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발한 국민 노후자금 182조…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 적절했나
입력 2026.10.25 07:22
수정 2026.10.25 07:22
상반기 증시 상승에 자산 비중 조정 시점 미뤄
국내주식 비중도 확대…목표치·허용 상단 웃돌아
결국 누적 수익률 감소…수익성·위험관리 시험대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이 증시 하락 여파로 180조원 넘게 줄면서 리밸런싱(자산 비중 조정) 유예 결정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약 1700조원 규모의 국민 노후자금을 굴리는 만큼, 증시 상승기에 자산 비중 조정을 미룬 판단이 기금의 수익성과 위험관리 원칙에 부합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은 1684조2000억원으로, 6월(1865조6000억원) 대비 181조4000억원 감소했다.
이 중 국내주식 평가액이 124조6000억원 감소하면서 전체 적립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민간 통계에서도 감소세가 확인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은 6월 말 515조9000억원에서 이달 15일 333조5000억원으로 182조4000억원 쪼그라들었다.
논란의 중심에는 국민연금이 연초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유예한 데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 범위를 초과할 경우, 주식을 팔아 비중을 낮추는 의무 조정을 6월 말까지 유예했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2월 말 24.5%까지 확대됐는데, 당시 목표치(14.9%)는 물론 허용 상단(19.9%)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5월에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높였다.
국내 증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과 대규모 주식 매도로 인한 시장 충격, 장기 수익성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는 게 당시 결정의 취지였다.
국내주식 비중을 기계적으로 낮추기보다 시장 여건과 기금의 장기 운용 전략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7월부터는 조정된 자산배분 기준에 따라 리밸런싱을 재개했다.
국민연금이 공개한 올해 7월 말 기준 누적 수익률은 14.84%다. 이는 상반기 누적 수익률(27.22%)과 비교하면 12.38%포인트 낮다.
단기적인 평가 손실만으로 투자 성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가치가 상시 변동하고, 자산 가치의 하락과 실제 매매를 통해 확정된 투자 손실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증시 상승으로 국내주식 비중이 확대된 상황에서 리밸런싱을 유예한 것이 수익 실현과 위험 분산의 기회를 제한한 것은 아닌지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운용 원칙을 변경했다면 변경의 근거와 기대 효과, 실제 성과까지 사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 손실만으로 운용 실패를 논할 수 없지만, 투자 판단의 과정과 책임까지 장기 수익률이라는 말로 덮을 수는 없다”며 “국내주식 비중을 목표치에 맞춰 조정했다면 수익을 실현하고 위험 분산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성과를 장기 수익률과 위험 관리 측면에서 평가하되, 자산배분 기준 변경과 리밸런싱 유예 결정의 적절성은 별도로 검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