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은행장 추천권만 나눠선 ‘회장의 금융’을 바꿀 수 없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10.21 08:09
수정 2026.10.21 08:09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임추위 참여 확대에도…최종 결정권 여전히 지주 몫

이사회 독립성, 인원보다 정보 및 검증 역량이 핵심

추천권 넘어 설명책임으로 실질적 견제 확보

은행 임추위의 권한 확대가 실질적인 인사권 분산으로 이어지려면 후보 정보 공유와 의사결정에 대한 설명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연합뉴스

은행장을 고르는 회의에 참석자가 늘었다고 인사권까지 분산되는 것은 아니다.


후보를 추천할 수 있어도 평가자료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반대 의견을 내도 아무런 설명 없이 배제된다면 참여는 형식에 그친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추진하는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권한 확대를 바라보는 출발점도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회의에 누가 들어가느냐가 아니라, 해당 의견이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자회사 최고경영자 승계 과정에 은행 이사회의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개선 요구에 따른 조치다.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월 은행 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상시 후보군 정보를 자회사 임추위와 충분히 공유하고, 후보 평가에 임추 위원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지주가 후보를 정하고 은행 이사회가 추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실효성은 아직 제한적이다. 은행의 임추위에 추천권과 의견 개진권이 생겨도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핵심 권한은 지주 차원의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 등에 남아 있다.


물론, 금융지주가 자회사 경영진 인선에 관여하는 것을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지주는 주주로서 그룹 전략과 자본 배분, 위험관리를 조정할 책임이 있다.


은행 이사회가 지주의 전략을 무시한 채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도 바람직하지 않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의 지배구조 원칙 역시 모회사 이사회의 그룹 차원 감독과 자회사 이사회의 독립적인 법적·지배구조상 책임을 함께 강조한다.


하지만, 문제는 지주의 정당한 권한이 회장 개인의 영향력으로 치환될 때다.


회장이 후보군과 평가정보를 사실상 통제하고, 이를 견제할 이사회마저 경영진에게 정보와 인사 측면에서 의존한다면 사실상 회장의 권한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사외이사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독립성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누가 후보를 발굴했고, 어떤 이해관계가 있으며, 필요한 자료를 경영진의 허락 없이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사회가 후보의 장점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약점과 대안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진과 다른 의견을 내도 불이익을 걱정하지 않는 환경이 없다면 위원회 명칭이나 구성 비율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참고할 만한 사례는 영국의 기업지배구조 규범이다. 영국 규범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의 과반을 독립적인 비상임이사로 두고, 이사와 고위 경영진의 질서 있는 승계를 준비하도록 한다.


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후임자를 선정하는 위원회를 주재하지 못하도록 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사권자의 이해 상충을 절차적으로 차단하려는 취지다.


당국의 다음 조치는 위원회 참여 횟수보다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선, 후보 정보 공유의 최소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은행의 임추위가 후보의 경력뿐 아니라 성과의 지속성, 위험관리 이력, 내부통제와 소비자 보호 실적을 동일한 기준으로 검토하도록 해야 한다.


자료를 언제 제공했고 검토 시간을 얼마나 보장했는지도 남겨야 한다.


다음으로 임추위의 의견을 채택하지 않을 경우 지주 측이 구체적인 사유를 기록하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문구로는 부족하다. 어떤 평가항목에서 판단이 달랐고, 다른 후보가 더 적합하다고 본 근거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


은행 측의 재검토 요청에는 서면으로 답하도록 하고, 최종 선임에 필요한 이사회·주주총회 절차와의 관계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추천권보다 설명책임이다.


또한, 이사회가 독자적으로 검증할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 별도의 지원인력과 외부 자문 예산을 두고, 후보와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은 관련 심의에서 빠지도록 해야 한다.


외부 전문기관 참여도 명분만 빌리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평가기관 선정 기준과 이해 상충 여부를 확인하고, 평가 결과에 대한 최종 책임은 위원회가 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임추위 권한 확대는 출발점이지 개혁의 완성이 아니다. 은행의 의견이 지주와 항상 같아도 문제이고, 항상 달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판단이 가능하며, 해당 차이가 충분한 정보와 기록을 통해 검증되는 구조다.

ⓒ

글/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jyseo@smu.ac.kr/rmjiseo@hanmail.net)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