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하면 주주에게 뭐가 좋나"…카카오, 소액주주 우려 속 책임경영 약속
입력 2026.10.20 16:11
수정 2026.10.20 16:22
블록딜·뱅크·페이 매각설 부인…주가·주주가치 경영진 보상에 반영
카카오 AI 분할비율 논란에 "기업가치 비율과 달라"…멤버십엔 "실패 판단 일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카카오 판교아지트 내부.ⓒ카카오
인적분할을 앞둔 카카오가 소액주주들과 만나 주가 하락과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우려에 답했다. 주주들은 분할이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질 근거를 제시할 것과, 주가 회복에 실패할 경우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했다. 회사는 분할 이후 블록딜과 주요 자회사 매각설을 부인하고, 주가와 주주가치를 경영진 평가·보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2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두 번째 소액주주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16일 온라인 간담회에 이어 마련한 자리로,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와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 전현수 비즈니스 성과리더가 참석했다. 별도 발표 없이 현장과 온라인으로 접수한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카카오는 카카오톡·AI 사업을 맡는 신설법인 '카카오AI'와 계열사 관리·투자를 담당하는 존속법인 '카카오X'로 회사를 나누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AI 비중 왜 낮나"…분할비율·주가 하락에 질문 집중
이날 주주들은 카카오AI와 카카오X의 분할비율이 각각 0.36과 0.64로 정해진 배경을 물었다. 미래 먹거리와 핵심 수익사업을 보유한 카카오AI의 분할 비중이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만일 분할 이후 카카오X가 시장에서 낮은 평가를 받으면 카카오 AI의까지 합산한 시가총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김 내정자는 "분할비율은 가치의 비율은 아니다"라며 순자산을 기준으로 주식 수를 배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직원 주식보상(RSU) 지급 등 변경 사항을 반영해 분할계획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비율이 일부 달라질 수 있다고도 밝혔다.
분할비율과 재상장 이후 기업가치는 구분해야 한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현재 비율에 따라 주식을 배분받더라도 각 회사의 주가는 재상장 이후 시장 평가에 따라 형성된다는 것이다.
김범수 창업자의 재판 결과에 따라 분할 이후 지분을 블록딜로 처분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신 CFO가 "블록딜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주가 약세를 경영진 모두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소액주주분들은 40%나 되시는 중요한 주주들"이라고 말했다.
분할 자체의 필요성을 따지는 질문도 나왔다. 한 주주는 현재 체제에서도 AI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데 굳이 분할해야 하는 이유와 주주들이 얻을 실질적인 이익을 물었다.
이에 김 내정자는 "카카오톡 기반 광고·커머스·AI 사업과 계열사 관리가 한 회사에 묶여 있어 의사결정과 자본 배분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AI 서비스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사업별 전문성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주주총회에서 분할안이 부결될 경우에 대해 신 CFO는 주주 의견을 수렴한 뒤 재판단해야 한다며, 재추진 여부를 지금 확답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도영 카카오X 대표 내정자.ⓒ카카오
주가와 경영진 보상 연동…자회사 매각설에는 선 그어
분할 이후에도 주주가치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영진이 성과급을 반납하거나 삭감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신 CFO는 "두 회사의 사업 특성에 맞는 성과지표와 보상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카카오X는 투자 관련 지표와 기업가치 할인율 축소 등을 관리하고, 독립이사와 보상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책임경영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김 내정자도 "주주가치와 주가 흐름이 성과급·인센티브에 반영되도록 새 이사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성과급 삭감·반납의 구체적인 조건이나 시한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 주요 자회사 매각을 염두에 둔 분할이 아니냐는 의문에는 "전혀 검토되거나 고려된 바가 없다"고 답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추진에 대해서는 재무적 투자자(FI)의 계약상 권리를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투자자들이 일정 기간 이후 기업공개를 주도할 권리를 갖고 있지만, 카카오 이사회는 상장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계약상 의무와 관련 법규를 지키면서 모회사 주주가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설법인 카카오AI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가능성도 부인했다. 신 CFO는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회사가 제시한 사업 전망을 바탕으로 GPU와 인프라 비용을 추산했을 때 자체 현금 창출력으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X의 기업가치 할인 우려에는 자회사 사업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주주환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AI는 광고·커머스 기회"…멤버십은 혜택 확대 추진
사업 성장성과 신규 서비스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AI가 상품 검색과 구매를 대신하면 기존 광고·커머스 매출을 잠식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에 전 성과리더는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높일 기회"라고 답했다.
기존 검색광고 시장에서 카카오의 점유율이 낮았던 만큼, 이용자의 탐색 방식이 AI 중심으로 바뀌면 새로운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커머스에서는 선물하기·톡딜 등 자체 상품의 구매 경로를 줄이는 동시에 외부 쇼핑·예약 서비스를 연결해 거래 수수료 매출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지난 1일 출시한 카카오 멤버십의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에는 아직 실패를 판단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계열사별 이해관계를 조율해 여러 서비스의 혜택을 묶은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뒀다.
전 성과리더는 광고주 제휴를 확대하고 멤버십 포인트가 커머스 거래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입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이번 간담회에서 분할 이후의 성장 전략과 주주 보호 방안을 거듭 강조했다. 향후에도 주요 자회사가 참여하는 공동 기업설명회(IR)를 적어도 매년 한 차례 열고, 평소에도 계열사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회사는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될 경우 내년 1월 1일 분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