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안 하면 주주 몫 커질까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10.20 17:48
수정 2026.10.20 17:48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당국 중복상장 우려…정치권·주주단체는 주주가치 훼손 반발

내부 조달 땐 주주환원 재원 줄 수도…사업별 자금배분 과제

대체 조달에도 비용…낸드 투자·기업가치 평가 시점도 변수

SK하이닉스 "경쟁력 강화 위한 여러 방안 검토…확정된 사항 없어"

SK하이닉스 CI.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 상장에 반대가 커지는 가운데 비상장 유지에 따른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등에도 투자해야 하는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투자금까지 내부에서 충당하면 주주환원에 쓸 재원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낸드 수요 확대기에 투자가 늦어질 경우 시장 대응의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 상장 여부를 판단할 때 기존 지분을 유지하는 이익과 외부 자본을 활용하는 효과를 함께 비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1차 인수하며 2021년 12월 설립한 미국 법인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기업용 SSD(eSSD)가 주력이다.


SK하이닉스는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블룸버그는 솔리다임이 내년 미국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조달 규모는 약 100억 달러, 기업가치는 최대 1000억 달러로 거론됐다.


이 같은 상장 가능성을 놓고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우려를 제기했으며 정치권과 주주단체에서는 반대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도, 금감원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신고 대상 여부는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밝혔으며 당시 공식 의뢰한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에서 현금창출력이 충분한 SK하이닉스가 직접 출자해 솔리다임 지분을 유지하는 편이 주주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또 SK㈜·SK텔레콤·SK이노베이션이 솔리다임 모회사인 AI컴퍼니에 2030년까지 11억1000만 달러를 출자하기로 약정했다며 투자 가격에 따른 주주 간 이해상충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이사회의록·주주명부 열람을 신청했으며 기관·소액주주와 연대해 주주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분 지켜도 투자금은 필요…주주환원과 배분 문제


솔리다임 투자금을 내부에서 마련할 경우 관건은 SK하이닉스의 자금배분이다. 같은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더라도 외부 자본 대신 자체 현금을 더 투입하면 다른 사업이나 주주환원에 활용할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 지분을 유지하는 이익과 함께 내부 자금을 투입하는 데 따른 부담도 따져야 하는 이유다.


김준영 iM증권 투자전략 연구원은 내부 재원으로 투자금을 마련할 경우 "주주환원 금액이 줄어드는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 우려와 비상장 유지에 따른 환원 재원 감소 가능성을 함께 짚으며 "뭐가 맞다 틀리다라기보다는 양쪽 다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현재로서는 투자금을 마련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연구원도 SK하이닉스의 현금창출력을 고려하면 투자 자체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실제 주주환원에 미칠 영향은 투자 규모와 조달 구조, 향후 현금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외부 조달 수단을 확보해두면 업황 변화에 대응할 여력을 높일 수도 있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순현금 규모가 충분하고 적어도 2027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직접적으로 투자 규모나 속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현재는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AI 투자 수요의 불확실성을 짚으며 "증자를 통해 재무가 확충되는 것 자체로는 신용평가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돈만큼 중요한 시점…낸드 투자·기업가치도 변수


SK하이닉스 321단 QLC 낸드플래시 기반 SSD 제품인 'PQC21'. ⓒSK하이닉스

메모리 사업에서는 투자금의 규모뿐 아니라 집행 시점도 중요하다.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여러 사업의 투자 수요가 겹치면 솔리다임에 필요한 재원을 언제 배분할지도 고려해야 한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투자에 많은 자금을 투입할 경우 솔리다임에 배분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수요가 많을 때 공장도 짓고 산업의 규모를 늘려야 하는데 그 타이밍을 놓칠 수 있는 여지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자금을 조달하는 시점에 따라 인정받는 기업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장이 좋을 때 상장할 기업의 가치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기를 길게 놓고 봤을 때는 지금 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고 했다.


상장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차입이나 현지 비상장 투자유치 등 다른 조달 수단은 남는다. 다만 차입에는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이 따르고 비상장 지분투자 역시 구조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낮출 수 있다. 상장 외의 방식을 택하더라도 비용과 조건을 비교해야 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공개(IPO)와 차입 등 여러 조달 대안을 비교하면서 "앞으로 계속 고금리 기조가 예상된다면 IPO가 더 나은 대안이고 옵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고 했다.


상장으로 모은 돈이 실제로 어디에 들어가는지도 중요하다. 신주 발행 대금은 발행회사에 들어가지만 구주 매각 대금은 주식을 파는 주주에게 귀속된다.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보도된 조달금 전부를 솔리다임 투자재원으로 볼 수는 없다.


국내 '쪼개기 상장'과 다른가…해외 성장 전략도 고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의 기존 사업부를 떼어내 설립한 회사가 아니라 인텔에서 인수한 사업을 토대로 세운 미국 법인이다. 국내 사업을 분할해 별도로 상장하는 경우와 해외 인수 사업의 현지 상장을 평가할 때 설립 경위와 성장 전략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LG화학의 경우 2020년 12월 자체 배터리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한 뒤 2022년 1월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기존 모회사 안에 있던 사업을 별도 상장사로 만든 사례다.


전문가들은 국내 사업부의 분할상장과 해외 인수 사업의 현지 상장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을 보였다. 권 교수는 솔리다임에 대해 "이 건은 쪼개기 상장하고는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상장이 현지 자본과 우수 인재 확보에도 유리할 수 있다며 SK하이닉스 주주에게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황 교수도 미국 현지 기업의 성장과 현지화 전략이라는 관점에서 "국내에서 연이어서 상장하는 중복상장과는 결이 다를 수 있다"고 봤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 공개한 입장문에서 "자금이 있다는 사실이 곧 모든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HBM·서버용 D램·eSSD 등 사업별 투자 수요와 회사 전체의 자본배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외부 자본을 활용하는 방안과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이 기존 주주의 경제적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겠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경우 이사회에서 재무·사업적 영향을 살피고 필요한 주주보호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