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노지선의 카드론 고백…아이돌 육성에 빠진 ‘홀로서기’ [이슈]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10.20 08:35
수정 2026.10.20 08:36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생활비 마련하려 빌린 돈…데뷔 이후에도 남는 생계의 불안

학업·교우관계 제한에 회사 중심 생활…다음 진로 선택에도 제약

“고교까지 학교생활 보장”…활동 중단 뒤 심리지원·직업훈련 연결해야

프로미스나인(fromis_9) 출신 노지선의 카드론 고백은 데뷔 이후에도 생계가 불안정할 수 있는 아이돌의 현실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부터 데뷔를 위해 훈련하지만 활동이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다른 길을 택할 때 필요한 준비는 부족할 수 있다. 학업과 교우관계를 줄여가며 연습에 집중하는 육성 방식이 이후의 선택지까지 좁힌다는 점에서 ‘홀로서기’를 위한 지원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유튜브 ‘민새롬의 오픈스튜디오’에 따르면 노지선은 지난 11일 해당 채널에 나와 그룹 활동 당시 “생활비를 마련하려 은행 대출을 알아봤지만 계약 형태와 소득 상황 때문에 대출을 받지 못했다”며 “이후 카드론으로 300만원을 빌린 뒤 추가 대출로 기존 빚을 갚는 일이 반복됐고 그룹을 나온 뒤 약 1년이 지난 시점에 모두 갚았다”고 밝혔다.


그의 경험은 데뷔가 이후의 안정적인 생계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활동을 그만둔 뒤 다른 일을 선택하려면 그전에 어떤 교육을 받고, 회사 밖에서 누구를 만나며 진로를 탐색할 수 있었는지도 중요하다.


ⓒ유튜브 ‘민새롬의 오픈스튜디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아이돌·연습생 면접조사 결과발표 토론회’에서는 이러한 준비를 어렵게 하는 환경이 드러났다. 아동청소년미디어인권네트워크가 아이돌 또는 연습생 경험자 16명을 면접조사한 결과, 참여자들이 연습생을 시작한 평균 나이는 만 15.9세였다. 조사에는 연습 시간을 늘리기 위해 조퇴와 결석을 반복하거나 진학을 포기한 사례가 담겼다.


참여자들의 진술에 따르면 연습생들은 학교에 다니면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조퇴를 요구받았고, 수업을 마치고 가면 먼저 와서 연습하는 동료들에게 뒤처지는 느낌 때문에 조퇴를 고민하는 경우도 있었다. 직접적인 요구가 없어도 경쟁 압박 속에서 학교생활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다.


회사 안에서도 생활의 판단 기준은 직원의 지시와 평가에 맞춰지기 쉽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습실에 설치된 CCTV로 직원들이 연습생의 행동을 확인하고 졸거나 음식을 먹거나 연습에 집중하지 않으면 곧바로 연락해 지적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정기 평가와 방출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지면 회사의 요구를 벗어난 선택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진학이나 직업을 고민하는 또래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적어진다. 조사에서는 소속사에 들어가면 친구들과 연락하지 말고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라는 학원 강사의 조언을 따랐다가 외로움을 느꼈다는 경험도 나왔다.


그 영향은 활동을 그만둔 뒤 도움을 구할 때 다시 나타났다. 한 참여자는 “주변에서 대학 생활이나 입시 준비 경험을 듣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습생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트레이너나 기획사 신인개발팀을 권하는 조언은 들을 수 있지만 대학 진학이나 자격증 취득처럼 다른 방향을 알려줄 사람은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새 일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진로 정보와 학업의 공백까지 함께 메워야 한다.


‘아이돌·연습생 면접조사 결과발표 토론회’ 현장.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김영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장은 연습생 생활을 그만둔 뒤 오랫동안 준비한 도전에 대한 실패감과 미래의 불안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습생을 그만둔 후에는 가족 이외의 인간관계가 손에 꼽을 정도로만 있게 돼 회복탄력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 중심의 관계에 오래 의존하면서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구할 사람도 적어진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새로운 진로를 모색할 시간이 충분한 20대 초반에도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고등학교를 그만두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면 회사에서 나온 뒤 돌아가 배움과 진로 탐색을 이어갈 공간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학교생활의 보장이 육성 단계부터 필요한 이유다. 학교는 다른 분야를 배우고 회사 밖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현재의 목표가 달라졌을 때 다음 선택을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김 센터장은 “기획사가 고등학교까지는 학교생활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며 “회사가 소속된 아동·청소년의 미래를 완전히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활동 중단 이후에는 생계와 재교육을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연결해야 한다. 김 센터장은 “연습생을 그만둔 경우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심리지원이나 청년정책, 직업훈련 등의 연계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데뷔와 흥행의 가능성이 불확실할수록 다른 삶을 선택할 기반은 남겨둬야 한다. 학업과 관계를 유지하며 스스로 진로를 판단할 기회를 보장하고, 활동이 끝난 뒤에는 새로운 일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아이돌 육성의 책임으로 살펴야 한다.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