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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까지 22일…북극항로 왕복 성공에도 상업화는 ‘산 넘어 산’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10.20 14:32
수정 2026.10.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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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추가 시범 운항 추진…복항 화물·정시성 확보 과제

보험료·쇄빙 비용에 러시아 협력 변수…나이키 등 환경 이유로 외면

북극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국내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을 왕복하는 데 성공하면서 정부가 내년에도 시범 운항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기존 항로보다 거리가 짧아 연료비와 운송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높은 보험료와 계절별 운항 제약, 러시아와의 협력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 보호를 이유로 북극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대형 화주들도 넘어야 할 또 하나 장벽이다.


20일 해운 업계에 따르면 팬스타그룹의 ‘팬스타 아크로호’는 지난 8월 22일 부산항을 출발해 22일 만에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도착했다. 이후 북극항로를 통해 지난 11일 부산으로 돌아오며 50일간의 왕복 시범 운항을 마쳤다. 국내 컨테이너선이 북극항로로 유럽을 왕복한 첫 사례다.


정부는 내년 추가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현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은 19일 KTV 유튜브 방송에서 “내년에도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하려고 하고 있다”며 “선박의 종류라든지 경험이라든지 종합적 상황을 좀 고려해야 된다”고 말했다. 운항 횟수와 선종, 일정은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추가 실증에서는 돌아오는 화물과 정시성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비서관은 “우선 유럽에서 돌아오는 화물에 대한 수요를 확보하는 작업들을 해야겠고, 약속된 일정으로 우리가 도착할 수 있을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운항 거리 짧아도 비용 절감은 ‘별개’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한다. 부산∼로테르담 구간 기준 약 1만3000km로 수에즈항로보다 약 7400km, 희망봉 우회항로보다 약 1만1000km 짧다. 기존 항로 대비 운항거리를 각각 약 36%, 46% 줄일 수 있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공개한 ‘탄소규제 강화가 부산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로테르담 구간에서 수에즈항로를 북극항로로 대체할 경우 연료 소비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8.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운항 조건에서 연료비 약 52만6000달러와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EU ETS) 비용 약 11만6000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연료비 절감이 전체 운송비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북극항로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유빙을 견디는 내빙선을 확보해야 하고 보험료와 쇄빙 지원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대형 선박에 화물을 모아 실어 운송비를 낮추는 기존 정기선과 비교하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도 어렵다.


운항 시기가 제한되는 점도 부담이다. 결빙과 기상에 따라 운항 여건이 달라져 연중 정해진 일정을 맞추기 어렵고 중간에 기항할 항만도 부족하다. 출항할 때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배에도 충분한 화물을 실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협력 필수…환경 정책도 화주 확보에 변수
팬스타 아크로호 ⓒ해양수산부

러시아와의 협력 문제도 남아 있다. 이번에 이용한 경로는 북극항로 가운데 러시아 연안을 지나는 북동항로다. 시범 운항은 별도의 쇄빙선 지원 없이 마쳤지만, 향후 운항을 확대하려면 비상시 쇄빙·구난 지원 등을 위한 러시아 측의 협조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팬스타 아크로호의 귀환과 관련해 “어려운 환경에서 다녀왔다”며 “비상 상황이 벌어졌을 때 러시아와 협력이 필요한데 그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러 제재도 변수다. 쇄빙 지원 등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제재 저촉 여부를 따져야 한다. 러시아산 LNG, 광물 운송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현지 교역 관계와 제재 조건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 보호를 이유로 북극항로 이용을 거부하는 기업도 있다. 나이키는 2019년 환경 단체 오션 컨서번시와 ‘북극해운 기업 서약’을 출범시키고 자사 제품을 의도적으로 북극항로로 운송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갭과 H&M 등 소비재 기업뿐 아니라 MSC·CMA CGM 등 글로벌 선사도 당시 서약에 참여했다.


이는 북극 생태계 보호를 위한 결정이다. 오션 컨서번시는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과 부족한 기반시설 때문에 사고나 기름 유출이 발생하면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운송 시간을 줄이더라도 화주의 환경 정책에 따라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운항 거리가 짧아지는 것과 경제성 확보는 별개”라며 “러시아산 천연가스 등을 포함해 실제 운송할 물량이 충분한지 따져봐야 하고, 만약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단발성 운항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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