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 전 납 수치 낮추기’ 처벌 사각지대…노동부, 제도 개선 착수
입력 2026.10.19 15:47
수정 2026.10.19 15:47
킬레이션 통한 수치 조작 직접 처벌 ‘한계’
납 취급 고위험 사업장 150곳 감독 확대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재예방TF 11월 정기국회 산업안전 입법 추진 과제 발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DN오토모티브의 혈중 납 농도 조작 의혹과 관련해 정부가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직접 처벌하기 어렵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는 전국 납 취급 고위험 사업장 약 150곳으로 감독을 확대하고 유사한 수치 조작 의심 사례도 신고받기로 했다.
류현철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안을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노동자의 혈중 납 수치만 의도적으로 낮추려 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 등 사업장 보건관리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라는 판단이다.
DN오토모티브는 특수건강진단을 앞둔 노동자들에게 체내 중금속 배출을 촉진하는 ‘킬레이션’ 주사를 투여해 혈중 납 농도를 낮추고 실제 노출 상태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노동부는 사업주가 투약 계획을 세우고 대상자를 선정한 사실과 의료기관의 투약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8월 사업주와 투약 의료기관을 경찰에 수사의뢰했고 특수건강진단기관의 사전 채혈 관여 의혹도 수사를 요청했다.
다만 현행 산안법에는 킬레이션 투약을 통해 검사 전 혈중 납 수치를 낮추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노동부는 업무방해 등 다른 법률 위반 가능성을 검토해 경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산업안전보건 제도를 무력화하는 행위를 제재하는 입법 논의에도 협조할 방침이다.
DN오토모티브 울산공장 감독에서는 산안법 위반 68건이 적발돼 입건·송치됐고 과태료 4620만원이 부과됐다. 납 노출 공정에는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부실 측정이 확인된 작업환경측정기관에는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했다.
감독 범위도 넓어진다. 노동부는 배터리 제조 동종 사업장 14곳에 대한 기획감독에 이어 전국 납 취급 고위험 사업장 약 150곳을 점검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직업병안심센터를 통해 킬레이션 등을 이용한 수치 조작 의심 사례도 접수할 예정이다.
노동자 건강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조치도 진행 중이다. 노사정 추천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임시건강진단과 안전보건진단, 역학조사, 개선조치 이행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공단은 퇴직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집단 역학조사도 실시하기로 했다.
류 본부장은 “노사 간 협의가 잘 이뤄지도록 전문가 참여와 일정 조정 등을 더 적극적으로 도모했어야 했다”며 “예상보다 절차가 지체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기관의 일탈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건관리 시스템 전반을 살피겠다”며 “작업환경측정과 특수건강진단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도록 관리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