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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신 운전자, 도로에서 잠들었는데…대법, 집유 원심 '파기환송' 왜?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10.25 10:25
수정 2026.10.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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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잠든 A씨에게 입 헹굼물 제공 없이 음주측정…혈중알코올 0.081%

1·2심은 유죄 판단 유지…대법 "운전자가 잠들었다고 절차 면제 안 돼"

내부지침서 시행규칙으로 격상…대법 "대외적 구속력 있는 법규명령"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잠든 운전자에게 입을 헹굴 물을 주지 않은 채 실시한 음주측정 결과는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20시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은 2023년 12월9일 오후 8시25분께 ‘도로 한가운데 시동을 켠 차량 운전석에서 사람이 잠들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세종시 나성동 인근으로 출동했다. 경찰은 차량 안에서 자고 있던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지구대로 데려갔다.


A씨가 지구대 벤치에 누운 채 한동안 일어나지 않자 경찰관들은 같은 날 오후 8시50분께 음주측정기 불대를 A씨의 입 가까이 가져가 측정을 시도했다. A씨는 고개를 돌려 측정기에 숨을 불어넣었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081%로 측정됐다. 당시 면허정지 기준인 0.03% 이상 0.08% 미만을 웃도는 수치였다.


A씨는 잠에서 깬 뒤 약 1시간 후 보호자에게 인계됐다. 경찰은 측정 과정에서 A씨에게 물을 제공해 입을 헹구도록 한 뒤 측정에 응하게 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면허정지 수준의 상태에서 약 3㎞를 운전했다고 보고 음주운전 재범 혐의로 기소했다. A씨는 2019년 2월 음주운전으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확정받은 전력이 있어, 검찰은 10년 이내 재범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했다.


A씨는 재판에서 입 안에 남은 알코올로 음주측정 수치가 실제보다 높게 나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7조의2 제2항 제1호 나목은 호흡측정 때 경찰공무원이 운전자에게 음용수를 제공해 입 안의 잔류 알코올을 씻어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심은 A씨가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뒤 측정까지 약 50분이 흘렀고, 신고 시점부터 추가로 술을 마시거나 가글 제품을 사용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입을 물로 헹굴 필요가 없었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역시 경찰의 절차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A씨가 갑자기 측정기를 입에 대고 숨을 불어넣는 바람에 경찰관이 물을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경찰이 입 헹굼물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적법절차 원칙에 어긋나며, 해당 음주측정 결과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입 헹굼물 제공 절차 자체는 실제로 이행돼야 하는 것이지 운전자가 잠들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절차 이행이 면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대신할 다른 증거가 없고 입 헹굼물 제공 절차의 실질적 내용이 침해된 만큼,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입을 헹굴 물을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은 종전에는 경찰청 내부지침인 '교통단속 처리지침'에 담겨 있었지만, 사건 발생 전인 2023년 7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명시됐다. 1심은 이를 경찰청 내부지침상 절차로 봤지만, 대법원은 대외적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며 경찰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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