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처방일수 ‘30일 예외’ 논란…의료계·플랫폼 대립
입력 2026.10.21 13:55
수정 2026.10.21 13:56
초진 환자 처방 7일 제한…예외적으로 최대 30일 허용
의료계·약사회 “환자 안전 우려…처방 기준 강화해야”
플랫폼 업계 “과도한 규제로 만성질환자 치료 제약”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가 오는 12월 24일부터 정식 시행된다. 제도 도입 이후 약 6년 10개월 만에 법적 기반을 갖췄지만, 세부 시행 기준을 둘러싼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초진 환자의 의약품 처방일수를 두고 의료계와 약사회가 환자 안전을 이유로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반면, 플랫폼 업계는 과도한 제한이 치료 연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비대면진료 대상 환자와 의약품 처방 기준 등을 구체화한 ‘의료법 시행규칙’과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안은 비대면진료를 일반 진료와 초진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진료 대상과 처방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 핵심이다.
비대면진료는 원칙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하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희귀질환자나 수술 후 경과 관찰이 필요한 환자 등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일반 비대면진료는 최근 6개월 이내 해당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초진 환자에게는 지역 제한도 적용된다. 환자는 자신의 주소지와 동일한 시도에 있는 의원에서만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희귀질환자와 제1형 당뇨병 환자, 장애인 등은 예외로 인정된다.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의 입장이 가장 첨예하게 갈리는 부분은 초진 환자의 ‘의약품 처방일수’다. 정부는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위해 초진 환자의 처방일수를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했다.
다만 과거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사가 기존 치료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한 차례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건수도 전체 진료(6개월 치)의 30% 이내, 의사 1인당 월평균 500건(치과의사·한의사 130건)까지만 허용한다.
의료계는 초진 환자에게 최대 30일치 약을 처방하도록 허용한 예외 규정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면진찰 없이 장기간 약물을 처방할 경우 부작용이나 진단 지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개정안이 비대면진료를 대면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제한한다는 원칙을 훼손했다며 “편의와 산업 논리로 한번 풀린 안전장치는 되돌리기 어렵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역시 회원들에게 초진 환자에 대한 장기 처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할 방침이다.
대한약사회도 처방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 처방을 허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입장문을 통해 초진·재진 환자 모두 처방일수를 제한하고, 관련 시스템 구축 전까지 초진 7일 제한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예외 처방일수는 30일이 아니라 14일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플랫폼 업계는 정부의 처방일수 제한이 만성질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기존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사가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초진 환자에게 30일 치 약을 처방할 수 있는 것은 한 차례뿐이다. 이후에는 같은 약을 처방받더라도 7일 이내로 제한돼 환자의 진료 부담과 의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입장문에서 “만성·관리질환 환자가 내년 1월에 한 달 치를 처방받는다면 2월부터는 동일한 약임에도 비대면진료로 일주일 치씩밖에 처방받지 못해 치료에 제약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원칙을 동의한다”면서도 “환자의 의료접근성을 제약하고, 불필요한 진료와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규제 방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내년 1월 비대면진료 공공 플랫폼 구축에 착수해 2028년 상반기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공공 플랫폼이 도입되기까지 약 1년 이상의 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민간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복지부는 “다음 달 9일까지 국민과 의료계, 관계기관 등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시행규칙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