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기만 한 줄 알았더니…‘치이카와’, 공감·서늘함으로 190만 관객 사로잡았다 [영화 뷰]
입력 2026.10.23 10:25
수정 2026.10.23 10:25
2030 중심 팬덤, 굿즈 소비 넘어 극장 흥행으로 확장
귀여운 외형에 고단한 현실을 담은 일본 캐릭터 '치이카와'가 국내 극장가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이 누적 관객 190만 명을 돌파했다. 노동과 생계, 시험과 실패 등 현실적인 고민을 담은 세계관이 성인 관객의 공감을 얻는 가운데, 기존 캐릭터 팬덤의 관심도 극장 관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지난 21일까지 누적 관객 190만 4591명을 동원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이후 3주 넘게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1일에는 2만 8985명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관객층에서도 특징이 나타난다. 22일 기준 CGV 예매 분포에 따르면 여성 비율은 69%로 남성(31%)의 두 배를 웃돌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2%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0%로 뒤를 이었다. 20·30대가 전체 예매의 62%를 차지하면서 젊은 성인층을 중심으로 형성된 캐릭터 팬덤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포스터 ⓒCJ ENM
'치이카와'는 일본 작가 나가노가 2020년부터 연재한 만화로, 국내에서는 '먼작귀'(먼가 작고 귀여운 녀석)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작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마냥 평화롭지 않다. 풀을 뽑거나 괴물을 토벌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더 나은 보수를 받기 위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 주인공 치이카와는 제초 검정 5급 시험에서 여러 차례 낙방한 끝에 합격하기도 했다.
귀여운 외형과 대비되는 이러한 설정은 성인 팬들이 작품에 공감하는 이유로 꼽힌다. 캐릭터들은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힌다.
그럼에도 친구들과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를 위로하며 소소한 행복을 누린다. 실패와 불안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아가는 모습이 성인들의 삶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번 극장판도 원작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평소보다 100배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제안에 이끌려 미지의 섬으로 떠난 치이카와 일행이 그곳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원작자인 나가노가 각본에 직접 참여했고, 작화와 콘티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달리 이야기는 섬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며 점차 서늘한 긴장감을 더해간다.
예상을 뒤집는 전개가 관람객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번지면서 장기 흥행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 스틸 ⓒCJ ENM
국내에서 '치이카와'의 인기는 영화 개봉 이전부터 형성돼 왔다. 2024년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팝업스토어에는 열흘 동안 약 3만 명이 방문했다. 올해 2월에는 같은 장소에 국내 첫 상설 매장인 '치이카와샵'이 문을 열었다. 서울 곳곳에서 진행된 팝업스토어와 굿즈 판매 행사에도 이른 시간부터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캐릭터 상품을 향한 관심은 관련 검색량에서도 확인된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지난 9월 1일부터 21일까지 '치이카와'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2% 증가했다. '치이카와 키링' 검색량도 377% 늘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는 10월 첫째 주 '치이카와' 검색량이 7월 첫째 주보다 약 14배 증가했다.
영화 개봉 이후에는 극장에서도 팬덤의 소비력이 확인되고 있다. CGV가 출시한 치이카와·하치와레·우사기 캐릭터 팝콘통 3종은 개당 2만 9000원이라는 가격에도 현장 판매에서 잇따라 매진됐다. 온라인 예약 판매 물량까지 빠르게 소진되면서 일부 상품은 중고 거래 시장에서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 매물로 등장했다.
극장은 영화를 관람하는 공간을 넘어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고 팬덤의 관심을 공유하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한정판 굿즈와 관람 특전은 기존 팬들이 극장을 찾는 또 다른 이유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스크린으로 만나는 경험에 상품을 소장하고 관람을 인증하는 활동까지 더해진 것이다.
극장가 역시 이러한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CGV는 오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전국 37개 4DX 상영관에서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을 선보인다. 4DX 관람객에게는 홀로그램 가공을 더한 한정 A3 포스터를 선착순으로 증정할 예정이다. 200만 관객까지 약 9만 5000명을 남겨둔 가운데, 일반 상영에 4DX 특별 상영과 한정 특전을 노린 팬덤의 재관람까지 더해지면서 이번 주말 200만 고지를 넘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