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도 한발 물러섰나…코인 과세 유예 힘 받는다
입력 2026.10.20 15:01
수정 2026.10.20 15:01
과세기준·시스템 미비에 업계 준비 부족 호소
국민의힘 이어 민주당서도 과세 유예 법안
재경부 “인프라·시장 규율체계 함께 갖춰야”
가상자산 과세 준비 미비 지적과 여야의 유예 법안 추진이 맞물리면서, 시행 여건 점검에 나선 재경부가 추가 유예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내년 가상자산 과세를 앞두고 추가 유예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가 과세기준과 시스템 준비 부족을 호소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 이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유예 법안이 나오면서다.
재정경제부도 과세 원칙과 함께 시행에 필요한 여건을 점검하겠다고 밝혀, 정부가 일정 재검토에 나설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20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업계에서는 재경부가 과세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가 종전보다 유연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현장의 의견을 듣기 시작하면서 준비 부족을 이유로 한 유예 요구가 정책 논의에 반영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이날 오전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정부와 5대 가상자산 거래소·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전문가 간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시행 여건을 둘러싼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추가 유예론의 핵심은 과세 자체에 대한 반대보다 현재의 준비 수준으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느냐에 있다.
시행까지 두 달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거래유형별 과세 기준과 거래소의 자료 제출 시스템 등을 정비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거래소들은 명확한 과세기준을 마련해 납세자와 사업자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과세자료 제출 시스템 역시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할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해외 거래소 이용자와의 과세 형평성도 걸림돌이다.
국내 거래소의 자료 제출 체계를 갖추더라도 해외 거래정보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이용하는 거래소에 따라 소득 파악 수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외 거래소 이용자 간 과세 형평성을 확보하려면 국가 간 거래정보 교환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변화에 맞춰 과세체계부터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날 전문가들은 스테이킹 등 거래유형별 과세기준을 명확히 하고 손실 이월공제와 신고 편의 제고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따른 제도 변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정리가 덜 된 부분을 어떻게 정비할지 정부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과세 준비가 부족하다는 업계의 지적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시행을 늦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과세 시행을 늦추는 법안이 나오면서 여야 모두에서 일정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유예 법안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부도 현장의 준비 부족 지적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설명해야 하는 셈이다.
남은 기간 제도를 보완해 예정대로 시행할 수 있는지, 준비 기간을 더 부여해야 하는지가 판단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재경부가 과세 원칙과 함께 시행 조건을 강조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권대영 재경부 제1차관은 이날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은 존중되어야 하며, 그 원칙이 시장에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과세 인프라와 시장 규율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간 정보교환 여건, 거래유형별 과세기준과 신고 편의 등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과세 인프라와 시장 규율체계는 업계가 준비 부족을 지적해온 사안이다.
정부가 이를 시행에 필요한 요소로 언급한 만큼, 향후 점검 결과가 추가 유예 논의의 근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를 정부의 유예 수용으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시행 일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유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내놓은 것도 아니다”며 “의견을 듣고 후속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추가 유예 여부는 재경부가 준비 부족을 어느 수준으로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여야의 유예 입법이 추진되는 가운데 정부의 준비 상황 점검이 기존 일정에 맞춘 보완으로 끝날지, 시행 시기 재검토로 이어질지가 향후 논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