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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4년㊦] 8년 만에 깨어난 빅딜…'반도체 이후' 밑그림 그린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10.26 06:00
수정 2026.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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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전 하만 인수, 전장·오디오 수익원으로 성장

완성차 경영진 접점 확대…M&A 전담 조직도 정비

플랙트 인수 후 광주·인도 생산기반 확충

구미 로봇 투자 방향 직접 제시…사업화 성과는 과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2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출 15조원대, 영업이익 1조원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16년 인수를 결정한 하만의 지난해 성적표다. 약 80억달러를 들여 사들인 기업은 삼성전자가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삼고 전장·오디오에서 이익을 내는 기반이 됐다.


하만이 회장 취임 전의 투자 판단을 보여준다면 취임 후 4년은 공조·로봇으로 사업의 범위를 넓힌 시간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플랙트그룹 인수로 8년 만에 조 단위 인수·합병(M&A)을 재개했고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회장도 완성차 경영진과의 접점을 넓히고 로봇 투자 방향을 직접 공개하며 새 사업을 살폈다.


취임 4주년을 맞는 이 회장은 하만에 이어 다른 사업에서도 인수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점에 섰다. 확보한 기술과 고객망에 후속 투자를 더해 반도체와 스마트폰 밖의 수익 기반을 넓히는 것이 다음 과제다.


취임 전 하만의 결단…완성차업계 접점 직접 확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2년 12월17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 등과 만나 삼성SDI의 최첨단 'P5' 배터리셀이 적용된 BMW의 최신 전기차 '뉴 i7' 등을 살펴본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만 인수는 이 회장이 부회장이던 2016년 11월 결정됐다.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삼성전자는 이듬해 3월 거래를 마무리하며 차량 내 디스플레이와 정보·편의 기능을 통합하는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사업을 확보했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에도 완성차업계와의 관계를 직접 살폈다. 2022년 12월17일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삼성SDI의 P5 배터리를 포함한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지난해 3월에는 중국 샤오미 자동차공장에서 레이쥔 회장을 만났고 BYD 본사도 방문했다.


하만은 삼성의 전장·오디오 수익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15조7833억원, 영업이익은 1조5311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9.7%다. 삼성전자는 하만이 2025년 기준 디지털 콕핏과 카오디오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매출은 인수 첫해인 2017년 삼성전자에 연결 반영된 7조1034억원의 약 2.2배다. 다만 2017년에는 인수 완료일인 3월11일 이후 실적만 반영돼 지난해 연간 실적과 집계 기간이 다르다.


성장한 하만은 추가 인수의 주체로도 나섰다. 지난해 9월 미국 마시모의 소비자 오디오 사업부인 사운드유나이티드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 금액은 3억5000만달러로 바워스앤윌킨스·데논·마란츠 등이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이들의 음향 기술을 스마트폰과 TV, 사운드바 등에 접목할 계획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15억유로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9일 거래를 승인했다. 하만은 스마트 카메라와 레이더, 차량용 컴퓨팅 기술 등을 디지털 콕핏과 결합해 정보·편의 기능에서 주행 보조까지 공급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거래 종결 이후 기술 통합과 신규 수주가 뒤따라야 실제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3월에는 헝가리 투자청이 하만의 총 1억3118만유로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개발과 현지 생산시설의 디지털화·자동화를 통한 생산능력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인수와 자체 개발·생산기반 투자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다만 하만의 성장만으로 이 회장의 수익원 다변화 과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하만 매출은 8조394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368억원으로 19.5% 줄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0.43%다. 반도체 이익 급증으로 상대적 비중이 작아진 데다 하만 자체 수익성도 낮아져 매출 확대를 이익으로 연결하는 과제가 남았다.


8년 만에 재개한 빅딜…M&A 조직·생산기반 정비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일 인도 노이다 공장에 생산된 '갤럭시 Z플립7'을 직접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 인스타그램

이 회장 취임 이후 조 단위 M&A가 다시 움직인 분야는 공조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독일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15억유로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같은 해 11월 거래를 마무리했다.


대형 거래 재개와 함께 이를 추진할 조직도 정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실 산하에 M&A팀을 신설하고 안중현 사장에게 맡겼다. 안 사장은 하만 인수 실무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 회장 체제의 사업 확장을 뒷받침할 전담 조직을 갖춘 것이다.


플랙트 인수는 기존 사업의 고객과 제품군을 넓히는 거래였다.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개별공조에 산업시설과 대형 건물용 중앙공조 기술을 추가했다. 가정과 사무실의 냉난방 기기에서 데이터센터·병원·공장 등 시설 전체의 온도와 공기질을 관리하는 사업으로 공급 범위를 넓혔다.


삼성전자는 플랙트의 공기냉각·액체냉각 기술과 글로벌 판매·서비스망을 활용할 계획이다. 공조 제어 기술을 자사 빌딩 통합 제어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프로와 b.IoT에 접목해 장비와 에너지 사용을 함께 관리하는 솔루션도 추진한다.


인수 이후에는 생산시설 투자가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1일 광주사업장에서 플랙트 냉난방공조(HVAC) 생산라인 착공식을 열었다. 약 2400억원을 투자해 제3캠퍼스에 연면적 2만1800㎡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2028년 초 가동을 목표로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대형 상업시설에 쓰이는 냉각수 분배장치와 공기조화기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한국과 동아시아 수요에 대응하는 거점이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인도 푸네에 신규 생산라인을 준공했다. 완전 가동 시 연간 최대 6500대의 HVAC 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기존 노이다 시설과 함께 인도와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장비를 공급한다.


이 회장 체제에서 추진한 공조 인수의 성과는 이 기술과 생산거점이 신규 수주와 이익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에 달렸다. 특히 데이터센터 냉각은 메모리와 함께 AI 인프라 투자에 영향을 받는다. 제품군 확대에 더해 산업시설과 상업시설 등 다른 수요처에서도 고객 기반을 키워야 한다.


로봇 투자 방향 직접 제시…매출 성장 속 수익성 과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연합뉴스

로봇에서는 소수 지분 투자로 출발해 자회사 편입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23년 레인보우로보틱스에 868억원을 투자해 지분 14.7%를 확보했다. 이후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율을 35%로 높였고 지난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는 사업 규모를 갖춘 하만·플랙트 인수와 성격이 다르다. 삼성전자의 AI·소프트웨어에 국내 기술기업의 로봇 기술을 결합해 개발과 사업화를 함께 추진하는 방식이다.


조직과 인력도 보강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 말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 멤버인 오준호 교수를 고문 겸 추진단장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7월에는 대표이사 직속 로봇경험(RX)사업추진실을 신설해 기술 개발과 사업화 역량을 결집했다.


사업화의 출발점은 제조·물류 현장이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양팔로봇·자율이동로봇을 업무 자동화에 활용하고 글로벌 영업망을 통해 해외 진출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고객별 공정에 맞춰 기능과 안정성을 검증하면서 삼성 내부 수요와 외부 고객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매출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올해 상반기 모바일 휴머노이드 매출은 약 86억5000만원으로 전체의 40.5%를 차지해 최대 매출 품목으로 올라섰다.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7.9% 늘었다. 영업손실률은 33.1%에서 16.5%로 낮아졌지만 영업손실은 약 20억원으로 1.4% 줄어드는 데 그쳤다. 매출 확대를 이익으로 연결하는 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회장은 올해 6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로봇 수요가 산업 현장과 가정, 식당, 병원 등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삼성그룹 내부용 AI 데이터센터와 함께 로봇 관련 투자는 경북 구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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