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닉, 솔리다임 상장 논란에 美공장 신설까지?…주주가치 시험대
입력 2026.10.22 07:04
수정 2026.10.22 07:04
금융당국, 美상장 막기 어려운 상황
솔리다임 지분 보유한 AI컴퍼니 통해
최태원 지배력 강화…"상법 취지 무시"
美공장 신설시 '반도체 낙수효과' 축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7일 서울 시내 한 회의장에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국민보고회를 마친 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인사하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SK하이닉스가 자회사 솔리다임을 나스닥시장에 상장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수 있다는 소식에 주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익 대비 저평가된 주가 반등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슈퍼 사이클 관련 국내 낙수효과 기대감이 움츠러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반기 들어 51.17%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하락률(-33.08%) 대비 낙폭이 컸던 배경으로는 '미국 본토 운신 폭 확대'가 거론된다.
특히 솔리다임 중복상장 논란에 SK하이닉스 주주는 물론 정치권까지 들썩이고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해 미국에 세운 회사다.
금융당국이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을 골자로 하는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상황이지만, 해외상장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해외상장은 한국거래소 심사 대상이 아닌 데다 모회사 주주 동의도 필수가 아니다. 위약금도 최대 10억원에 불과하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모두 솔리다임 나스닥 상장을 중복상장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배경이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신속 투자로 이재명 정부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며 미국 운신 폭 확대에 나설 거란 관측까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지난 10월 9일 오후 전남 광주 서구 벽진동 주변 광주 군 공항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에서 부지를 살펴본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주주들은 SK하이닉스의 이익 및 사업이 솔리다임으로 이전될 경우, 주주가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SK하이닉스가 웨이퍼 가격을 낮춰 솔리다임에 제공하면 솔리다임으로 수혜가 집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제재 철퇴를 내린 셀트리온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셀트리온이 '생산'을, 셀트리온 헬스케어·셀트리온 제약이 '판매'를 나눠 맡아 불거졌던 내부거래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강조해 온 여당에선 솔리다임 상장이 상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SK그룹 지배구조를 감안하면 최태원 회장이 솔리다임 상장을 통해 얻는 이득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7월말 개인 명의로 보통주 3620주(47억8564만원)를 장내매수하기 전까지,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SK㈜, SK스퀘어를 통해 1.2%의 간접 지분만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2030년까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가 미국 중간지주사 AI컴퍼니에 11억1000만달러를 투입하기로 한 약정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I컴퍼니는 솔리다임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솔리다임 상장으로 제고될 AI컴퍼니 기업가치의 일부가 SK하이닉스가 아닌, 최 회장 몫이 큰 회사들로 옮겨갈 거란 주장이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SK하이닉스보다 AI컴퍼니에 대한 최 회장 지배력이 더 크다"며 "최 회장 지배력이 곧 AI컴퍼니 쪽으로, 부의 이전이 일어나는 구조"라고 짚었다.
김 의원은 "일반 주주 몫을 덜어서 총수 몫을 늘리는 것"이라며 "개정된 상법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는 발상이다. 솔리다임이 길을 열면은 다른 그룹들도 따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SK그룹 지배구조상 솔리다임 상장으로 제고될 AI컴퍼니 기업가치의 일부가 SK하이닉스가 아닌, 최태원 회장 몫이 큰 회사들로 옮겨갈 거라고 분석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미국 본토 반도체 공장 건설 관련 소식도 주목해야 할 이슈로 꼽힌다.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확보한 막대한 이익을 미국 본토 투자에 사용하는 것은 SK하이닉스 주주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 측면에서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 될 수 있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은 미국 뉴욕주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어디서 벌어들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쓰이느냐가 중요하다"며 "미국은 미국에 더 많이 투자해달라고 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회사들의 미국 공장 신설 발표 소문이 있는데, (현실화되면) 낙수효과를 줄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