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국제도시 330만㎡ 묵혀둘 건가…LH, 도시완성 책임져야
입력 2026.10.22 15:00
수정 2026.10.22 18:02
장기 미매각 부지, 교육·의료·상업·업무 기능 확충 위한 전략적 활용 필요할 때
인천시·인천경제자유구역청 뒷짐 안 돼…LH와 영종 개발 로드맵 공동 마련해야
인천시 영종구 백운산(255.5m) 정상에서 바라본 LH 소유 미개발지 전경. ⓒ 데일리안 DB
인천 영종국제도시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보유 토지 약 330만㎡(100만평)가 지역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토지를 매각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존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과 의료, 상업, 업무, 문화·관광 기능을 확충하는 도시 발전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2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영종구에 따르면 영종국제도시는 인천국제공항을 품은 국제적인 관문 도시다. 공항을 중심으로 한 교통 경쟁력과 관광·레저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주거단지 조성만으로는 주민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고 지역 내 일자리와 소비를 창출하는 자족도시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도시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주택뿐 아니라 학교와 의료시설, 상업·업무시설, 문화공간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런 점에서 LH가 보유한 대규모 토지는 영종의 부족한 도시 기능을 채울 수 있는 핵심 자원으로 꼽힌다.
관건은 토지를 어떤 방식으로 공급하고 활용할 것인지다.
시장 상황에 맞춰 토지를 매각하는 데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도시 발전 방향에 맞춰 토지별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기간 매각되지 않은 공동주택용지와 연립주택용지는 기존 공급 조건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공급가격과 시기를 현실화하고, 시장 여건과 지역 수요에 따라 용도 변경이나 복합개발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종에 필요한 시설을 유치하는 전략과 LH 보유 토지 활용을 연계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교육시설 부지를 확보해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의료시설과 연구·업무시설을 결합한 개발을 추진한다면 주민 편의를 높이는 동시에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상업용지 역시 단순한 분양 실적보다 실제 주민 수요를 고려한 접근이 요구된다.
생활밀착형 상업시설과 문화공간, 여가시설 등을 결합한 복합시설을 유치하면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과 연계한 관광·레저 분야의 활용 가능성도 주목된다.
공항을 통해 유입되는 국내외 방문객을 지역 상권과 관광시설로 연결할 수 있도록 토지 공급과 개발계획을 조정한다면 영종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주민들은 무엇보다 개발계획이 실제 생활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종구 운서동 이모(68)씨는 “영종에는 개발할 땅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아직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땅이 많다는 점이 문제”라며 “주거시설은 늘어나는데 교육이나 의료, 문화·상업시설이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면 주민들의 불편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H가 토지를 언제, 얼마에 공급할 것인지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어떤 시설이 들어서야 영종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인천시와 경제청도 LH에만 책임을 맡기지 말고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LH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영종 LH 보유토지 종합활용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우선 LH가 보유한 토지의 현황을 조사해 장기 미매각·미개발 부지를 분류하고, 토지별 공급 시기와 활용 목적, 개발 방식, 민간사업자 유치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단순한 토지 목록 작성에 그치지 않고 영종의 생활 인프라 부족 문제와 연계한 실행계획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토지 관련 정보 공개도 중요한 과제다. 주민들이 LH 소유 토지의 위치와 공급계획, 개발 추진 현황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장기간 매각되지 않은 토지에 대해서는 미매각 원인과 향후 활용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특히 18년 이상 미매각 상태로 남아 있는 토지가 있다면 기존 방식을 반복하기보다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격 조정이나 공급 조건 변경, 용도 재검토, 민관 협력형 복합개발 등 다양한 방안을 놓고 지역 여건에 맞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토지 활용 방식의 변경은 관련 법령과 도시계획,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적 어려움이 장기 미개발 상태를 방치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시와 경제청의 역할도 중요하다. LH의 토지 공급계획과 시의 도시계획, 경제청의 개발 전략이 따로 움직이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
각 기관이 공동 협의체를 구성해 주거와 교육, 의료, 상업·업무시설의 확충 시기를 조율하고, 장기 미개발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들은 새로운 개발계획을 발표하는 것보다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영종구 운남지구 서모(56)씨는 “계획도에는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는 것으로 나와도 실제로 언제 조성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어느 부지에 어떤 시설을 유치할 것인지, 사업은 언제 시작하고 언제 마무리할 것인지 주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일정과 추진 상황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종이 국제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장하려면 주택 공급뿐 아니라 교육과 의료, 일자리, 문화생활까지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이번에는 기관별 계획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말고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LH가 보유한 330만㎡는 단순한 부동산 자산을 넘어 영종의 미래 공간구조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다.
토지를 보유하거나 매각하는 데서 역할을 끝낼 것이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기능을 채우고 도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영종국제도시가 주거 중심의 개발을 넘어 국제공항과 관광·산업 기반, 생활 인프라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로 도약하려면 기관 간 협력과 책임 있는 실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장밋빛 개발 청사진이 아니다. LH 보유 토지의 활용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인천시와 경제청이 함께 추진 일정과 책임 주체를 구체화하는 일이다.
영종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땅의 가치 상승만이 아니라 그 땅을 통해 달라지는 일상이다. LH와 인천시, 경제청이 330만㎡의 잠재력을 어떻게 현실로 바꿀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답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