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합 진에어 이후, LCC 춘추전국시대는 끝날까
입력 2026.10.22 10:00
수정 2026.10.22 10:00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내년 3월 통합…간판은 줄어도 경쟁은 계속
비행기 수 경쟁에서 '어디서 얼마 남기나' 경쟁으로
춘추전국시대의 오랜 패권 경쟁은 결국 진나라의 천하통일로 막을 내렸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도 이름에 '진'이 들어가는 강자가 등장할 채비를 하고 있는데, 내년 3월 출범을 추진하는 통합 진에어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하나가 되면 LCC 춘추전국시대도 끝나는 것일까.
이름을 빗댄 표현이 당사자에게는 조금 어색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세 항공사가 합쳐지면 간판은 줄어든다. 그러나 각자 움직이던 항공기와 노선을 한 회사가 조정하면 오히려 더 버거운 상대가 될 수 있으니, 남은 항공사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을지는 별개다. 다만 항공시장은 영토를 빼앗으면 상대가 사라지는 전쟁터와 달라서, 전체 규모에서 밀려도 특정 노선과 시간대에서는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통합 진에어의 출범이 곧 천하통일을 뜻하지 않는 이유다.
진에어는 이달 베트남 당국의 승인을 받아 해외 기업결합 심사를 마쳤으며, 국내 인허가와 주주총회 등을 거쳐 내년 3월 통합 항공사로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이제 관심은 세 회사가 따로 결정하던 항공기 배치와 노선, 운항 시간대를 한곳에서 조정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모인다.
가령 같은 목적지로 비슷한 시간에 뜨던 항공편을 아침과 저녁으로 나누면 더 다양한 승객을 잡을 수 있고, 손님이 적은 노선의 항공기를 수요가 몰리는 곳으로 옮기거나 예약과 판매 업무를 합쳐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경쟁사로서는 비행기 숫자보다 그 비행기들이 돈 되는 곳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물론 기종과 정비체계, 인사제도와 예약시스템을 맞추려면 돈과 시간이 들고, 한 회사가 되어도 항공기 배치를 놓고 내부에서 이해가 부딪칠 수 있다. 어느 노선에 먼저 배정할지 혼란이 생기고 서로 자기 몫만 챙기려 들면 통합의 이점도 줄어든다. 규모의 경제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대를 만난다고 다른 항공사도 덩달아 항공기를 늘리거나, 낮아진 운임을 끝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다. 승객을 가득 태워도 운임이 너무 낮으면 비행기는 바쁘게 날아다니는데 정작 회사 통장은 비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거리 경쟁을 피해 장거리로 눈을 돌리면 형편이 나아질까. 긴 비행에 필요한 연료뿐 아니라 해외 정비지원과 현지 운영, 승무원 편성과 휴식체계까지 갖춰야 하고, 항공기와 인력에 여유가 없으면 한 대의 고장으로 다음 운항까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멀리 갈 수 있는 비행기를 들였다고 돈을 벌 수 있는 노선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결국 노선별 수입으로 연료비와 인건비를 내고, 항공기 리스료와 운영비까지 충당하고도 돈이 남는지 따져야 한다. 당장 적자가 나더라도 환승객을 실어 와 다른 노선의 수익에 보탬이 되거나 성수기에 충분히 벌어 비수기 손실을 메울 수 있다면 유지할 이유가 있겠지만, 막연히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는 생각만으로 버티기는 어렵다.
모회사 지원도 마찬가지다. 초기 투자가 크고 외부 충격에 민감한 항공업에서 주주가 자금을 넣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그 돈을 쓴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지원받은 돈으로 비용 구조를 고치고 경쟁력 있는 노선을 키웠다면 투자지만, 적자가 날 때마다 증자만 기다린다면 같은 어려움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승객이 늘고 매출이 커졌다고 마음을 놓을 일은 아니다. 성수기에 번 돈으로 비수기 손실까지 메우고, 한 해 장사를 마친 뒤에도 이익이 남아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가면서 다음 투자도 준비하고, 어려울 때 버틸 여력도 쌓을 수 있다.
통합 진에어가 등장한다고 LCC 춘추전국시대가 끝나지는 않겠지만, 비행기를 몇 대 더 들였는지 겨루던 경쟁에서 가진 비행기를 어디에 보내 얼마를 남겼는지 따지는 경쟁으로 옮겨가야 한다. 밑 빠진 독에는 물을 아무리 부어도 차지 않으니, 자금을 더 넣을지 고민하기 전에 어디서 돈이 새는지부터 찾아야 한다. 통합 진에어도, 그에 맞서는 항공사도 결국 이익을 남겨야 살아남는다.
글/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