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버스' 탑승한 장군 정직 3개월 처분 취소…法 "위법성 인식 어려워"
입력 2026.10.22 18:27
수정 2026.10.22 18:27
군 간부 등 34명, 계엄사령관 지시로 '계엄버스' 탑승
국방부, 계엄사령부 구성 적극 관여했다 판단해 징계
재판부 "실제 계엄사령부 업무 수행하지 않은 점 고려"
서울행정법원·서울가정법원. ⓒ데일리안DB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버스'에 올랐던 육군 장군에게 부과된 정직 3개월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당시 위법성을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판단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덕 부장판사)는 이날 정학승 전 육군 동원참모부장(소장)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직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 전 부장에게 내려진 정직 3개월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뒤인 2024년 12월4일 오전 3시께 박안수 당시 계엄사령관의 지시로 계엄사령부 구성에 필요한 인력을 태운 이른바 '계엄버스'에는 군 간부 등 34명이 탑승했다.
정 전 부장 또한 지시를 받고 육군본부 소속 장교 3명을 서울 이동 인원으로 선정한 뒤, 다른 간부들과 함께 버스에 올랐다.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출발한 버스는 이후 복귀 명령이 내려지자 방향을 돌렸고, 정 전 부장 등 군인들은 오전 4시3분께 본부로 복귀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정 전 부장이 부하직원을 데려가는 등 계엄사령부 구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판단해 법령준수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올해 1월 정직 3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정 전 부장이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서울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명령의 위법성을 실제로 인식했거나 인식하지 못한 데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이 비밀리에 준비·주도됐기 때문에 일반 국민뿐 아니라 대부분의 공무원도 계엄 선포에 어리둥절했다"며 "방송 보도를 통해 비로소 계엄 선포 사실을 알게 된 원고를 비롯한 부대 소속 장교들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평균적인 공무원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 오전 4시30분께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발표 전까지 여전히 계엄 상태에 있다고 인식했을 개연성이 높다"며 "원고의 버스 탑승도 계엄 해제 발표 전에 이뤄졌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정 전 부장이 계엄사령부 구성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서울로 이동할 부장·실장급 인원 선정에 원고가 관여하지 않았다"며 "소속 장교 3명을 함께 이동할 인원으로 선정하기는 했으나 이 역시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대상자를 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정 전 부장이 계엄사령부에서 예비군 관련 업무를 맡게 될 것이라는 정도만 예상하고 서울로 이동한 점, 실제로 계엄사령부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정직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비상계엄에 연루돼 국방부의 징계를 받은 군인이 불복 소송에서 1심 승소한 사례는 알려진 바로는 이번이 두 번째다. 법원은 지난달에도 계엄 당시 언론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업체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가 팀원들에게 대기하라고 지시한 유재원 전 국군방첩사령부 사이버보안실장(대령)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