 대면 가능성…공공 안전 확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청사. ⓒ데일리안DB
마약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택배 운전 업무를 제한하는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다만 재판관 3명은 재범 위험성이 낮아진 사람에게도 예외 없이 직업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재활과 사회 복귀를 가로막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2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9조의2 제1항 제1호 다목 등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A씨는 2010년 3월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득하고, 2018년 8월 화물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아 택배 운전 업무를 해왔다. 하지만 거제시장은 A씨가 2001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2021년 11월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소했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택배 운전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한다. 제한 기간은 최대 20년이며, 이를 어기면 화물운송 종사자격이 취소된다.
A씨는 자격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해당 법 조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법원은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마약 범죄자의 재범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와 사고를 예방하고,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는 한편 택배 서비스에 대한 공공의 안전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마약류의 강한 중독성과 의존성, 택배 업무 특성상 수령인을 직접 만나거나 개인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헌재는 “종사 제한 조항의 목적은 마약 범죄를 저질렀던 자가 재차 범죄를 저지를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범죄 및 사고 가능성 등을 예방해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 침해 위험의 현실화를 막고 택배 서비스에 대한 공공의 안전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했다. 종사자격 취소 조항도 업무 제한 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봤다.
제한 기간을 최대 20년으로 정하되 범죄 종류와 죄질, 형기의 장단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기간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점도 합헌 판단의 근거가 됐다.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취지다.
헌재는 2015년 12월 마약류관리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택시 운전 업무를 20년간 제한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에는 개별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할 여지를 두지 않은 채 지나치게 오랜 기간 자격을 제한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헌재는 이번 조항은 죄질과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해 제한 기간을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결정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A씨는 관련 제한 규정이 시행되기 전에 저지른 범죄 전력을 근거로 자격을 제한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마약 범죄 전력을 어떻게 평가할지는 마약 범죄 확산 등 현실의 변화에 따라 입법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환·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공익 목적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아진 사람에게까지 개별 사정을 심사해 제한을 완화하거나 해제할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봤다.
이들은 “그 제한이 도리어 재활과 사회복귀를 저해해 장기적으로 재범 방지라는 공익의 실현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