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피지컬 AI 통합지원법 필요"…내년 정책과제 119건 건의
입력 2026.10.22 06:00
수정 2026.10.22 06:00
산업별로 흩어진 AI·로봇 규제 통합…실증·인증 지원체계 마련 촉구
韓 우주예산 美의 0.8% 수준…위성통신 육성·정부 지원 확대 요구
반도체·AI로봇 등 생산세액공제 확대…석화 설비 철거비 지원도 건의
ⓒ한경협
인공지능(AI)이 로봇과 자율주행 등 실제 산업 현장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경제계가 피지컬 AI 산업을 통합 지원하는 법적 기반 마련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산업별로 흩어진 규제와 지원 체계가 기술 상용화를 늦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주산업 예산 확대와 국내생산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개선 요구도 함께 내놨다.
한국경제인협회는 기업 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2027 경제계 정책의견서'를 지난 19~20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고 22일 밝혔다.
의견서에는 AI 대전환, 첨단·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기업제도 개선, 노동시장 안정 등 10개 분야에 걸친 총 119건의 정책과제가 담겼다. 분야별로는 기업제도 정비가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21건,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 20건, AI 대전환 및 디지털 혁신기반 구축 11건 등이 뒤를 이었다.
한경협은 우선 피지컬 AI 산업 육성을 위한 통합적인 법·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피지컬 AI는 로봇 등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기술로, 제조업과 물류 등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높일 핵심 기술로 꼽힌다.
현재 국내 관련 법체계는 AI·로봇·자율주행·드론 등 산업별로 나뉘어 있어 기업이 신기술을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여러 부처의 규제와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한경협의 지적이다. 중국은 올해 5월 체화지능 로봇산업 육성 조례를 시행했고, 일본도 지난 3월 AI 로보틱스 전략을 수립해 관련 산업 지원에 나섰다.
이에 한경협은 피지컬 AI 통합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시범운영 지역 지정과 성능인증 체계 구축, AI 학습에 필요한 개인정보·영상정보 활용 특례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주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도 건의했다. 한경협이 제시한 2024년 기준 한국의 우주예산은 6억달러로 미국(773억달러)의 0.8% 수준에 그쳤다. 중국(173억달러), 일본(49억달러)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한경협은 국내 IT 제조 역량을 활용해 위성통신 서비스와 지상 장비 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책연구소의 민간 기술이전을 확대하고 위성·발사체 관련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추가 지정해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생산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정부가 신설을 추진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는 태양광·풍력·이차전지·반도체·핵심소재·AI로봇부품 등 6대 분야를 대상으로 한다. 한경협은 여기에 전기차와 바이오의약품·백신, 소형모듈원자로(SMR), 액화수소, 지속가능항공유(SAF)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도 제안했다. 현재 석유화학특별법에는 사업재편을 위한 재정·금융 지원 근거가 마련돼 있지만, 가동을 중단한 설비의 철거와 환경복구 비용을 지원하는 명시적 규정은 없다는 게 한경협의 설명이다.
한경협은 정부가 승인한 사업재편에 따른 설비 철거 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철거 부지에 신산업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에는 추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규제와 노동 분야에서는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영향분석 도입과 개정 노조법의 교섭 대상 명확화를 요구했다.
한경협은 정부입법과 달리 의원입법으로 신설되는 규제에는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등 사전 검토 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규제영향분석과 공청회 등 사전 검토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과 관련해서는 투자와 인력배치 등 기업의 경영상 결정이 교섭 대상으로 확대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공장 이전이나 신설에 따른 근무지 이동 등을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법률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저소득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청년미래적금의 정부 지원 방식을 소득구간별로 차등화하는 방안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대상 확대, 주식 장기보유 세제혜택 도입 등을 건의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민간의 투자와 혁신이 살아나려면 기업 현장의 걸림돌을 빠르게 걷어내야 한다"며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내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경제계의 의견이 정부와 국회의 정책 입안 과정에 적극 반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